“창업주 도전정신 잇는 스타트업 지원”

최영해 기자

입력 2022-01-20 03:00 수정 2022-01-20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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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2주기로 본 신동빈 롯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8일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 2주기를 맞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마련된 흉상 앞에 헌화하고 있다. 신 회장은 “창업주의 끊임없는 도전 정신을 우리도 이어받으면 좋겠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롯데 제공

“남다른 열정으로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셨던 아버님의 끊임없는 도전 정신을 우리도 이어받으면 좋겠습니다.”

롯데 창업주인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2주기 추도식이 열린 18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1층에 마련된 창업주 흉상 앞에 헌화하면서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신 회장은 앞서 15일엔 울산 울주군 선영을 찾아 고인의 넋을 기리며 참배했다. 신동빈 회장 체제는 창업주 타계 이후 조용한 변화와 혁신의 길을 걸어왔다.
○ 명예회장 숙원 사업인 화학에 매진
신 회장은 11년 전인 2011년 2월 재계 5위 롯데그룹의 회장이 됐다. 1997년 부회장 승진 이후 14년 만이었다.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로 롯데그룹에 몸담은 지 21년째 되는 해였다.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2004년 롯데정책본부 본부장에 취임했을 때였다. 이후 말레이시아 타이탄케미칼, 미국 뉴욕팰리스호텔 등을 비롯해 하이마트, KT렌탈, 삼성의 화학 계열사까지 국내외에서 30여 건의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일궈냈다. 신 회장의 공격적인 행보에 지금은 30여 개 국가에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의 두드러진 업적은 신 명예회장의 숙원이던 화학사업을 유통업에 버금가는 그룹의 양대 핵심 축으로 성장시켰다는 데 있다. 2015년 삼성그룹의 석유화학 부문인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인수해 화학사업의 퀀텀 점프(비약적 도약) 계기를 만들어냈다. 정밀화학 분야 진출로 전통적인 석유화학 기업에서 종합화학 회사로 거듭날 수 있게 된 것이다. 2020년 초엔 자회사인 롯데첨단소재를 합병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2019년 5월에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 셰일가스 기반의 에틸렌 생산설비인 ECC(Ethan Cracking Center) 공장을 세웠다. 신 회장 주도로 31억 달러(약 3조6000억 원)가 투자된 대규모 프로젝트로 에틸렌 100만 t, 에틸렌글리콜 70만 t의 생산 능력을 갖춘 석유화학단지다. 한국 석유화학 역사에서 셰일가스를 활용한 프로젝트에 투자한 첫 사례로 꼽힌다.

그가 회장에 취임할 당시 롯데그룹의 총자산은 87조 원이었지만 10년 동안 44%나 늘어 125조7000억 원(2020년)에 이른다. 위기에 처할 때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꾸준히 투자한 혜안에 따른 결과였다. 앞으로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 다양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방침이다.
○ 창업주 도전 정신 계승하는 스타트업 지원
신 명예회장은 청년 시절 혈혈단신으로 일본행 부관연락선에 몸을 싣고 주경야독 끝에 창업에 성공해 ‘롯데 신화’를 만들어냈다. 신동빈 회장은 창업주의 이런 도전과 창의, 기업가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6년 2월 롯데벤처스(옛 롯데액셀러레이터)를 출범시켰다. 신 회장이 롯데미래전략연구소에 미국의 ‘와이콤비네이터’ 같은 창업보육 기업을 만들어 달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었다.

자본금 150억 원 중 신 회장이 사재로 50억 원을 출연했다. 이 회사는 지난 6년 동안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하고 직접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운용 자산은 총 2571억 원으로 롯데스타트업펀드1호 등 13개 펀드를 운용한다. 국내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에도 팔을 걷어붙여 지난해 베트남에 벤처캐피털 회사를 설립했다. 지난해 11월 창업주 탄생 100년을 맞아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시작해 미국 실리콘밸리 한인창업가 모임과도 교류 폭을 넓히는 데 힘쓰고 있다.
○ 스포츠 인재 육성에도 힘 보태
신 명예회장이 권투선수 홍수환 씨, ‘불멸의 승부사’로 불리는 바둑선수 조치훈 9단과 인연을 맺고 후원한 일은 유명하다. 스포츠와 문화예술 인재를 육성한 신 명예회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 신동빈 회장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대한스키협회장을 지내며 국가대표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스키협회에 150억 원을 지원하는 등 유망주를 육성하기 위해 올림픽뿐 아니라 유스올림픽, 세계선수권, 월드컵, 주니어세계선수권 등 주요 국제대회에 인센티브를 쾌척했다.

형제 사이인 롯데 신격호, 농심 신춘호 창업 1세대는 생전에 화해하지 못한 채 작고했다. 자식 세대인 신동빈 롯데 회장과 신동원 농심 회장은 사촌끼리 서로 단합하는 모습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11월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신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회에 신동원 회장을 초청해 아버지 세대의 묵은 갈등을 씻으며 화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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