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앞두고 터진 붕괴사고에 건설업계 당혹

황재성 기자

입력 2022-01-12 11:54 수정 2022-01-1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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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3시 47분경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28∼34층에서 일하던 작업자 6명이 연락 두절 상태다. 소방 당국은 타워크레인 붕괴 우려 등의 이유로 현장에 접근하지 못한 채 수색을 중단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하필 이런 시점에….”

11일(어제) 광주 서구의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터진 외벽붕괴사고 소식을 접한 대다수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첫 반응이다. 27일로 예정된 중대재해특별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발생한 이번 사고로 건설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질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사고는 대형 건설사가 시공하는 고층 건물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소규모 공사와 달리 각종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장치가 훨씬 꼼꼼하고 다양하게 마련돼 있어서다. 사고원인을 밝히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반적인 공사지연도 불가피해졌다. 올해 11월로 예정돼 있는 아파트 입주 지연 등 후속적인 다양한 피해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1일 외벽이 무너져 내린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사고 잔해가 곳곳에 흩어져 있다. 이 아파트는 5개동 316채 규모로 2020년 3월 착공해 올 11월 완공될 예정이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가 불러올 파장
11일 오후 3시46분경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신축 중이던 주상복합아파트 한 동의 23~34층 바깥벽과 구조물이 무너졌다. 당시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를 쏟아 붓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이 사고로 작업자 1명이 다쳤고, 다른 작업자 6명은 12일(오늘) 오전 11시 현재까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시공을 맡은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있을 수 없는 일이 터졌다.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12일 현장을 찾은 유병규 현산 대표이사는 사과문을 통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실종자분들과 가족분들, 광주 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건설업계에선 이번 사고에 크게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를 포함한 산업계 전체가 중대재해법에 대해 처벌 대상이 모호하고 과도한 처벌로 기업에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반대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

게다가 현산은 지난해 6월 이번 사고 현장에서 멀지 않은 광주 학동 4구역에서 철거공사를 진행하다 건물이 붕괴하는 사고를 낸 전력이 있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정도로 큰 사고를 낸 지 7개월 정도 지난 상황에서 또다시 대형 사고를 일으킨 셈이다. 곱지 않은 시선이 몰리는 이유다.




● 사고 원인 규명 오래 걸릴 수도

현재까지 거론되는 이번 사고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자재 등을 실어 올리는 타워크레인이 무너지며 건물 외벽과 부딪혔고, 이 충격으로 건물 외벽이 무너졌을 가능성이다. 당시 강풍이 불었던 점을 감안한 자연재해라는 주장도 나온다.

건설공사라면 빠지지 않는 부실시공 가능성도 제기된다. 콘크리트가 다 굳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무리하게 추가공사를 진행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사고의 원인 규명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규모라면 설계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각종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요구조건과 절차 등이 꼼꼼하게 마련돼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대형 건축물 공사현장에선 이를 거스르고 공사를 진행하기도 쉽지 않다”며 이례적인 사고로 보고 있다.

결국 건축물의 설계부터 사용자재의 적정성 여부, 시공·감리 과정 및 절차의 적정성과 정확성, 공사현장 참가자 및 본사 관리 시스템 등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검증과 분석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6월 발생한 현산의 철거공사 현장 붕괴사고는 사고 발생 후 원인을 규명한 조사보고서가 나오는데 불과 2개월 남짓 걸렸다. 하지만 이번 사고 보고서는 최소 6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해당 신축 아파트에서는 전날 오후 3시46분쯤 외벽이 붕괴돼 6명이 실종됐다. 국토교통부 제공
● 후속 피해 불가피할 듯
원인 규명의 장기화는 전반적인 공사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사 현장을 보존한 상태에서 원인 분석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건물 일부가 무너진 만큼 해당 건물을 부분적으로 보수하기보다는 철거 후 다시 지어야 구조적인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일정이 추가돼야 한다는 뜻이다.

사고가 난 아파트는 지하 4층~지상 39층, 7개 동에 847채 규모의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이 들어서는 주상복합아파트 단지로, 올해 11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전반적인 사업 일정은 내년 말 이후로 대폭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한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의 연속적인 피해도 불가피해졌다. 전체 단지의 준공 일정이 미뤄지면 그만큼 입주 시기도 늦춰지기 때문이다. 시공사인 현산의 신인도 추락도 예상된다. 실제로 광주시는 12일 사고현장을 포함해 시공사인 현산의 모든 건축·건설현장에 공사중지명령을 내리는 등 강력한 처벌을 예고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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