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도 아닌데…아파트 단지명에 ‘목동’ 넣으려 2년째 법정다툼

뉴스1

입력 2022-01-11 11:38 수정 2022-01-1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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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센트럴 롯데캐슬로 명칭 변경 소송 중인 신정뉴타운 롯데캐슬 아파트 문주. © 뉴스1

집값에 전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입주민들은 아파트 가치 올리기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유리한 것은 더하고, 불리한 것은 빼기 위해 단지명 변경에도 나섰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아파트는 단지명에 ‘목동’을 넣기 위해 2년째 법정 다툼 중이다.

11일 부동산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신정뉴타운 롯데캐슬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양천구청장을 상대로 낸 아파트 명칭변경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단지는 아파트 명칭을 ‘목동 센트럴 롯데캐슬’로 바꾸기 위해 입주자 80% 이상 동의를 얻어 지난 2020년 말 양천구청에 명칭 변경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양천구청은 아파트가 신월동 소재인데 목동으로 표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신청을 반려했다.

구청 처분에 반발한 입주민들은 이듬해 2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인근 신축 아파트들이 신월동·신정동임에도 목동센트럴 아이파크위브, 래미안 목동아델리체 등 ‘목동’ 명칭을 보편적으로 쓰고 있다며 반발했다. 재산권도 과도하게 제한받았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구청 손을 들어줬다. 단지가 목동과 멀리 떨어져 있고, 행정구역도 명확하게 구분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그럼에도 사용을 승인할 경우, 선호도가 높은 ‘목동’이 아파트명에 무분별하게 쓰일 수 있어 일반인들의 인식에 혼란을 줄 수 있단 점도 덧붙였다.

단지 입주자 대표회의는 1심 판결을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이 사건은 올해 서울고법에서 또 한 번 판단을 받게 된다.

업계에서는 아파트 명칭 변경은 단순한 네이밍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집은 거주 공간을 넘어 재산 가치가 큰 주요 자산이라는 인식이 뚜렷하다”며 “단지명이 시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유불리를 따져서 바꾸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명은 ‘같은 생활권’이라는 인식이 각인될 수 있어 시세에도 일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단 평가다.

일례로 강남구 역삼우성아파트는 행정구역이 역삼동에서 도곡동으로 개편된 뒤 아파트명을 ‘도곡우성아파트’로 바꿨다. 도곡동은 강남의 명품 주거지로 불린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4월 단지명이 바뀌기 전에는 18억원(1월)에 거래됐지만, 명칭 변경 4개월 만인 8월엔 21억원까지 훌쩍 뛰었다.

아파트 명칭이 곧 이미지로 이어지다 보니, 단지명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넣기 위해 사활을 걸거나 공공·임대 아파트 브랜드가 들어간 단지명을 개명하는 사례도 많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땅 투기 의혹이 불거졌을 땐 단지명에 ‘LH’를 빼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아파트 명칭 변경 과정은 비교적 간단하다. 변경된 명칭에 부합하는 외관을 갖추기 위해 명판 등을 교체하고, 시공사 승낙과 전체 소유자 80% 서면 동의를 얻으면 구청 심의를 거쳐 바꿀 수 있다. 다만 명칭 변경에 따라 타인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면 신청이 반려될 수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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