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수장들 “디지털-플랫폼 초혁신, 빅테크에 맞서자”

신지환 기자

입력 2022-01-04 03:00 수정 2022-01-0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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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서 위기감 속 각오 다져
윤종규 “금융플랫폼 가치 증명하자”
조용병 “재창업 각오로 다시 정렬”
김정태 “공룡은 멸종, 변화 절실”
손태승 “디지털은 수단 아닌 본업”
손병환 “플랫폼 전문 역량 갖춰야”



5대 금융지주 등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2022년 신년사에서 “대마불사는 헛된 희망” “인터넷전문은행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등 직접적인 표현을 써가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금융 수장들은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발맞추고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에 맞서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재창업’ 수준의 대대적인 혁신을 꾀하겠다고 한목소리로 선언했다.

3일 발표된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들의 신년사 및 취임사에는 ‘디지털’과 ‘플랫폼’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수차례 등장했다. 디지털 금융 변화를 주도하는 인터넷은행과 빅테크에 대한 경쟁 의지는 물론이고 자성에 대한 메시지도 두드러졌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리딩 금융인 KB보다 인터넷은행이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금융플랫폼 기업으로서 KB가 얼마나 가치 있고 준비된 조직인지 증명해나가자”고 주문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하나금융의 시가총액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변곡의 기로에서는 적극적으로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사 수장들은 빅테크에 뺏긴 디지털 금융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플랫폼 기업으로 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재창업의 각오로 신한의 모든 것을 다시 정렬하자”며 “그룹의 디지털 플랫폼 전반을 ‘바르게, 빠르게, 다르게’ 운영해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디지털은 금융의 수단을 넘어 본업”이라며 “우리금융만의 디지털 초(超)혁신 서비스로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자”고 주문했다.

아울러 자산관리(WM)나 기업금융 같은 금융의 ‘기본’을 강화해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3일 공식 취임한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취임사에서 “성장의 핵심 근간인 영업점의 세일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영업 체계를 더욱 고도화하고 자산관리, 자본시장 등 핵심 성장 분야에서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태 회장은 강력한 오프라인 채널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상담 서비스 등 하나금융의 강점을 언급하며 “‘강점의 레벨업’을 통해 빅테크에 맞서야 한다”고 했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과 포용적 금융 실천을 통해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각오도 많았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은 “‘농협이 곧 ESG’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국민과 지역사회, 환경에 기여하는 농협의 존재가치를 확산시키자”고 주문했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올해도 코로나19 위기 극복이 최우선 과제”라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포용적 금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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