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뇌에 가깝게… 삼성, 획기적 컴퓨팅 기술 개발

서형석 기자

입력 2022-01-14 03:00 수정 2022-01-14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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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램 인 메모리 컴퓨팅’ 네이처 게재


삼성전자가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에서 ‘사람의 뇌’처럼 데이터 저장과 연산 처리를 한 군데서 할 수 있는 정보처리(컴퓨팅) 기술을 개발했다. 메모리반도체 글로벌 1위인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13일 종합기술원과 파운드리사업부의 ‘자기저항메모리(M램) 기반 인(in) 메모리 컴퓨팅’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제1저자는 정승철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이다.

일반적으로 컴퓨팅은 중앙처리장치(CPU)가 명령을 내리면 메모리로부터 데이터를 가져와야 한다. 이후 데이터를 처리(연산)한 뒤 그 결과값을 다시 메모리로 보내 저장하는 과정을 거친다. 현재 컴퓨터, 스마트폰, 스마트TV 등 대부분 디지털 기기가 이러한 형태다.

인 메모리 컴퓨팅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는 메모리가 스스로 연산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단계 진보한 기술이다. CPU 명령을 받은 메모리가 내부 데이터를 스스로 연산하고 그냥 그 자리에 저장해 두면 되기에 데이터 이동이 필요치 않다. CPU가 필요로 하는 경우 결과값만 CPU에 보내면 된다. 메모리와 CPU 사이의 데이터 전송 횟수가 줄어 전력 사용량이 적고 속도가 빨라진다. 메모리반도체이면서도 연산이 가능한 시스템반도체 성능까지 가지는 것이어서 활용도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인 메모리 컴퓨팅 기술은 낸드플래시나 P램, R램 등 전원이 꺼져도 자료가 남는 비휘발성 메모리반도체에서 개발된 적이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성과는 M램에서의 세계 첫 기술 구현이다. M램은 자석의 성질을 띠는 자기(磁氣) 방식 메모리다.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전송 속도가 빠르며, 필요 전력 또한 적어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로 꼽힌다. M램에서의 인 메모리 컴퓨팅 기술이 산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M램 기반의 인 메모리 컴퓨팅 기술은 궁극적으로 3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로 꼽히는 ‘뉴로모픽’ 실현 가능성에 한발 다가선 것으로 평가된다. 뉴로모픽은 사람의 뇌 신경망처럼 인지, 추론 등 고차원 기능을 재현하려는 목표로 세계 반도체 업계가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사람의 뇌는 약 100조 개의 신경세포(뉴런)가 모여 있다. 이렇게 복잡한 뇌를 닮은 반도체를 구현하려면 메모리 집적도(1개의 반도체 칩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등 소자의 수)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M램 기반 인 메모리 컴퓨팅 기술이 유력한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삼성전자로서도 이러한 신기술을 통해 메모리반도체에 집중된 경쟁력을 AI, 연산 기능이 있는 시스템반도체 분야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AI 반도체 시장은 2025년까지 매년 매출 기준으로 30%씩 성장이 예상된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인텔과 IBM 등도 인 메모리 컴퓨팅 기술을 개발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M램 기반 기술을 먼저 확보하면서 격차를 좁히는 것도 기대된다.

정 연구원은 “인 메모리 컴퓨팅은 메모리와 연산이 접목된 기술로 기억과 계산이 혼재된 사람의 뇌와 유사한 점이 있다”며 “이번 연구가 뉴로모픽 기술의 연구개발 및 상용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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