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떼도 알아서 굴러간다… 수익률도 고공비행

서영아 기자

입력 2022-01-12 03:00 수정 2022-01-1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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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커지는 TDF 시장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용 불안과 고령화…. 직장인들의 미래는 그저 불안하다. 이런 가운데 퇴직연금, 그중에서도 타깃데이트펀드(TDF)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퇴직연금 자산운용 시장은 지난해 시중자금 6조 원을 빨아들였다. 이 중 58%인 3조5000억 원이 TDF에
들어왔다. 여기에 더해 이르면 6월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디폴트 옵션 도입이 불붙은 퇴직연금 자산운용 시장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전망한다.
3회에 걸쳐 한국 TDF 현황을 살펴본다.》

○퇴직연금=쥐꼬리 수익률?
직장인들의 소중한 노후를 지켜줄 퇴직연금(DB·DC·IRP) 적립액은 2020년 말 기준으로 255조5000억 원에 달한다. 2015년 말 126조3000억 원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문제는 쥐꼬리 같은 수익률이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확정급여형(DB)의 최근 1년 평균수익률은 1.67%, 확정기여형(DC)도 2.18%에 그쳤다. 2021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2.5%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론 마이너스인 셈이다. 장기수익률도 미미하긴 마찬가지다. DB형과 DC형의 최근 10년 평균수익률은 각각 2.48%, 2.77%. ‘퇴직연금=쥐꼬리 수익률’이라는 얘기가 틀린 말이 아니었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보다 89.3%에 달하는 원리금 보장상품 편입비율 탓이다. 직장인들은 평소 퇴직연금 계좌에 쏟을 시간도, 관심도 부족하다. 여기다 “원금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보니 ‘절대 손해 볼 일 없다’는 예·적금형 상품을 택한다. 물가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하며 방치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근 이런 퇴직연금 시장의 분위기를 바꿀 만한 상품으로 TDF가 관심을 끌고 있다. TDF는 투자자가 미리 정한 은퇴 시점(Target Date)에 맞춰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의 투자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산배분 펀드를 말한다. 자산배분과 생애주기별 운용을 통해 일상과 본업이 바빠 은퇴 자금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직장인을 대신해 연금 운용을 도와주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지난해 자산운용 시장에 새로 들어온 6조 원 중 절반이 넘는 3조5000억 원이 TDF에 투자됐다.
○TDF에 천군만마 ‘디폴트 옵션’
올 6월부터는 TDF가 더욱 힘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9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퇴직연금에 대한 ‘디폴트 옵션’ 도입이 결정됐다. 시행 시점은 법률안 공포일로부터 6개월 후. 디폴트 옵션은 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에서 가입자로부터 운용 지시가 없으면 사전에 미리 정한 방법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가입자의 무관심으로 연금계좌가 무작정 방치되는 사례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가장 수혜를 보는 상품으로 TDF가 꼽힌다. 미국에선 2006년 연금보호법이 제정되면서 디폴트 옵션이 도입됐다. 이후 TDF 시장은 연 25% 이상 성장했다. 이어 영국(2008년), 호주(2013년) 등도 디폴트 옵션을 도입했다.

