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혈액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기회 생겼어요”

홍은심 기자

입력 2022-01-12 03:00:00 수정 2022-01-1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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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세브란스병원 교수 인터뷰
‘CAR-T 치료센터’ 이달 중 오픈… 혈액내과 교수진-전임의 등으로 구성
재발-불응성 혈액암 ‘킴리아’ 치료 전담… 백혈병 등 다양한 혈액질환 연구 수행도


혈액암의 일종인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 환자에서 쓸 수 있는 치료제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간 1차 치료에 불응하거나 재발을 경험한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 환자는 마땅히 사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 없어 장기 생존율을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김진석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
1월 서울 세브란스병원에 CAR-T 치료센터가 문을 열 예정이다. 혈액암의 일종인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은 질병 진행 속도가 빠른 공격형 림프종으로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1년 이내 사망할 수 있다. 다행히 80∼90%의 환자는 진단 후 처음 진행하는 치료를 통해 부분 관해 이상의 반응을 얻어낼 수 있다. 문제는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하는 환자다. 실제로 10∼15%의 환자는 1차 치료에 불응하고 20∼25%는 재발을 경험한다. 이런 환자에게 사용해볼 수 있는 방법이 CAR-T(킴리아) 치료제다. 김진석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에게 관련 내용을 들어봤다.


―CAR-T 센터는 어떻게 운영되나.


세브란스병원의 CAR-T 치료는 혈액내과에서 담당하게 된다. 혈액내과의 림프종, 백혈병, 다발골수종 등 다양한 악성혈액 질환에 대한 조혈모세포이식 경험이 풍부한 7명의 교수진과 전임의, 전공의, 전담 간호사와 코디네이터가 CAR-T 치료를 담당한다. 환자 말초혈액 채취와 이송 등을 담당할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진과 성분헌혈실·세포치료센터의 담당 직원도 있다. 향후 혈액내과에서는 림프종, 다발골수종과 관련해 CAR-T 치료와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며 백혈병 등 다른 혈액질환에 대해서도 다양한 세포치료 관련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허가 전부터 킴리아 치료제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있었다. 센터 오픈으로 세브란스에서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킴리아는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 환자 중 2회 이상 전신치료 후 불응성 또는 재발성을 보인 환자에게 승인된 치료제다. 그동안 알려진 치료제로는 치료 성적이 좋지 않아 대부분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없는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다.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 환자의 경우 1차 치료로 R-CHOP 항암치료 후 재발할 경우 구제항암치료를 진행한다. 젊은 환자는 추가로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후 또 재발하면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거의 없었다. 일부 젊은 환자에서는 조직형이 일치하는 다른 사람의 조혈모세포를 몸에 주입하는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할 수 있지만 치사율이 30∼40%로 매우 높고 기증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 실패한 뒤에는 현실적으로 장기 생존을 기대하기는 거의 어려운 상황이다.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이 비교적 항암제에 민감하고 치료가 잘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어서 기대수명은 6개월에 불과했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킴리아라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생긴 것이고 일부 환자들에서 완치까지 가능하다는 점은 임상적으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브란스병원의 CAR-T 치료센터 개소로 국내 재발성·불응성 혈액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환자들이 CAR-T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의 우리나라 유병률은 어느 정도인가.

악성 림프종은 우리 몸의 면역 세포인 림프구가 성숙하는 장소인 림프절에 원발성으로 생기는 암으로 혈액암 중 가장 흔하다. 악성 림프종은 조직학적으로 호지킨림프종(5%)과 비호지킨림프종(95%)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비호지킨림프종은 B림프구에서 생기는 B세포형(80%)과 T림프구에서 생기는 T세포형(20%)으로 나뉘며 가장 흔한 B세포형 종류로는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이 있다.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은 비호지킨림프종의 약 45%를 차지하며 질병의 진행 속도가 빠른 공격형 림프종으로 분류돼 진단 후 바로 적절한 항암치료를 받지 않으면 장기간 생존하기 어려운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발생하는 전체 림프종 환자 약 6000명 중 45%가 해당된다.

주요 증상은 침범 부위에 따라 목이나 서혜부 등 신체 일부분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통증은 없는 경우가 많다. △6개월간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10% 이상 감소 △특별한 원인 없이 38.6도 이상의 열이 지속 △잠잘 때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나는 땀(야간 발열)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으나 모든 환자에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CAR-T 센터에서 킴리아 치료를 받기 위해 환자들은 어떠한 과정을 거치나.

현재 국내에서 허가 받은 킴리아는 재발 또는 불응성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의 3차 치료 및 재발 또는 불응성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허가 사항에 해당하는 환자만 투약이 가능하다.

CAR-T 치료제의 생산 과정은 백혈구 성분 채집술이라고 하는 혈액 내 백혈구 여과 과정을 통해 환자의 정맥에서 채취한 T세포를 포함한 백혈구를 제조시설로 운반한다. 특이 항원을 발현하는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재프로그래밍을 한 후 배양과 엄격한 품질 검사를 거쳐 CAR-T 제제를 만든다. 만들어진 CAR-T 제제를 세브란스병원의 CAR-T 센터와 같은 치료 기관으로 보내면 해당 환자에게 적절한 항암치료 후에 주입된다.


―킴리아 치료로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CAR-T 치료를 받은 환자의 전체 반응률은 53%였다. 그중 39.1%의 환자가 완전관해(치료 후 암이 있다는 증거가 없어진 경우)에 도달했다. 또 부분 관해를 보인 환자의 54%는 나중에 완전관해로 전환됐다고 보고됐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발표된 암 치료 지침인 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재발 또는 불응성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 환자의 3차 치료로 매우 높은 근거 수준으로 CAR-T 치료제를 표준요법으로 권고하고 있다.

약물 이상반응은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과 신경독성 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러한 합병증은 적절한 치료로 대부분 조절이 가능하다. 다만 CAR-T 치료제의 생산을 위해서는 적절한 말초혈액의 T 세포 채취를 통한 CAR-T 생산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일부 환자의 경우는 CAR-T 생산에 실패해 투약이 불가능해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또 CAR-T 생산을 위해서는 4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이 기간 동안 기저질환이 많이 진행돼 환자의 전신상태가 악화되면 투약이 어려울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당부할 것은….

재발, 불응 환자들이 최상의 CAR-T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의료진이 힘쓰겠다. 부디 의료진을 믿고 치료에 임해주길 바란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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