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 조각 하나가 지역경제 살려… 한강을 K조각 교두보로”

신동진 기자

입력 2022-01-17 03:00 수정 2022-01-17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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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각 한강 흥 프로젝트’ 이끈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은 13일 체감온도가 영하 14도까지 떨어진 반포한강공원에서 핫팩을 터뜨려가며 조각품 도슨트(안내자)를 자처했다. 윤 회장은 차 트렁크에 접이식 자전거를 넣고 다니며 조각품 전시를 진두지휘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아테네, 로마도 국력이 가장 흥할 때 조각이 융성했습니다. K팝은 물론 K드라마, K영화가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으니 이제는 K조각 차례입니다.”

서울 여의도, 뚝섬, 반포 등 3개의 한강공원에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이달 15일까지 총 300점의 조각품이 들어섰다. 야외 조각전으로는 최대 규모로 꼽혔던 호주 본다이비치 해안조각전(111점)보다 2.7배 큰 세계 최대 규모였다.

이는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77)이 진두지휘해 서울시와 함께 벌인 ‘K-SCULPTURE(조각) 한강 흥 프로젝트’다. 윤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작품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전국 조각가들을 한데 모아 한강변을 ‘지붕 없는 전시장’으로 만들었다.

13일 반포한강공원에서 만난 윤 회장은 잠수교 기둥부터 산책로까지 작품들을 일일이 가리키며 작가 이름과 재료 등을 큐레이터처럼 막힘없이 설명했다. 그는 “한강은 관람객과 석양, 조명, 주차장은 물론 아름다운 강변과 도심 경관까지 갖춘 세계에서 하나뿐인 전시관”이라고 했다. 이번 축제는 15일 막을 내렸지만 서울시는 2024년까지 3년간 한강 상설 조각전시를 이끌어 달라며 크라운해태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2007년부터 경기 양주시 무료 작업실을 제공하며 조각가들을 후원해온 윤 회장은 올 초 코로나19로 전시공간을 잃은 조각가들을 위해 군부대가 이전한 빈터를 활용해 100∼150점 규모의 조각전을 기획했다. 미국 시카고에서 관광명소가 된 ‘클라우드 게이트’처럼 랜드마크 조각품 하나가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조각가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전국에서 하루 만에 50점이 모이자 윤 회장은 최대한 많은 조각가에게 기회를 주려고 300점 전시로 판을 키웠다.

팔도의 조각품을 모으는 데 화물차 수백 대가 동원됐다. 크기도 형태도 각양각색이었다. 여러 작품을 늘어 놓으니 현장은 공사판 같았다. 윤 회장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손수 작품 배치에 나섰다. 작품 크기와 소재는 물론이고 차량 진행 방향과 운전자 시선, 강변과의 구도, 잔디밭에 앉는 시민 눈높이까지 세세하게 따졌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조각품 주변은 관람객과 사진을 찍는 인파로 북적였다. 재배치를 위해 조각품을 옮기려 하면 “벌써 철수하느냐”는 시민까지 있었다. 생계형 부업을 하던 조각가들도 자신의 작품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좋아하는 관람객들을 보고 다시 작품 활동의 열정을 되찾았다.

이번 전시는 9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e)’를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윤 회장은 “프리즈 기간 한강 특별전시를 통해 세계적인 작가, 컬렉터, 갤러리 등 예술계 인사들에게 자연스럽게 K조각을 소개하는 가교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이르면 올해 일본 등 세계 주요국과 조각전시 교류 행사를 본격화하고 3년 뒤 한강에서 세계 조각전(W-SCULPTURE)을 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윤 회장은 인터뷰 내내 “삶과 예술과 산업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강조했다. 크라운해태의 대표 제품인 쿠크다스의 ‘초콜릿 물결 문양’, 오예스의 ‘장미 박스’ 등 과자에 예술을 접목하자 매출이 이전보다 30∼50% 늘었다. 직원들도 각각 국악, 시, 조각을 배워 각종 예술무대에 서고 있다. 윤 회장은 “과자는 감성을 공유하는 콘텐츠”라며 “과자로 집이나 기차 장난감을 만드는 제품(‘키즈뮤지엄 키트’)처럼 직원들의 예술적 발상이 고객에게 추억과 재미를 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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