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82조원에 ‘스타크’ 만든 블리자드 인수…메타버스 승부수

김도형 기자

입력 2022-01-19 15:01 수정 2022-01-1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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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가 82조 원에 이르는 돈을 들여 대형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나섰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개인용컴퓨터(PC) 운영체제(OS) 사업으로 세계 최고 기업에 올라섰지만 스마트폰 OS 경쟁에서는 뒤쳐졌던 MS가 대표적인 미래 산업으로 꼽히는 메타버스 영역을 선점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현지 시간) MS는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82조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IT 산업 역사상 최고액의 인수합병으로 꼽힌다. 종전 최고액은 2016년 델(Dell)이 데이터 스토리지업체인 EMC를 인수할 때 지출한 670억 달러였다.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콜오브듀티’, ‘오버워치’ 등을 제작한 블리자드는 4억 명에 이르는 월간 이용자를 거느린 세계적인 게임사다. 가정용 콘솔 게임기인 ‘X박스’를 보유한 MS는 블리자드를 자회사로 편입하면 단숨에 텐센트, 소니에 이은 세계 3위의 게임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가총액이 2조 달러(약 2400조 원)를 넘는 MS의 이번 인수는 게임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만이 아니라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은 가상공간에서 놀고 일하고 쇼핑할 수 있는 메타버스를 구현하는데 있어서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산업으로 평가된다. 블리자드가 가상현실(VR) 등을 활용하는 게임을 주로 만들지는 않았지만 이용자들이 장시간에 걸쳐 몰입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는 게임이라는 세계 자체가 일종의 메타버스라는 것이다. 이번 인수에 대해 뉴욕타임즈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디지털 세상에서 보낸다는 데 크게 베팅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MS는 이미 여러 곳의 게임사를 인수한 바 있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게임으로 꼽히는 ‘마인크래프트’를 만든 ‘모장’을 2014년 인수했고 2년 전에는 ‘둠’ 제작사도 인수했다. 이날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금 게임은 모든 플랫폼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엔터테인먼트 분야이고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로 메타버스를 위한 구성요소(Building Block)를 갖추게 됐다고 평가한 MS의 참전으로 메타버스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격전지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은 지난해 10월 사명을 ‘메타(Meta)’로 바꿨다. 저커버그 메타 CEO는 당시 “우리는 소셜미디어 기업으로 인식돼 왔지만 우리의 DNA는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라며 “메타버스는 우리가 막 (페이스북으로) 출발했을 때의 소셜네트워킹처럼 이제 차세대의 선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커버그가 메타버스 관련 기술 개발과 인력 채용에 100억 달러(약 12조 원)를 지출하겠다고 약속한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는 인력 쟁탈전까지 벌이지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최근 메타가 MS의 증강현실(AR) 개발 인력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지난 1년 동안 수십 명의 AR 개발·엔지니어들이 메타로 적을 옮겼다. 메타는 애플에서도 100명가량의 엔지니어들을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블리자드의 직장 내 성폭력·성차별 스캔들에 MS가 눈을 감은 것 아니냐는 비판과 더불어 미국 정부가 빅테크 기업의 과도한 확장과 독과점 문제를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반독점 당국의 승인이라는 큰 과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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