TDF는 투자자가 설정한 은퇴 목표 시점에 맞춰 생애주기 변화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게 된다. 마치 비행기의 자동항법 장치나 자율주행차처럼 투자자의 연금 운용을 편안하게 돕게 된다. TDF 상품명 뒤에 붙은 네 자리 숫자는 은퇴 목표 시점을 가리킨다. 일명 ‘빈티지’라 불린다. 통상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은 낮추고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은 높이게 된다.
○복리로 늘어나는 펀드 수익률
자산운용업계가 지난 3, 4년 동안 쌓아온 TDF 상품의 성과는 고무적이다. 예컨대 지난해 ‘KB온국민TDF2055증권투자신탁’은 18.07%의 수익률을 냈다. 최근 3년 데이터가 있는 TDF 중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45’는 3년 누적수익률이 67.8%(2021년 12월 말 기준)로 안정적인 성과를 보여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TDF 순자산 점유율 1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3조5116억 원), 2위는 삼성자산운용(1조6867억 원), 이어 한국투자신탁운용(9862억 원) 순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9년 말에 수탁액 1위에 오른 뒤 2, 3위와 뚜렷한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한국형 ‘글라이드 패스’
김근호 미래에셋자산운용 연금마케팅1본부장은 “2020년 코로나 사태 직후가 변곡점이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그해 3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월 고점 대비 30.7%, 코스피는 33.7% 떨어졌다. 모두 망연자실해 있었다. 그는 “시시각각 13개 해외법인의 공식 코멘트를 모아 하루 2번 이상 판매 회사에 제공하면서 미래에셋 TDF에 대한 신뢰를 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마케팅 부서 바로 위층에 TDF와 해외펀드 운영 부서가 있어 시장 상황에 빠른 판단과 대처가 가능했다”고 귀띔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TDF 운용사 중 유일하게 자체 개발한 글라이드 패스(자산배분곡선)를 사용해 독자 운영하고 있다. 연금 투자자들 특징은 리스크 회피 성향이 크면서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원한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퇴직 연령대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어 외국인들의 생애 주기에 맞춘 자산배분 프로그램은 현실과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TDF 포트폴리오에 장기 투자에 적합한 부동산·인프라자산 등을 편입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런 변화의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미래에셋, 급락장서 선방… 변동성 낮고 고수익 강점”



작년 TDF 유입액 1조8000억 ‘국내 절반’
류경식 미래에셋운용 연금마케팅부문대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잇달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연금펀드 수탁액 10조 원을 달성했고, TDF 수탁액은 2019년 국내 1위로 올라선 이래 독주세가 뚜렷하다. 류경식 미래에셋자산운용 WM연금마케팅부문대표를 인터뷰했다.


―연금펀드 수탁액이 10조 원을 넘었습니다. 한국 시장 전체 수탁액 36조9000억 원의 4분의 1을 운용하는 거군요.

“2010년 말 1조2000억 원 규모였던 것에 비하면 10년 남짓한 기간에 8배 이상으로 성장한 셈이죠. 성장을 이끈 상품은 ‘미래에셋 TDF시리즈’입니다. 지난해만 1조8000억 원이 유입됐습니다. 업계 전체 TDF에 3조8900억 원이 들어왔으니 근 절반이 미래에셋을 찾은 것이죠.”


―왜 미래에셋에 자금이 몰릴까요.

“운용성과가 좋고 변동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45’는 최근 3년 수익률이 67.8%(지난해 12월 말 기준)로 동일 유형 상품 중 가장 뛰어납니다. 반면 같은 기간 변동성은 가장 안정적입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초기 미국과 한국 증시가 모두 30% 넘게 하락했지만 이 상품은 21% 손실에 그쳤습니다. 또 원상회복되는 데 걸린 시간도 코스피가 195일, S&P500이 181일 걸린 데 비해 이 상품은 150일이었습니다.”


―TDF에 처음부터 국산 ‘글라이드 패스’를 도입하는 등 독자적으로 접근한 게 눈에 띕니다. 초기 시장에서는 고전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초기에 상품을 선보일 때는 기존 펀드와 다른 운용 방식을 택해 판매사나 투자자들이 잘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 팬데믹이 닥치자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나타났는데 미래에셋이 성과를 실제로 보여주면서 판매사와 투자자들의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100세 시대 노후 준비의 중요성을 논한다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옛 은퇴연구소)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간 연금과 노후 준비, 투자 등에 대한 교육에 꾸준히 매진해온 점도 돋보입니다.

“미래에셋은 설립 초기부터 연금과 자산 운용을 강조해왔습니다. 저성장과 고령화의 시대, 노후 준비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한 것이죠. 앞으로 TDF, 타깃인컴펀드(TIF) 등 글로벌 우량 자산에 분산 투자해 은퇴 자산의 적립에서 인출까지 관리할 수 있는 종합 연금 솔루션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것입니다.”

글 싣는 순서
1. 자율 주행하는 펀드


2. 기지개 켜는 한국 퇴직연금

3. 자산-정기수입 TIF 시장도 시동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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