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데이터 분석 통해 궁합 맞는 대학생 선생님-아이 매칭

정리=이규열 기자 , 장선희 DBR 객원기자

입력 2022-01-19 03:00 수정 2022-01-19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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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동 돌봄 매칭 서비스 ‘자란다’의 성장 전략

자란다의 방문 교사인 ‘자란쌤’은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로 구성됐으며 아이와 부모가 원하는 방식대로 놀이와 수업을 진행한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단순 돌봄이 아닌 각종 학습 활동도 지원하는 자란다 프로그램 덕에 6세부터 초등 저학년 아이를 둔 가정으로부터 특히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자란다 제공

“일주일에 하루 2시간, 아이들과 종이접기하며 즐겁게 놀아주실 수 있는 분 찾습니다.”

6세, 8세 두 아들을 둔 한 엄마가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이었다. 10년간 쌓아온 커리어를 포기하면서까지 육아에 전념했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아이들은 성장 과정에 따른 다양한 놀이가 필요하다. 그러나 부모의 역할을 다 하려다 보니 놀이로 시작한 활동도 잘잘못을 가리는 훈육으로 마무리되기 일쑤였다. 그러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여대생 놀이 선생님을 구한 그는 뜻밖에 큰 효과를 봤다. 대학생 선생님은 “잘하는데? 어떻게 하는 거니?”라고 물으며 아이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대학생 선생님이 아이를 잘 봐준다는 소문이 동네에 퍼졌고 동네 엄마들이 앞다투어 이 선생님의 연락처를 물어오기 시작했다.

이 경험이 바로 유아동 돌봄 매칭 서비스 업체 ‘자란다’의 장서정 대표가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2016년 창업한 자란다는 현재 매달 국내 4000여 가정이 애용하는 업계 매출 1위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한 엄마의 필요에서 출발한 사업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많은 부모들이 열광하는 서비스로 거듭났을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2년 1월 1호(336호)에 실린 자란다의 성장 전략을 요약해 소개한다.
○ 데이터 분석으로 교사 매칭
자란다 교사들은 아이에 대한 정보를 ‘방문 일지’ 형식으로 세밀하게 기록한다. 아이가 어떤 놀이에 호응했는지, 좋거나 싫어하는 상황은 무엇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남긴다. 영어, 수학 등 과목 학습을 요청하면 그날의 학습 내용과 아이의 이해도까지 기록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부모에게 즉각 전달되고 아이들의 성장 데이터를 만드는 데 활용된다. 부모들이 느끼는 아이의 성향과 데이터를 통해 드러나는 아이의 성향이 차이 나는 경우도 꽤 있다. 자란다 측은 “아이들은 본인보다 부모가 좋아하는 걸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란다 선생님을 통해 아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함께 찾아내는 게 보육 목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언니, 형 같은 자란다 선생님과 일상적인 얘기부터 부모에게 말 못 할 고민까지 나눈다.

교사들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꼼꼼히 관리된다. 신원 조회, 성범죄 이력 조회 등으로 개인 신상을 검증하고 MBTI(성격 유형 검사)와 TCI(기질 성격 검사)까지 종합해 교사들의 성향을 파악한다. 이후 자란다가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거쳐 아이와 교사의 궁합을 가려내는데 최근 이용자 설문조사 결과 97%가 “매칭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자란다의 직원 80여 명 중 30여 명이 데이터 분석과 알고리즘 기술 개발을 전담하고 있으며 텍스트 마이닝 등 더 높은 수준의 데이터 활용 능력을 쌓아가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아이 또래 다른 아이들이 무엇을 하며 노는지, 성향에 따라 어떤 활동이 인기가 높은지 등을 키워드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 직원 복지로 보육 혜택 제공
자란다는 2021년 말 기준, 950여 개 기업과 ‘자란다 비즈’라는 이름으로 돌봄 제휴를 맺고 있다. 한 외국계 정보기술(IT) 기업과의 협업이 출발점이었다. 이 기업의 한 임원이 자란다를 이용하고 크게 만족한 뒤 직원들을 위한 사내 복지로 연계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시행되면서 이 회사 직원들이 체감하는 자란다의 도입 효과는 극대화되기 시작했다. 화상회의 와중에 어린아이들이 불쑥 등장해 업무를 방해하는 장면이 속출하는 가운데 유독 조용한 한 가정이 눈에 띄었던 것이다. 동료들이 그 비결을 묻자 “저희 애도 신나게 놀고 있어요. 방에서 자란다 선생님과 함께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날 이후 이 기업 내에서 자란다 이용률이 급상승했다. 복지 프로그램으로 도입한 후에는 “회사에서 제공한 모든 복지 가운데 직원 만족도가 가장 높은 정책”이라는 피드백이 왔고 다른 기업들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자란다는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 강남구 마루360 등 스타트업들이 모인 오피스 건물에서 키즈존도 운영한다. 대기업에 비해 사내 복지 시스템이 취약한 벤처기업 직원들의 육아를 돕는 것이다. 입주사들은 직원들에게 자란다 포인트를 제공하며 직원들은 갑작스레 양육 공백이 생길 때 자란다 키즈존에 아이를 맡긴 뒤 편하게 업무를 볼 수 있다.
○ 아이에 관한 모든 것을 매칭
자란다는 아이와 교육 프로그램을 매칭하는 일에도 뛰어들었다. 현재 자란다 매출의 70%는 6세∼초등 저학년 어린이를 둔 가정에서 나온다. 이 연령대의 아이들은 심층적인 놀이와 교재가 필요하다. 자란다는 교육기획팀을 꾸리고 교육, 완구 업체나 잡지사 등과 제휴하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교구를 기획한다. 예를 들어 동아사이언스와는 ‘어린이 수학동아’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잡지 내용을 바탕으로 ‘물과 재료의 비율과 아이스크림 맛의 상관관계’ ‘투표제도 속 숨어 있는 수학 계산 방법’ 등을 게임과 놀이를 통해 살펴보는 식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은 미국 출판사 스콜라틱스와 개발한 영어 교육 프로그램은 출시 후 2시간 만에 품절됐다. 자란다 측은 “3조 원 규모의 돌봄 시장이나 12조 원 규모의 키즈 교육 시장을 넘어 50조 원 이상의 유아용품, 콘텐츠 분야까지 모두 포함한 키즈 시장 전체를 사업 목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선희 DBR 객원기자 sunheechang01@gmail.com
정리=이규열 기자 kly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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