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운영 무인매장 가보니 “신기하지만 구매까지는…”

뉴스1

입력 2022-01-04 09:26 수정 2022-01-0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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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낮 12시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U+ 언택트스토어 종각점의 유리창에 무인매장을 알리는 문구가 적혀있다. © 뉴스1
“사람이 없는데 들어가도 되나?”

3일 낮 12시쯤 서울시 종로구 소재의 ‘U+ 언택트스토어’ 종각점을 방문한 한 중년여성이 매장 입구에서 이같이 중얼거렸다. 광화문 오피스타운 중심에 위치한 이곳은 LG유플러스가 지난해 3월에 선보인 무인 휴대폰 매장이다.

코로나19로 언택트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이동통신 3사가 연이어 24시간 무인 휴대폰 매장들을 개장했다. 가장 먼저 SK텔레콤은 지난 2020년 10월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정보통신기술(ICT) 멀티플렉스(복합체험공간) ‘T팩토리’를 개장했다. 이어 지난해 1월 KT가 대구 중구 동성로에 ‘KT셀프라운지’를 오픈했다. 주간에는 직원이 상담을 하고 야간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공간이다.

3일 낮 12시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U+ 언택트스토어의 매장 안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 뉴스1
LG유플러스는 종각에 무인매장 1호점을 선보인 후 대구와 광주에도 2·3호점을 개장했다. 올해 안에는 부산과 대전에도 무인매장을 추가 오픈할 예정이다.

이날 낮 12시에 방문한 U+ 언택트스토어 안은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보통 매장 안을 들어서면 들려올 법한 직원의 인사말 대신 팝송이 적막한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매장 안에 있던 남성 2명은 각자 조용히 진열된 신형 핸드폰을 만져보거나 U+ tv를 시청했다. 이들은 매장 입구 유리문에 적힌 문구처럼 “직원 눈치 없이 자유롭게 체험하고” 있었다. 이날 점심시간에 맞춰 잠깐 구경하러 왔다는 한 직장인 남성은 “휴대폰 구매에 대한 압박이 없어 편한 것 같다”고 방문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U+ 언택트스토어는 직원이 없는 ‘무인’이란 취지에 충실했다. 매장 안에는 중고폰 판매와 휴대폰 개통부터 요금제 변경 등의 통신사 업무까지 처리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마련돼 있었다. 휴대폰 케이스나 충전기 등 기기 액세서리를 구매할 수 있는 자판기도 있었다.

매장 직원은 “평일 점심시간에 방문객이 가장 많다”며 “무료로 나눠주는 커피를 마시러 매일 방문하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매장 한쪽에 마련된 무료카페는 입장 전 개인정보 이용 및 마케팅 등의 선택약관에 동의한 후 QR코드를 발급받으면 이용할 수 있다.

3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홍대 인근에 위치한 SK텔레콤의 ‘T팩토리’의 모습 © 뉴스1
같은날 오후에 찾은 SK텔레콤의 T팩토리는 ‘문화 체험’에 방점을 두고 운영되고 있었다. 특히 직원을 볼 수 없었던 U+ 언택트스토어와는 달리 T팩토리 안에는 7~8명의 직원이 이용자들의 체험을 돕고 있었다.

매장 입구의 1층은 음악을 다양한 방식으로 감상할 수 있는 ‘사운드 팩토리’ 공간이 마련됐다. 이곳 1층에서는 LP, MP3, CD플레이어, 카세트테이프, 서적, 스마트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듣고, 직접 구매할 수 있다. 2층 공간은 기존의 방식처럼 애플의 여러 제품이 진열돼 직원의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이용자가 직접 휴대폰 구매부터 개통까지 할 수 있다는 셀프 키오스크는 입구 쪽에 마련돼 있었다.

월요일 오후 T팩토리를 찾은 방문객은 20대 남성 2명과 더불어 남아를 동행한 성인 여성 둘뿐이었다. T팩토리의 한 직원은 “보통은 지나가다 구경삼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말에 친구들과 함께 오는 1020세대 방문객이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다만 음악 감상 등의 문화 체험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휴대폰을 직접 구매하는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T팩토리의 또 다른 직원은 “휴대폰 구매를 돕는 상담도 진행하고 있지만 기기 구매보다는 여러 체험을 하는 방문객이 더 많다”며 “‘사운드 팩토리’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운영된 지 거의 2주가 됐는데 방문객은 그 이전이 좀 더 많은 편이었던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3일 낮 12시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U+ 언택트스토어 내에는 ‘셀프 개통’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 뉴스1
‘MZ세대’와 ‘언택트’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통신판매 매장에 새로운 변화가 이는 가운데 아직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이용객 반응도 나온다.

이날 U+ 언택트스토어를 방문했다가 직원이 없는 줄 알고 매장을 나가려던 방문객도 몇몇 있었다. 매장을 찾은 중년 여성 3명은 요금제 변경을 위해 업무처리 전용 키오스크 앞에 있다가 “그냥 가자. 복잡하다. 전화로 하는 게 낫다”며 발길을 돌아서려고 했다. 키오스크 옆에 “도움이 필요하세요?”라고 적힌 직원 호출 버튼을 보고 나서야 직원의 도움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매장 내 키오스크를 이용한 50대 중반 여성은 “뭘 발급받거나 동의를 하라거나 조작하는 게 어렵다”면서도 “처음에는 너무 힘든데 한번 해보니까 다음에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매장을 찾은 또 다른 직장인 여성 고객은 “핸드폰 바꿀 생각이 있어서 지나가다가 들렀는데 사람하고 상담은 해야겠구나 싶어서 그냥 나왔다”며 “안에 직원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기기 실물만 보고 결국 인터넷에서 싸게 사지 않을까 싶다”고 방문 소감을 전했다.

U+ 언택트스토어의 매장 직원도 “100% 무인 운영은 힘들 것 같다”며 “종로에는 어르신들도 자주 오셔서 직원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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