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美CES 참여 국내 스타트업 292개… 5년새 10배 늘어

김하경 기자 , 지민구 기자

입력 2022-01-04 03:00 수정 2022-01-04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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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스타트업 붐’]
작년 투자 금액 10조원 넘어서… 글로벌 기관도 국내 벤처 성장성 주목
일부선 “中투자 중단 반사이익” 해석



한국 스타트업 ‘펫나우’는 반려견의 비문(코무늬)을 통해 신원 확인을 할 수 있는 앱 서비스를 개발했다. 사람의 지문처럼 개에게도 고유의 비문이 있다는 특징을 활용한 것이다. 이 기술은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마이크로칩 삽입 방식인 동물등록제의 대안이 될 수 있어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발표한 ‘CES 2022 혁신상’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한국 스타트업은 펫나우뿐만이 아니다. CES 2022 한국관에서 소개되는 한국 스타트업 83곳 중 29곳이 혁신상을 받았다. CES 2022에 참가한 국내 스타트업은 292곳으로, 5년 전인 2017년 28곳 대비 10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번에 참여한 한국 기업 502곳 중 58%가 스타트업이다.

한국 스타트업이 질과 양 모두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것은 국내 창업 생태계 규모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누적 투자금액 10억 원 이상)는 1024건으로 2015년 70건보다 15배 가까이로 늘었다. 지난해 연간(11월 누적 기준) 투자 금액은 10조5397억 원으로 2020년 투자액(3조3488억 원)보다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실적이 집계되면 연간 투자 금액은 11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 및 벤처투자 업계는 투자가 늘어난 요인으로 금융시장의 유동성 증가 외에 디지털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강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스타트업의 온라인 비대면 플랫폼 서비스 수요가 늘어난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의 성장성을 눈여겨본 글로벌 기관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면서 전체 금액도 늘어났다. 지난해 7월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II에서 2조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야놀자가 대표적이다. 마켓컬리 역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지난해 글로벌 사모펀드(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으로부터 4754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지난해 3월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자 글로벌 기관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기업 규제 강화, 글로벌 무역 분쟁으로 중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해 8월 “중국의 규제 리스크가 명확해질 때까지 현지 기업에 대한 투자를 보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내 한 벤처투자사 관계자는 “중국 선전 지역의 스타트업에 몰렸을 투자금이 한국 시장으로 분산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2000년대 초반 벤처 버블로 부정적 인식이 강했던 스타트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고, 취업시장이 얼어붙어 청년들이 비자발적으로 창업에 눈을 돌린 측면도 있다. 업계에 투자액은 넘쳐나는데 오히려 인력을 구하는 게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힘이 되고 있다.

송창석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에 투자되는 자금의 상당 부분이 정부에서 조성하는 모태 펀드여서 스타트업이 더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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