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택배파업 보름… 커지는 노조-비노조 갈등

변종국 기자

입력 2022-01-13 03:00 수정 2022-0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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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노조원들 배달 나서려 하지만, 노조 방해로 차질-금전 피해도 커져
SNS모임 만들어 피해 공유-대책나서… 노조, 분배개선 등 요구하며 파업
“원청회사-정부에 장기화 책임… 내일까지 대화 불발땐 18일 상경”


택배노조(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파업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노조원과 비노조원 간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비노조원 택배기사들은 노조 파업에도 불구하고 택배 물량을 배달하려 하지만 노조원들의 방해로 차질을 빚는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계약이 해지돼 금전적 피해도 크다며 온라인 모임을 만들어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반면 택배노조 측은 원청회사(CJ대한통운)와 정부, 더불어민주당 등에 파업 장기화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비노조원 택배기사 390여 명이 모여 최근 만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모임에 따르면 택배노조가 비노조원의 업무를 방해해 피해가 크다고 주장했다. 모임 게시판에는 경기 고양시의 한 대리점에서 택배노조가 배달 물품을 처리하지 않은 것을 비노조원이 대신 처리하려다가 싸움이 벌어지는 영상도 올라왔다. 비노조원이 “우리 대리점에 온 건 내가 배송할 의무가 있다. 배송 안 할 거면 내가 하겠다”고 하자 노조원이 “이건 내 것”이라며 다툼을 벌였다. 노조원들은 자신의 담당 지역 택배이기 때문에 다른 기사들이 물건을 배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노조원은 노조원이 쌓아놓은 상자들 때문에 자신의 물건도 싣지 못해 업무를 방해받는다고 호소했다.

게시판에는 “택배노조는 배송 편한 아파트와 작은 물건만 배송하고, 일반 번지 배송은 안 하겠다고 한다”, “파업 때문에 거래처 날아가고 수입 줄어드는데 파업 중인 노조원은 쿠팡에서 일하고 있다. 처벌 못 하느냐”는 성토가 이어졌다.

비노조원들은 택배노조로 인한 피해를 알리고 함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모임을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여론을 조성하고 필요하면 택배노조에 법적 대응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모임을 만든 택배기사 김슬기 씨는 12일 “택배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그 믿음이 택배노조 때문에 깨졌다. (잘못된) 파업을 더는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 씨는 “파업으로 거래처가 실시간으로 줄고 있다. 노조 때문에 김포의 한 대리점주가 극단적 선택도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실제로 경기 지역의 택배기사 A 씨는 최근 수년간 이어오던 한 거래처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A 씨는 “거래처에서 웬만하면 참겠는데, 파업으로 환불과 주문 취소가 너무 늘었다고 문제 삼았다. 파업 때문에 피해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A 씨는 “CJ대한통운 대리점 중 10∼20% 정도 거래처 물량이 날아간 곳이 많다. 나는 100만 원 이상 수입이 줄었는데, 주변에 수백만 원 수익이 줄어든 분들도 많다”고 했다.

또 다른 택배기사 B 씨는 “배송이 안 돼 고객들이 직접 물건을 찾으러 대리점에 오면 노조원들이 고객을 못 들어오게 막는 경우도 있다. 고객 원성을 비노조원들이 대신 들어야 한다”며 “식재료가 배달되지 않아 항의하러 오는 음식점 사장님, 부모님이 농사지어 보낸 식재료를 배달하지 않아 썩게 만드는 일을 볼 때면 택배 이미지가 나빠지겠구나 싶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택배노조 측은 여전히 택배요금 인상분 분배 개선과 당일 배송 등의 조건을 담은 계약서 철회, 과로사 방지 대책 등을 제대로 이행하라며 파업을 15일째 이어가고 있다. 사회적 합의에서 약속한 분류 도우미를 제대로 투입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에 현장 실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14일까지 노사 대화가 불발되면 단식 투쟁에 이어 18일 전 조합원 상경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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