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후폭풍 커지는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황재성기자

입력 2022-01-17 11:19:00 수정 2022-01-17 11: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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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외벽 붕괴 현장.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발생한 신축 주상복합아파트 외벽붕괴 사고의 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처벌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시공을 맡았던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의 정몽규 회장이 17일(오늘) “사고의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여기에 현산이 맡기로 한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단지에서 시공사 교체 요구도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현산이 올해 계획한 분양물량이 2만3000채에 달하고, 이 가운데에는 서울 주요지역에서 공급할 물량이 적잖다는 점이다. 올해 46만 채 등을 공급하며 확실하게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계획에 차질마저 우려된다.

● 커지는 후폭풍…정부의 강력 처벌 방침에 회장 사퇴까지
정몽규 회장은 17일(오늘)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현산 용산사옥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에서 발생한 두 사건에 대한 책임 통감하며 저는 이 시간 이후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두 사고는 지난해 6월 광주 동구 철거공사에서 건축물 붕괴로 17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와 이번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를 의미한다.

정 회장은 “1999년 현대자동차에서 현대산업개발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23년간 회사에서 고객 국민 신뢰 지키고자 해왔지만 이번 사고로 그런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은 이어 “사고를 수습하고 그룹 차원에서 모든 노력과 지원을 약속드린다”며 “외부 전문가 및 정부 당국과 상의해 안전점검에서 문제가 있다면 분양계약해지는 물론 아파트 완전 철거와 재시공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전날 저녁부터 예상됐다. 정부가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선언한 데다 27일부터 시행될 중대재해특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을 앞두고 건설업계와 여론의 부정적인 반응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고 발생 이튿날인 12일 사고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건축시공과 구조 등 전문가로 구성된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즉시 구성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리책임 부실 등 위법사항은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산에 대해 정부가 최장 1년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영업정지를 받게 되면 공공사업 수주와 민간 공사의 신규 수주 등 모든 영업 활동이 금지된다.

건설업계에서는 27일부터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터진 이번 사고에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산업계 전체가 중대재해법에 대해 처벌 대상이 모호하고 과도한 처벌로 기업부담을 가중시킨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는데, 이번 사고로 반대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 2만3000채 공급 계획 차질 우려는 걸림돌
소비자 반응도 심상찮다. 부실시공 우려가 제기되면서 온라인 등을 통해 이미 지어졌거나 건축 중인 아파트 입주민과 입주예정자들을 중심으로 현산의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를 빼자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현산이 시공을 맡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에서 잇단 공사 사고를 문제 삼아 시공사 교체 요구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사고가 발생한 광주에서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운암 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은 현산과의 시공사 계약 해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국 35개 사업지에서 아파트 2만3300여 채를 공급하려던 현산의 분양계획에 빨간 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분양계획에는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입지에 자리한 굵직굵직한 물량이 적잖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고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17년 만에 분양되는 신규 아파트인 잠실진주, 경기 광명시 뉴타운의 핵심 요지에 지어지는 광명4R 재개발 등이 포함돼 있다.

게다가 이는 올해 정부가 기대하는 공급물량 46만 채의 5%에 해당하는 적잖은 물량이다.

국토부와 기재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은 합동으로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2년 부동산시장 안정방안’을 통해 “공공, 민간 사전청약 물량을 당초 6만8000채에서 7만 채로 확대하고, 분양 예정물량 39만 채를 차질 없이 공급해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최대 규모다.

국토부는 게다가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 직후 내놓은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유동성, 공급, 인구 등을 주택시장의 3대 핵심변수”로 꼽은 뒤 “트리플 하방압력이 강화돼 집값 안정세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산이라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당장 올해 공급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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