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매각 다시 원점에… 산은-공정위 책임론
변종국 기자 , 강유현 기자
입력 2022-01-15 03:00 수정 2022-01-15 04:20
업계 “산은, 독과점장벽 쉽게 판단”
승인 3년 미룬 공정위도 실기 논란
‘빅2’로 조선산업 재편 계획이 무산되면서 정부와 KDB산업은행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2001년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가 된 산은은 2019년 현대중공업과 합병을 추진했다. 18년간 채권단이 관리해온 대우조선 민영화 조치였다. 2015년 이후 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자금만 약 7조 원에 달한다.
2019년 인수 계약 당시 업계에서는 머스크 등 대형 선주들이 포진한 유럽연합(EU)이 독과점에 민감해 기업결합 심사에서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론이 나왔다. 하지만 산은은 선박 입찰 과정에서 선주사 주도의 가격 결정 관행이 있어 과점 우려가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흡수하지 않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로 두는 구조를 만들면 독과점 시비를 피해갈 수 있다고 봤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당시 한국이 내세운 통합 명분이 EU를 설득시키기엔 너무 약하다는 말이 있었다. 합병을 너무 쉽게 봤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3년 동안 무리하게 합병을 추진하면서 오히려 대우조선의 구조조정 적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책임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 승인을 3년째 미룬 것이 EU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공정위가 선제적으로 합병을 승인하지 않고 해외 경쟁당국 눈치만 보며 결정을 미뤄 합병을 불허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공정위 측은 “먼저 우리가 조치를 내리면 해외 경쟁당국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조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산은이 추진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EU와 미국, 일본, 중국 경쟁당국이 양사 통합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EU와 미국은 항공 운임 상승 등 소비자 피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운수권 반납 등 강도 높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승인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승인 3년 미룬 공정위도 실기 논란
‘빅2’로 조선산업 재편 계획이 무산되면서 정부와 KDB산업은행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2001년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가 된 산은은 2019년 현대중공업과 합병을 추진했다. 18년간 채권단이 관리해온 대우조선 민영화 조치였다. 2015년 이후 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자금만 약 7조 원에 달한다.
2019년 인수 계약 당시 업계에서는 머스크 등 대형 선주들이 포진한 유럽연합(EU)이 독과점에 민감해 기업결합 심사에서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론이 나왔다. 하지만 산은은 선박 입찰 과정에서 선주사 주도의 가격 결정 관행이 있어 과점 우려가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흡수하지 않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로 두는 구조를 만들면 독과점 시비를 피해갈 수 있다고 봤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당시 한국이 내세운 통합 명분이 EU를 설득시키기엔 너무 약하다는 말이 있었다. 합병을 너무 쉽게 봤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3년 동안 무리하게 합병을 추진하면서 오히려 대우조선의 구조조정 적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책임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 승인을 3년째 미룬 것이 EU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공정위가 선제적으로 합병을 승인하지 않고 해외 경쟁당국 눈치만 보며 결정을 미뤄 합병을 불허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공정위 측은 “먼저 우리가 조치를 내리면 해외 경쟁당국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조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산은이 추진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EU와 미국, 일본, 중국 경쟁당국이 양사 통합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EU와 미국은 항공 운임 상승 등 소비자 피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운수권 반납 등 강도 높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승인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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