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입법 초읽기… 노동계 ‘환영’ 재계 ‘우려’

송충현 기자 , 주애진 기자

입력 2022-01-05 18:55 수정 2022-01-05 18:58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윤후덕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에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에 대한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동자 대표가 공공기관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기관 노동이사 제도가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하며 입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노동계는 제도 도입을 환영하고 있다. 반면 가뜩이나 입김이 센 공공부문 노조의 힘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에서도 노동이사제가 공공기관에서 일반 기업으로 확산되는 건 시간문제라며 입법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국회 기재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뼈대로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처리했다. 전날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지 하루 만이다. 야당 의원들은 상임위 표결에 불참했으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이미 찬성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따라서 10일 법제사법위원회와 11일 본회의에서도 해당 법안은 통과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공공부문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근로자 대표 추천을 받거나 근로자 과반이 동의한 인사를 비상임이사로 임명해야 한다.

제도 도입이 가시화하자 재계는 기업들의 우려 섞인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데 대한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국회 논의가 본격화한 지난해 11월부터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총 5차례에 걸쳐 공동입장문과 논평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손경식 경총 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국회를 방문해 입법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미 일반 기업에도 근로자 대표의 이사회 출석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지난해 4월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근로자대표제 및 경영 참가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근로자를 대표하는 인사가 사측과 대등한 입장에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고, 근로자 대표의 이사회 출석 및 진술권을 규정하는 게 법안의 핵심이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법안 통과가 이런 법안들까지 연쇄적으로 통과시킬 일종의 방아쇠 역할을 할 것으로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공공부문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되고 나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던 민간기업 관련 법안 통과에 대한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며 “민간 확산을 우려하는 건 기우가 아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이날 논평에서 “민간기업으로의 도입 압력으로 이어지면 친노동 정책으로 위축된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총이 지난해 경제·경영학과 교수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61.5%가 노동이사제가 민간기업에 도입될 경우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일각에선 이미 노조의 영향력이 큰 공공부문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노사관계의 균형이 한쪽으로 쏠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공공부문의 노조 조직률이 70%에 이르러 민간의 7배 수준”이라며 “노동이사까지 도입되면 노조의 영향력이 더 막강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논평을 통해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는 우리 사회가 노사 대립을 지양하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며 “노사 간 갈등을 줄이고 사회적 비용도 줄어드는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간 노동계를 포함해 노동이사제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제도 도입으로 기업 경영의 투명성이 제고되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사회적 가치 실현 등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한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재위에서 “(노동이사제 민간 부문 확대는) 별도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며 공공기관에 우선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저희 당에서는 노동이사제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재계나 사업하시는 분들이 공공 노동이사제가 민간부분까지 확산되는 것을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