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시승기]국기 달린 ‘콰트로포르테 트로페오’… 마세라티 최고급 상징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21-12-31 16:43 수정 2021-12-3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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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을 보면 마세라티를 두고 모순된 얘기가 나온다. 전신불구 백만장자 필립의 가정부 드리스가 콰트로포르테로 이동하자고 제안하는 장면이다. 필립이 짐차로 외출하려고 하자 드리스는 고이 쌓인 콰트로포르테 차량 덮개를 열어젖히며 재촉한다. 그러자 주인공은 실용성이 떨어진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한다.

콰트로포르테 같은 최고급차는 가격부터가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다. 연료효율도 기대하기 어렵다. 운행 유지비 역시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처럼 살 사람은 산다. 불편하지만 강한 소유욕을 자극시키는 게 최고급차다. 실용성을 뛰어넘는 특별한 가치를 지녔기 때문이다.

이번에 나온 콰트로포르테 트로페오는 마세라티 제품군 중에서 최상위 모델로 오너 가치를 극대화했다. 콰트로포르테 트로페오가 가세하면서 마세라티 최고급 상징인 ‘트로페오’ 컬렉션도 완성됐다. 기존 르반떼 트로페오에 더해 기블리와 콰트로포르테에 이르기까지 트로페오 DNA가 이식되면서 마세라티는 완전한 모습을 갖춘 트로페오 컬렉션으로 거듭났다.

특히 지난 2013년 6세대 콰트로포르테 디자인이 트로페오 디테일 추가만으로 새 차 못지않은 신선함을 전달해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남들은 3년만 지나도 얼굴을 고치기 바쁜데 마세라티는 좀처럼 손댈 생각을 하지 않는다. 트로페오처럼 가끔 한정 에디션으로 화장만 고칠 뿐이다. 디자인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최근 시승한 콰트로포르테 트로페오는 녹색으로 색깔을 맞췄다. 콰트로포르테는 녹색, 르반떼는 흰색, 기블리는 붉은색을 띄는 트로페오 전용 색상으로 마감된다. 카본 피니시 디테일로 마감된 익스테리어를 비롯해 피에노 피오레 천연 가죽으로 감싼 특별한 인테리어는 품격과 새로운 디자인이 한데 어우러져 이전보다 한 단계 성숙해진 콰트로포르테의 아름다움을 구현해냈다.


사이드 에어 벤트 하단 가장자리, 에어덕트 상단 사이드의 트로페오 네이밍 프로파일, 필러의 번개모양 세타 로고 버니시드 크롬은 레드 디테일을 통해 표현해냈다. 레드 배경에 버니시드 크롬으로 제작된 트로페오 배지는 에어 벤트 위 펜더에서만 볼 수 있도록 제작됐다.

B필러에서도 모데나와 토리노에서 전체 제작이 이루어지는 마세라티 자동차와 마세라티의 이탈리아 정통성을 강조하는 역할의 이탈리아 국기를 볼 수 있다.

콰트로포르테 트로페오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운 소재를 활용해 우아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인테리어는 차량의 고성능 특성을 강조하듯 스포티한 분위기와 함께 세심한 디테일 처리를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다이얼 그래픽으로 대체된 대시보드의 시계, 전용 스플래시 스크린의 계기판, 마세라티 트라이던트 앰블럼과 트로페오 로고를 결합한 전용 헤드 레스트 등 트로페오를 상징하는 세심한 디테일 디자인이 적용돼 있다. 대시보드의 중앙에 위치한 디스플레이는 10.1인치로 큼지막해졌다.



플래그십다운 넓은 공간도 인상적이었다. 뒷좌석은 2명 앉기 적합한 구조다. 머리와 무릎 공간이 주먹 두 개 이상이 들어갈 정도로 넉넉하다. 억지로 3명이 탈 수도 있겠지만 모양이 나지 않는다.

주행에서는 트로페오의 본색이 드러난다. 드라이브 모드는 총 4가지로 기존의 노멀, I.C.E 스포츠, 코르사 모드가 적용됐다. 새롭게 장착된 코르사 모드를 선택하면 운전의 재미가 한층 배가된다. 차량이 스포츠카처럼 후륜 구동으로 바뀌는 데 뒷바퀴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가속감을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이에 걸맞은 진 배기음도 일품이다. 약간의 스로틀 조작에도 강렬하게 반응하는 V8 엔진과 개방된 배기 밸브를 통해 자유롭게 흐르는 듯한 마세라티 엔진의 강렬한 사운드를 확인 수 있게 된다. 코르사 모드는 운전자 컨트롤을 통한 즐거움을 보장하기 위해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과 ESP 시스템이 자동으로 개입되는 것을 제한한다. 오롯이 운전자의 의도로만 도로를 누빌 수 있는 것이다.

트로페오 버전은 ‘런치 컨트롤’도 경험할 수 있다. 런치 컨트롤을 활성화시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트로페오는 전속력으로 도로를 질주했다. 쾌속질주라는 표현이 절로 떠오를 정도로 움직임이 강렬했다.

콰트로포르테 트로페오는 3.8리터, 580 마력 V8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콰트로포르테 GTS에 탑재된 530마력의 V8엔진과 르반떼 트로페오의 580 마력 V8엔진의 가장 최신 버전이다. 새로워진 설계와 업그레이드를 통해 6750rpm에서 580마력, 최대 토크 74.44kg.m의 강력한 성능을 제공한다. 최고 속도는 326km/h에 이른다.

달리기 못지않게 제동능력도 최고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차체 컨트롤 시스템은 단순한 보조 장치를 뛰어넘어 차량의 제어력을 상실할 수 있는 오류를 사전에 방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통합 차체 컨트롤 시스템은 주행 상황을 사전에 예측해 엔진 속도와 브레이크를 조절하는 피드 포워드 컨트롤러를 포함한다. 일반 ESP보다 소음이 작으며 최적의 작동 시스템을 보유해 차량의 밸런스는 물론 최상의 트랙션 등 동력 성능까지 향상시킨다. 지능형 토크 벡터링을 통해 마세라티 안정성 프로그램이 비활성화된 상태에서도 최상의 성능을 제공한다. 특히 슬라럼이나 차선 변경 등 역동적인 주행 테스트에서 통합 차체 컨트롤 시스템은 뛰어난 주행성능 발휘와 레이스 트랙 랩타임을 기록했다.

첨단 운전 보조 장치도 수준급이다. 트로페오 컬렉션에 탑재된 레벨2 ADAS는 반자율주행을 향한 도약을 의미한다. 주요 기능인 능동형 드라이빙 어시스트, 능동형 사각지대 어시스트, 차선 유지 어시스트 등을 포함하고 있다.



능동형 드라이빙 어시스트 기능은 차량을 차선 중앙으로 유지하고 사전 설정 속도로 조절하는 등 운전자의 피로를 완화해 편안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해당 기능의 기존 버전은 고속도로에서만 사용이 가능했지만, 일반 수준의 도로 및 교통 상황에서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을 활성화해 최대 145km/h 속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 밖에 운전자 편의성을 높여줄 다양한 편의장치도 다수 탑재했다. 센터 콘솔에 위치한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는 미러링 기능을 포함해 애플 카 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모두 지원한다. 계기판 디자인은 마세라티의 레이싱 DNA를 계승한 아날로그형 대형 스피드 미터와 RPM 계기판이 가독성까지 높였다. 콰트로포르테 트로페오 가격은 2억8360만 원부터 시작한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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