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샷 찍으러 백화점으로’…랜드마크 만드니 MZ세대 ‘북적’

신동진 기자

입력 2022-01-10 14:31 수정 2022-01-1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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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유통업계 맏형들이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에는 없는 ‘랜드마크’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소비에 익숙해진 고객들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콘택트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각 쇼핑몰별 명소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샷 무대를 도배하면서 매장 홍보는 물론 관련 매출이 절반 가까이 오르는 실적 상승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10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서울 중구 본점이 외벽의 발광다이오드(LED)로 연출한 ‘매지컬 홀리데이’ 영상은 이날 기준 공식 유튜브 채널 조회 수 211만 회, 인스타그램 조회 수는 1만2000회에 달했다. 방문한 장소를 표시하는 용도로 주로 쓰이는 해시태그는 94만 개를 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외벽 중앙의 광고를 없애고 건물 통째를 초대형 디지털 광고판으로 만들었다. 영화 ‘위대한 쇼맨’을 오마주한 3분짜리 영상은 SNS 인증샷과 동영상 등으로 확대·재생산되면서 전국에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 영상이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탄 지난달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약 40% 증가했다. 지난해 서울 주요 백화점들의 연평균 매출 증가분이 20% 안팎인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상승폭이다.

롯데쇼핑 제공
명동이 신세계 판이라면 잠실은 ‘샤넬 아이스링크’가 화제다. 롯데백화점이 샤넬 시그니처 향수 넘버5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야외광장에 마련한 아이스링크는 하루 1000명 입장 제한에도 불구하고 한달간 3만 명 예약이 모두 매진됐다. 화이트와 골드 장식으로 멋을 낸 트리와 박스를 배경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의 인증샷 행렬이 몰리면서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1만 건 이상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아이스링크장을 찾은 고객들의 유입으로 샤넬 뿐 아니라 잠실점 화장품 상품군 매출이 41%, 월드타워점 전체 매출은 53% 성장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은 압구정 본점과 무역센터점, 더현대서울(여의도), 판교점 등 주요 점포 4곳에 300여 그루의 생목(生木)을 활용해 동화의 한 장면 같은 ‘H 빌리지’를 조성했다. 유동인구 합계 100만 명이 넘는 상권 한복판에 숲속 마을 같은 이색 연출로 가족과 연인 등 연말 백화점 방문객 수가 전년보다 40% 이상 늘었다. 여의도 더현대서울이 아시아 최초로 진행 중인 360도 감성체험 전시 ‘비욘더로드’도 새로운 경험을 찾는 MZ세대들에게 인기가 많다.

유통업계의 랜드마크 마케팅이 주목받는 건 재미와 경험 때문이다. 과거에도 건물을 통째로 야경 명소로 만들거나 이색 옥외전시가 꾸준히 있어 왔지만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이나 화려한 분위기 연출에 그칠 때가 많았다.

롯데쇼핑 제공
그러나 팬데믹은 뻔한 연례행사를 원점에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이커머스로 생필품부터 명품까지 웬만한 물건을 살수 있게 된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는 좀더 색다른 경험을 원하게 된 것이다. 특히 연말 거리두기 강화로 4인 이상 모임이 제한되면서 소통에 목마른 고객들에게 각 백화점들의 감성 명소는 다중과 추억을 공유하고 유대감을 높이는 명소로 주목받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만의 차별화 요소로 고객들에게 감성적인 경험과 재미를 줄 수 있는 참여형 콘텐츠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업체는 아예 쇼핑몰 입점 단계부터 공간 컨설팅을 받기도 한다. 지난해 9월 개장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 의왕은 익선동 공간을 기획한 글로우서울과 손잡고 6612㎡ 규모의 잔디광장과 10동의 통유리 건물 글라스빌로 고급 리조트에 온 것 같은 풍경을 연출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강화에도 주말 약 3만명의 고객이 방문하고 있다. 백화점 최초로 2016년 대구점에 수족관을 설치했던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8월 개장한 대전점에도 4200t 규모의 국내 최초 미디어 아트 결합형 수족관을 마련했다.

현대백화점 제공
이색 경험으로 인한 소비자 각인 효과와 SNS 바이럴(입소문)을 노리는 노력은 업계 불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에 이어 올 1월에도 영동대로 상공에서 신년맞이 드론쇼를 진행했다. 한국타이어는 복합문화공간 피치스도원에서 주황색 타이어를 캔디처럼 만든 조형물로 SNS에 많이 회자됐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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