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채운 메타버스… 건강진단-보석쇼핑 척척

라스베이거스=홍석호 기자 , 라스베이거스=곽도영 기자 , 라스베이거스=이건혁 기자

입력 2022-01-07 03:00 수정 2022-01-07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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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에 메타버스가 주인공

5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가전·IT전시회 ‘CES 2022’가 2년 만에 오프라인 현장에서 막을 올렸다. 굵직한 기업들의 불참 또는 부스 축소로 비게 된 자리는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한 혁신 기술기업들이 채웠다. 위 사진은 본보 홍석호 기자가 프랑스 기업 다쏘시스템의 메타버스 기반 의료 서비스를 체험하는 모습. 라스베이거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당신의 버추얼 트윈(가상 쌍둥이)을 만나보세요.’

5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전시회 ‘CES 2022’가 막을 올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의 메인 전시장 중 하나인 노스홀 입구로 들어서자 수천 개의 소형 발광다이오드(LED)로 만들어진 거대한 화면과 문구가 기자를 마주했다. ‘인간을 위한 3D’를 모토로 내세운 프랑스 기업 다쏘시스템의 부스였다. 3차원(3D) 메타버스(가상세계) 엔지니어링 기업이다.

직원 안내에 따라 부스에 있는 카메라로 얼굴을 인식시키니 잠시 뒤 대형 스크린에 마스크로 반쯤 가린 기자의 얼굴과 가상의 뇌, 전신 형태가 차례로 떠올랐다. 스크린 앞에 서서 손으로 메타버스 속 뇌를 시계 방향으로 회전시킬 수도, 팔을 들었다 내렸다 할 수도 있었다. 가상세계에서 나의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는 게 이 회사가 제시한 버추얼 트윈의 콘셉트다. 스티븐 러바인 다쏘시스템 총괄은 “메타버스 속 나인 버추얼 트윈을 360도 돌려 보며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진단받는 것을 도울 수 있다”며 “몸이 불편하거나 고령인 환자를 메타버스에서 진료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년 만에 오프라인 현장에서 관람객을 맞이한 CES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굵직한 기업들이 대거 불참했다. 이들이 비운 자리는 대부분 메타버스 혁신 기술기업으로 채워졌다. 현대자동차, LG, 한글과컴퓨터그룹 등 국내 참가 기업도 각자 부스에서 메타버스 공간을 선보였다.

메타버스는 팬데믹으로 인한 인류의 단절 속에서 급격히 주목받은 기술. CES에 나온 기업들 역시 ‘더 나은 인간의 삶’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일상 회복과 개인 간 연결에 대한 열망도 메타버스 기술들에 반영됐다. 소니와 HTC 등은 대면 만남을 넘어 가상공간에서 커뮤니케이션과 게임을 함께 진행할 수 있는 새로운 가상현실(VR) 헤드셋 제품들을 잇달아 공개했다. 직전에 취소되긴 했지만 할리우드 스타 패리스 힐턴도 사교 모임을 할 수 있는 가상의 섬을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론칭한 내용을 연설하려고 했었다.

쇼핑, 전시 관람, 콘서트 등 일상에서의 생활을 가상으로 대체하는 메타버스 기술도 이어졌다.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P&G는 이번 CES에서 자사의 첫 메타버스 플랫폼인 ‘뷰티 스피어’를 공개했다. P&G의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가상공간에서 체험해 보고 다른 이용자들과 후기도 공개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한컴은 이날 화면 속 아바타를 조작해 메타버스에서 보석 쇼핑을 다니며 착용 체험을 하고 직접 구매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브이터치는 메타버스와 원거리 터치, 인공지능(AI)까지 더해진 융합 기술을 선보였다. 눈앞에 보이는 가상의 메타버스 공간에서 넷플릭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손가락으로 찍어 현실 공간의 모니터 쪽으로 옮겨오면 실제로도 모니터에서 앱이 활성화돼 콘텐츠를 시청하는 식이었다. 브이터치 관계자는 “메타버스 안에서 사용자의 현실 동작을 인식하고, 이를 다시 실제의 기기에 반영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두산그룹 전시관 입구에서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이 드럼 공연을 펼치는 모습. 두산그룹 제공
한편 전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로봇 개 시연, 삼성전자의 미래 홈 로봇에 이어 이날은 두산그룹의 협동로봇도 등장했다. 사과를 박스에 넣어 포장하고, 인간 드러머와 함께 박자를 맞춰 드럼을 치는 팔 형태의 협동로봇이 관람객 시선을 끌어당겼다.

가상세계의 신기술 향연이 펼쳐진 반면 현실세계에서의 CES 풍경은 예전과 사뭇 달랐다. 과거 수많은 인파에 치이며 떠밀리듯 들어갔던 입구에는 진행요원 두어 명만 보일 뿐이었다. 개막 시간이 다 되도록 한산함이 이어졌다. 각종 고공 쇼와 먹거리 부스, 대형 전시물들이 즐비하던 센트럴홀 앞 광장에는 ‘우린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라는 표지가 곳곳에 서 있었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현지의 수많은 바이어 중 유일하게 베스트바이만 현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CES 주최 측은 올해 총 약 7만5000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재작년(17만1200여 명) 대비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라스베이거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라스베이거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라스베이거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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