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으로는 점심해결 못해…“밥사주세요”가 금기어된 세상

뉴스1

입력 2022-01-04 09:10 수정 2022-01-0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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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음식점들의 비빔밥 한 그릇 가격이 평균 9000원이 넘는 등 음식 서비스 요금도 급등하고 있다. 이에 따라 1만원으로 제대로 된 점심 한끼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에 인근 관공서 구내식당 등에서 ‘점심 혼밥’에 나서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뉴스1
# 직장인 A씨(33)는 지난달 중순부터 인근 관공서 구내식당으로 ‘점심 혼밥’에 나섰다. 감염 우려에 여러 명이 어울려 맘 편히 식사할 사회적 분위기도 아닌 데다 비빔밥 한 그릇에 9000원이 넘는 등 껑충 뛴 음식값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좀스럽게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먹고살기 힘든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라며 한숨 지었다.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물가가 해가 바뀌어도 지칠 줄 모르고 고공행진하고 있다.

농축수산물·가공식품 가격 인상 여파로 2000원하던 김밥 한 줄이 2500원씩 판매되는 등 식당 메뉴 가격도 급등하면서 ‘밥 사주세요’가 금기어로 등장했다.

이같은 물가 상승세가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과 함께 설 연휴(1월29일~2월2일)가 불과 25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서민들의 가계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3일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지방물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기준 대전지역 음식점들의 평균 가격은 Δ비빕밤 9100원(9월 8700원 대비 400원↑) Δ김치찌개 6500원(9월 6000원 대비 500원↑) Δ삼겹살(200g) 1만6383원(9월 1만6133원 대비 250원) Δ자장면 5500원(9월 5400원 대비 100원↑) Δ삼계탕 1만3000원 Δ김밥 2400원(9월 2000원 대비 400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1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생활물가 내 외식물가는 4.8% 급증했다.

이는 지난 2011년 9월 4.8%를 기록한 이후 10년 3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같은 외식비 인상은 음식점들이 농축수산물은 물론 식료품 등 주요 재료가격들이 꾸준히 오른 데다 영업시간 제한에 따른 손실 충당 등을 위해 불가피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전 서구 탄방동에서 순댓국밥집을 운영하는 B씨(56·여)는 “두 달 전부터 7000원이던 한 그릇을 8000원으로 1000원 올렸다. 재료비 인상으로 이문이 안 남는다”라며 “그래도 이해해 주시는 손님들 덕에 힙겹지만 버티고 있다. 빨리 이 상황이 끝나길 바랄 뿐”이라며 씁쓸해했다.

지난해 국제 밀 가격 급등, 국제물류 대란 등을 이유로 1~2회에 걸쳐 가격을 인상했던 제과·음료업계들이 임인년 새해 벽두부터 또다시 가격 인상에 나섰다.

설 연휴가 불과 2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농축수산물 가격도 들썩이고 있어 서민들의 가계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News1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주요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Δ청정원 된장(1㎏) 7790원(전월 대비 3300원↑) Δ백설 요리올리고당(1.2㎏) 4490원(전월 대비 640원↑) Δ목우촌 주부9단 불고기햄(300g) 5480원(전월 대비 1500원↑) Δ오징어짬뽕 (농심 124g*5개입) 4280원(전월 대비 600원↑) 등 다소비 가공식품 대부분의 가격이 인상됐다.

또, 지난 1일자로 매일유업이 컵커피 ‘마이카페라떼’등의 가격을 8~12.5% 올린 것은 물론 코카콜라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250㎖ 제품 가격(1500원→1600원)을 100원 인상했다.

햄버거, 샌드위치 같은 서민형 패스트푸드 가격도 잇달아 올라 가계의 비용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2월 제품 가격을 평균 1.5% 올린 데 이어 지난달 평균 4.1%를 또 인상해 4500원짜리 햄버거가 가장 저렴한 메뉴일 정도다.

써브웨이도 이달부터 대표 제품군인 15㎝ 샌드위치의 가격을 평균 5.1% 인상했다.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가맹점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설 연휴가 불과 2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농축수산물 가격도 심상치가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날 기준 쌀 1포대(20kg·상품 기준) 가격은 5만8300원으로 평년(4만9533원)대비 8767원(17.67%)이나 올랐으며, 1년 내내 6만원 안팎의 보합세가 지속됐다.

또 Δ적상추(100g)1060원 [평년(725원)대비 335원(46.20%)↑] Δ깐마늘(국산, 1kg) 1만4450원[평년(1만395원)대비 4055원(39.0%)↑] Δ사과(후지, 10개) 2만3700원[평년(2만2400원)대비 1300원(5.80%)↑] Δ배(신고, 10개) 3만9750원[평년(2만2213원)대비 1만7537원(78.94%)↑] Δ쇠고기(한우양지, 100g) 8380원[평년(7214원)대비1166원(16.16%)↑] Δ삽겹살(국산냉장,100g) 2280원[평년(1785원)대비 495원(27.73%)↑] Δ계란(특란·30개) 6485원[평년(5865원)대비 620원(10.57%)↑] 등 각각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오는 6일부터 16대 설 성수품 공급 확대, 주요 외식물가 동향 조사·공개 등 설 물가안정 종합대책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시장에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대전지역 휘발유 가격은 L당 1610원(전국 평균 1623원)을 기록했다.

유류세 인하가 본격 적용된 지난해 11월12일 1762원(전국 1768원)에 비해 L당 158원이나 내렸지만 서민들에게 1600원대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부담스럽기만 하다.

이밖에 전기·가스요금은 다행히 1분기는 동결됐지만 대선 이후인 4월부터는 인상될 예정인데다 시내버스 요금 등 코로나19 이후 지난 2년간 동결해 왔던 공공요금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물가상승 압력은 Δ국내국제 경기 불확실성 Δ글로벌 공급 차질 Δ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서민들의 삶을 더욱 옥죄고 있다.

이와 관련 서구 내동 거주 시민 C씨(50·여)는 “집에서 밥해 먹는 것도, 차를 타고 움직이는 것도 겁날 정도로 물가가 엄청나게 올랐다”라며 “정부가 아무리 장밋빛 청사진을 내놔도 이제 믿을 수 없다. 국민들이 제대로 먹고살 수 있도록 물가가 제대로 잡아달라”며 쓴소리를 날렸다.

(대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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