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미국 경제, 물가상승 악순환 직면”

뉴시스

입력 2022-01-09 12:12 수정 2022-01-0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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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물가와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1970~80년대 미국에서 나타난 ‘임금·물가의 악순환적 상승(wage-price spiral)’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9일 한국은행은 ‘세계경제 포커스’에 실린 ‘美 노동시장의 최근 특징과 평가’ 보고서에서 “미국의 물가·임금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미국 경제 내 물가·임금의 상호 연쇄적 상승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경제는 취업자수 증가세와 실업률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높은 퇴직률, 경제활동 참여 지연 등으로 수급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그 결과 구인건수가 구직자수를 크게 상회하면서 명목임금 상승세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다시 추가 임금의 상승을 야기하는 ‘임금·물가의 악순환적 상승’(wage-price spiral)이 발생할 우려도 나온다.

한은은 “최근 미국 기업체 3분의 1 이상이 물가 상승세에 맞춰 임금을 인상하고 있다”며 “물가와 임금이 각각의 상승세를 가속화 시키는 ‘임금·물가의 악순환적 상승’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 노동시장의 특징을 살펴보면 수요의 경우 전산업에 걸쳐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공급이 고용 회복속도를 결정하는 구직자 우위시장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로인해 고용회복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경기 반등 이후에도 고용 회복이 더디게 진행돼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12분기가 소요됐다면 이번 팬데믹에는 6분기만에 회복했다.

또 해고자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반면, 자발적 퇴직은 급증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퇴직자 수는 지난해 11월 사상 최고치인 452만7000명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노동수급 불균형 심화로 임금 수준이 고용회복에 비해 높은 상승률을 지속하고 있다. 미 취업자 수는 꾸준히 회복되고 있으나 아직 팬데믹 이전 수준을 하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상승률은 예년보다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인 2010~2014년 평균 임금상승률은 2%였으나 팬데믹 이후인 지난해 1~11월은 평균 3.9%로 두 배 가까이 높다.

한은은 “이러한 현상은 이번 위기의 경우 과거 경기침체(수요충격)과 달리 노동수요·공급 충격이 동반됐기 때문”이라며 “노동수요는 경제활동 재개로 빠르게 회복된 반면 팬데믹의 장기화로 노동공급 회복이 지속적으로 지연된 데 주로 기인한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에서 임금 중 공통요소와 물가중 공통요소 간의 상관계수도 크게 높아졌다. 물가·임금 상승률의 공통요소간 상관계수는 2008년 7월~2020년 2월 0.48 이었는데 반해 지난해 1~10월 0.70으로 집계됐다. 이 숫자가 1에 가까울 수록 상관관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동수 한은 미국유렵경제팀 과장은 “최근의 임금상승이 물가 인상으로 한 단계 이어질 가능성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며 “이 경우 미국 경제에서 물가에 대한 관심이 지난해와 달리 인건비 비중이 높은 서비스요금 상승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신 과장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 대응과 이에 따른 기대인플레이션 안착 정도, 감염병 상황 등에 따른 공급망과 노동수급 불균형의 개선 속도에 따라 향후 임금과 물가상승세가 지속될지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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