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K푸드 불모지’ 유럽 공략…국내외 식품 사업 분리

신동진 기자

입력 2022-01-04 13:05 수정 2022-01-0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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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이 ‘K푸드 불모지’로 불리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만두와 치킨 김치 등 국내 식품을 현지화해서 CJ제일제당의 한식 브랜드인 비비고로 연 매출 3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CJ제일제당은 해외법인 지원과 국내 사업을 함께 맡아온 본사 조직을 글로벌 헤드쿼터(HQ)와 한국식품사업으로 이원화한다고 4일 밝혔다. 글로벌 HQ는 마케팅과 연구개발(R&D), 생산 등 주요 기능을 맡아 국내·외 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특히 글로벌 HQ 아래 식품성장추진실을 신설해 만두·치킨·김·김치·K소스·가공밥 등 6대 글로벌 전략 제품(GSP)을 육성할 계획이다. 식품성장추진실은 CJ제일제당이 미래 글로벌 먹거리로 꼽은 식물성 식품 사업과 스타트업 투자 등 미래 신사업 발굴도 함께 맡는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선보인 뒤 비건 인증을 받은 식물성 만두 ‘비비고 플랜테이블 왕교자’을 국내와 호주, 싱가포르 등지에서 출시했다.

이 같은 글로벌 사업구조 재편은 영국에서 시작된다. CJ제일제당은 상반기(1~6월) 영국 법인을 설립해 유럽 시장 전초 기지로 삼을 계획이다.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큰 간편식(조리 없이 데워먹는 식품) 시장이자 한식 가공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로 꼽힌다. 유럽 K푸드 관문인 영국에서 성공해야 유럽 전역으로 K푸드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CJ제일제당이 유럽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시장의 성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럽 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8조 원으로 2015년부터 매년 평균 3.9%씩 성장하고 있다. 비비고는 거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4200억 원, 16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유럽에서의 매출은 1000억 원도 안 된다. CJ제일제당 측은 “지난해 처음 비비고 매출 2조 원을 돌파해 향후 매출 3조 원을 달성하려면 유럽 시장 성적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2006년 유럽에 처음 진출한 CJ제일제당은 2018년 독일 냉동식품 업체 마인프로스트를 인수해 유럽의 만두 생산 기지로 삼고 있다. 지난해 유럽 진출국을 20개국으로 늘리고 현지 유통업체 입점을 확대해 만두 매출이 전년보다 70% 성장하는 등 가능성을 확인했다.

국가별 맞춤형 전략도 더 세분화할 예정이다. 동유럽에서는 대형마트 안에 ‘숍인숍(shop-in-shop·가게 속의 가게)’ 형태의 ‘비비고 투고’ 매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달 루마니아 까르푸 매장에 비비고 투고 1호점을 열어 만두, 치킨 등을 활용한 메뉴 20종을 선보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을 계기로 해외 사업의 추진력을 더욱 높이고 글로벌 종합식품회사의 비전 달성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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