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금융비서 ‘마이데이터’ 잡아라” 금융사 사활 건 경쟁

신지환 기자 , 송혜미 기자

입력 2022-01-06 03:00 수정 2022-01-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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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카드 핀테크 등 33곳 첫 서비스
흩어진 금융정보 한번에 보여주고, 소비성향 등 분석해 맞춤형 제공
빅테크 공세 맞설 수 있는 신무기… 통신-의료 등 결합 정보 늘려야



“고객님, 이달 배달음식에만 35만 원을 지출하셨군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그만큼을 저축해 보세요.”

회사원 박모 씨(30)는 KB국민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이 같은 제안을 받았다. 비슷한 소득을 버는 또래들보다 배달음식을 많이 이용한다는 분석도 곁들여졌다. 박 씨는 다음 달부터 배달음식을 5만 원 더 적게 먹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를 달성하면 박 씨의 계좌에서 자동으로 5만 원이 저축된다. 이는 ‘마이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소비패턴을 분석해 개인별 재테크 목표를 제시하는 국민은행의 ‘목표 챌린지’ 사례다.

‘내 손안의 금융비서’로 불리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5일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금융사와 핀테크 등 33곳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며 고객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 ‘디지털 금융’ 격전지 된 마이데이터

마이데이터는 소비자가 원할 경우 여러 금융사에 흩어져 있는 개인 금융 정보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고 재무 현황, 소비 습관 등을 분석해 맞춤형 정보와 금융 상품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5일부터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작한 금융사는 은행 10곳, 핀테크 10곳, 카드사 6곳, 증권사 4곳 등 모두 33개사다.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은 나머지 21곳은 올 상반기(1∼6월) 중에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사업자들은 차별화된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머니버스’는 소비자의 금융 일정을 정리해 주는 ‘MY 캘린더’와 카드, 멤버십 등 다양한 포인트 현황을 한눈에 보여주는 ‘포인트 모아보기’ 기능을 담았다. 카드사들은 개인의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 패턴을 분석해 소비자에게 어울리는 여행지, 맛집 등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내놨다.

금융권 관계자는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에 맞서 디지털·플랫폼 전환에 주력하는 금융사들에 마이데이터 시장은 절대 뺏겨서는 안 될 요충지”라고 강조했다. 자사 플랫폼에 고객을 묶어두는 ‘록인(lock-in) 효과’가 크다는 점도 금융사들이 마이데이터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의 시범 운영 기간에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한 최현수 씨(35)는 “하나의 금융사 앱으로 금융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게 편리하다. 다른 앱을 사용하는 일이 확연히 줄었다”고 평가했다.
○ “제공 정보 확대하고, 서비스 다양화해야”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범위가 여전히 제한적인 데다 서비스들이 크게 다르지 않아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 의료, 쇼핑, 주택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가 금융 정보와 결합돼야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업자 간 데이터 교류가 원활하지 않아 기대했던 것보다 차별화된 서비스가 나오지 않았다”며 “데이터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해 고객이 관심을 가질 ‘킬러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납세, 건강보험, 연금 납부 내역 등 공공정보도 제공되도록 관계 기관과 협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러 서비스를 비교해 자신에게 적합한 곳을 골라 집중적으로 이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이데이터의 기본 개념이 ‘정보 주권’에 있는 만큼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사용할수록 시너지가 높다”고 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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