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능 예측해 환자 맞춤형 항암 치료 가능[이진한 의사 기자의 따뜻한 약 이야기]

이진한 의사 기자

입력 2022-01-12 03:00 수정 2022-01-2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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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마커바이오, 생체지표 기반 항암제 개발
환자 유전자 미리 파악해 투약 여부 결정





이진한 의사 기자
바이오마커(생체지표)는 우리 몸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알아내는 유전적 지표다. 단순하게 예를 들면 감기에 걸리면 체온이 올라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바이오마커를 이용하면 약물을 투여하기 전에 그 약물에 우리 몸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예측할 수 있다. 암환자에게 특정 항암제를 투여하기 전에 그 효과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항암제만 선별적 투약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환자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 이와 동시에 반응하지 않는 항암제를 투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무의미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대장암, 폐암 등의 항암제를 개발해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웰마커바이오가 그 주인공이다. 이곳은 창업도약패키지에 선정되어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 지원을 받아 사업 규모를 늘리고 있다. 웰마커바이오의 진동훈 대표를 만나 치료반응 예측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항암제 개발에 대해 들어봤다.


―이른바 ‘빅5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의 스핀오프(분사 설립) 1호다. 유리한 점은?

“서울아산병원 내 연구개발(R&D)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 또 풍부한 임상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창업 단계부터 관심을 많이 받았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믿고 투자를 해 최근에는 14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웰마커바이오의 대장암 항암제는 다른 항암제와 무엇이 다른가.

진동훈 대표

“항암제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350조 원 가까이 되는 큰 시장이다. 항암제의 종류는 1세대 화학요법, 2세대 표적치료제, 3세대 면역치료제가 있다. 현재 널리 쓰이는 대장암 표적치료제로는 얼비툭스가 있는데 이 치료제는 한달에 600만 원 정도 드는 고가다. 문제는 이 치료제로도 환자의 절반 가까이는 아무 효능이 없거나 암이 재발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우리가 개발하는 표적치료제는 얼비툭스에 반응하지 않거나 내성이 생긴 환자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항암제와 치료반응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를 함께 개발한다는 것이다.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하기 전에 환자가 특정 유전자를 보유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데 그 유전자 유무에 따라 우리 항암제 투여 여부를 결정한다. 이런 방법을 통해 환자군을 선별할 수 있고 약효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다.”

―개발 중인 폐암 항암제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최근 들어 3세대 약물인 면역치료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미국의 한 글로벌 제약사는 면역치료제를 개발해 단일 약물 하나만으로 15조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그러나 그런 약물도 여전히 단점이 있다. 약물 투여 이후 전혀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해당 약물에 대한 반응성이 없는 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3세대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동물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대장암 치료제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인데 어느 정도 진행됐나.

“대장암 치료제인 ‘WM-S1’은 현재 호주에서 1a상을 하고 있다. 바이오마커 분석을 통해 투여 용량 등을 결정한다. 조만간 실제 안정성과 일부 효능을 유추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하반기(7∼12월)에는 임상 2상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담도암이나 췌장암 두경부암 폐암 등으로 확대해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 2곳과 병용 임상을 논의 중이다.”


이진한 의사 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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