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인도 출신 쌍둥이 신부 “고향서 미사 드릴 날 기다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2-01-03 13:39 수정 2022-01-0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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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꼰벤투알 프란치스코 수도회에서 일란성 쌍둥이로 한국에서 함께 사제 서품된 인도 신부들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형인 제임스 사하야 아룰 셀반(왼쪽)과 동생인 세비에르 사하야 아룰 셀반(오른쪽).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때문에 답답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힘들지만 밝은 미래를 향해 걷는 사람들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힘들지만 가난한 이웃들을 잊지 않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인도 출신 아룰 제임스, 아룰 세비에르 신부(33)의 새해 인사다. 지난달 8일 천주교대전교구 솔뫼성지에서 거행된 사제서품식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이들은 일란성 쌍둥이다. 국내에서 인도 출신 쌍둥이 신부가 탄생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수도회에서 만난 이들은 사제서품의 기쁨이 아직 가시지 않은 분위기였다. 형 제임스 신부는 “사제서품은 성직자로 교회 일을 수행하는 직분을 받는 것인데 여기까지 온 것은 제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계획이자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동생 세비에르 신부는 “고향의 부모와 지인들, 수도회 분들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들은 1995년 대전교구에서 설립된 ‘프란치스코 전교봉사 수도회’ 소속이다. 2010년 인도에서 수도회에 입회했으며 2015년 대전가톨릭대에 입학해 공부했고 2019년 종신서원을 했다.

이들의 고향은 인도 남동부 타밀나두 주 첸나이다. 인도는 힌두교와 불교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타밀나두 주는 가톨릭 신자가 많은 지역이다.

“12사도 중 한 분인 사도 토마스가 인도 남부에서 순교했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그의 열정적인 사목을 보여주는 흔적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세비에르 신부)

“남부를 중심으로 인도에 2000만 명 이상의 가톨릭 신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제가 살던 마을 사람들은 거의 매일 성당에 다닙니다. 유치원 때부터 신부님의 매력적인 수단을 입고 사제가 되는 꿈을 꿨습니다.”(제임스 신부)

이들은 “4형제인데 막내도 신학생”이라며 “셋째가 결혼을 준비 중인데 결혼 뒤 부모님 곁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이제까지 성장하면서 쌍둥이라서 나쁜 점은 못 느꼈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한국에 들어와 각각 다른 본당에서 6주간 활동한 시간이 둘이 떨어져 지낸 가장 오랜 기간이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현지어인 타밀어와 영어를 쓰는 이들에게는 한국어 배우기가 큰 과제였다. 수도회 사제들의 해외활동을 지원하는 장동욱 신부는 “어려운 철학과 신학 공부에 한자식 표현까지 있어 형제 신부들이 힘들어 했지만 남다른 노력으로 이제는 4자성어 고수가 됐다”고 했다. 좋아하는 4자성어를 묻자 형은 ‘역지사지(易地思之)’, 동생은 ‘불철주야’를 꼽았다. 이들은 “역지사지하고 불철주야 노력해 우여곡절 끝에 사제서품을 받았다”며 웃었다.

쌍둥이 신부는 “코로나 19로 가족들이 사제 서품식에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며 “조만간 휴가를 얻으면 인도로 돌아가 부모님, 지인들과 함께 고향 본당에서 첫 미사를 드릴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프리카와 인도 현지는 교육과 의료, 선교 등에서 어려움이 많다며 수도회(www.franciscanms.com)에 대한 후원의 손길을 호소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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