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사람들과 MIT 공대생이 잠수함을…
이지훈 기자
입력 2022-01-12 03:00:00 수정 2022-01-16 23:15:38
코믹극 ‘메이드 인 세운상가’
北, 올림픽 앞둔 전두환 시절 도발… “서울 물바다” 위협에 상인들 뭉쳐
연출가 최원종 “상황은 우습지만 맘편히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

사람들은 자신의 적성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 무겁고 진지한 글만을 써왔던 희곡 작가가 빵빵 웃음을 터뜨리는 코미디극 연출가가 되기도 한다. 최원종 연극연출가(46·사진)가 그런 사람이다.
2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메이드 인 세운상가’는 그의 코미디 신작이다. 작품은 1986년 북한이 댐을 무너뜨려 “서울을 물바다로 만들겠다”고 거짓 위협한다 주장한 전두환 정권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10일 종로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최 연출가는 “상황은 우스꽝스럽지만 맘 편히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라며 “사람들이 마주하는 역사의 딜레마는 이 시대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대학로에서 ‘진지함의 대명사’로 불렸다. 200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독립·예술영화를 좋아했던 작가였다. 코미디극은 ‘삶을 희화화시킨다’는 이유로 싫어했다. 그런 그가 코미디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는 솔직했다. “사람들이 제 작품을 안 보니까요.” 그는 “관객을 웃게 해주고 싶은데 왜 관객들을 힘들게만 하는 걸까 하는 마음이 항상 나를 괴롭혔다”고 고백했다.
그러던 와중에 희곡 작가 이만희가 “어두운 작품을 잘 쓰니 코미디도 잘 쓸 것 같다”고 그에게 조언했다. 그때부터 최 연출가는 단순히 사람을 웃기는 개그가 아닌 ‘지질함’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코미디 드라마를 써내려갔다. 그는 “살면서 제가 처했던 상황을 아주 솔직하게 쓰니까 사람들이 보고 좋아해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불면증에 걸렸던 20대 후반, 그는 긴 밤을 때울 ‘킬링 타임’용으로 공포 영화를 즐겼다. 그 과정에서 코미디의 본질을 깨닫게 됐다. 그는 “살인마나 재난에 쫓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공포물도 죽음이라는 두려움에 맞선 인간의 본성을 그린다”며 “코미디 역시 웃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의 중요한 부분을 건드리는 장르”라고 말했다.
‘메이드 인 세운상가’ 역시 같은 맥락의 작품이다. 북한의 ‘서울 물바다’ 협박으로 서울올림픽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정부의 발표에 서울을 지키겠다며 잠수함 제조에 나선 세운상가 사람들의 이야기다. 반공 사상이 투철한 포르노 유통업자와 반독재 저항정신으로 똘똘 뭉친 입양아 출신의 메사추세츠 공대생이 극을 이끈다. 최 연출가는 “서로 다른 신념과 배경, 목적을 가진 두 사람이 ‘잠수함 건조’를 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며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만의 선택을 해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의 관객에게도 공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물바다, 반공, 반독재…. 그는 “소재 자체는 다소 무게감이 있지만, 평범한 시민들이 직접 잠수함을 만든다는 우스꽝스러운 설정이 관객의 웃음을 유발할 것”이라며 “코미디에 단련된 배우들도 깔깔대며 웃었다”고 자신했다. 30일까지. 전석 4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北, 올림픽 앞둔 전두환 시절 도발… “서울 물바다” 위협에 상인들 뭉쳐
연출가 최원종 “상황은 우습지만 맘편히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

사람들은 자신의 적성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 무겁고 진지한 글만을 써왔던 희곡 작가가 빵빵 웃음을 터뜨리는 코미디극 연출가가 되기도 한다. 최원종 연극연출가(46·사진)가 그런 사람이다.
2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메이드 인 세운상가’는 그의 코미디 신작이다. 작품은 1986년 북한이 댐을 무너뜨려 “서울을 물바다로 만들겠다”고 거짓 위협한다 주장한 전두환 정권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10일 종로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최 연출가는 “상황은 우스꽝스럽지만 맘 편히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라며 “사람들이 마주하는 역사의 딜레마는 이 시대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대학로에서 ‘진지함의 대명사’로 불렸다. 200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독립·예술영화를 좋아했던 작가였다. 코미디극은 ‘삶을 희화화시킨다’는 이유로 싫어했다. 그런 그가 코미디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는 솔직했다. “사람들이 제 작품을 안 보니까요.” 그는 “관객을 웃게 해주고 싶은데 왜 관객들을 힘들게만 하는 걸까 하는 마음이 항상 나를 괴롭혔다”고 고백했다.
그러던 와중에 희곡 작가 이만희가 “어두운 작품을 잘 쓰니 코미디도 잘 쓸 것 같다”고 그에게 조언했다. 그때부터 최 연출가는 단순히 사람을 웃기는 개그가 아닌 ‘지질함’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코미디 드라마를 써내려갔다. 그는 “살면서 제가 처했던 상황을 아주 솔직하게 쓰니까 사람들이 보고 좋아해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불면증에 걸렸던 20대 후반, 그는 긴 밤을 때울 ‘킬링 타임’용으로 공포 영화를 즐겼다. 그 과정에서 코미디의 본질을 깨닫게 됐다. 그는 “살인마나 재난에 쫓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공포물도 죽음이라는 두려움에 맞선 인간의 본성을 그린다”며 “코미디 역시 웃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의 중요한 부분을 건드리는 장르”라고 말했다.
‘메이드 인 세운상가’ 역시 같은 맥락의 작품이다. 북한의 ‘서울 물바다’ 협박으로 서울올림픽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정부의 발표에 서울을 지키겠다며 잠수함 제조에 나선 세운상가 사람들의 이야기다. 반공 사상이 투철한 포르노 유통업자와 반독재 저항정신으로 똘똘 뭉친 입양아 출신의 메사추세츠 공대생이 극을 이끈다. 최 연출가는 “서로 다른 신념과 배경, 목적을 가진 두 사람이 ‘잠수함 건조’를 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며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만의 선택을 해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의 관객에게도 공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물바다, 반공, 반독재…. 그는 “소재 자체는 다소 무게감이 있지만, 평범한 시민들이 직접 잠수함을 만든다는 우스꽝스러운 설정이 관객의 웃음을 유발할 것”이라며 “코미디에 단련된 배우들도 깔깔대며 웃었다”고 자신했다. 30일까지. 전석 4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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