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장벽 넘어온 모네-샤갈 명작들… “해외 못 가도 즐겨요”

광주·대구=김태언 기자

입력 2021-12-31 03:00 수정 2021-12-3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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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술관展, 잇단 국내 개최
서울, 英 테이트모던미술관 특별전… 설치작품-모네 그림 등 선보여
광주, 獨 ZKM 미디어아트 작품전… 백남준-美 나우먼 등 95점 선별
대구, 佛 마그재단 소장품 전시… 국보급 샤갈의 ‘삶’ 등 75점 나와


프랑스 마그재단의 소장품인 샤갈의 ‘삶’(1964년)은 가로 4m, 세로 3m의 거대한 화면에 인간의 삶과 기억의 장면들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담은 작품이다. 대구미술관 제공

세계 최고 수준의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을 서울로 옮겨왔다. 프랑스 국보로 지정된 샤갈의 그림 ‘삶’(1964년)을 대구에서 만날 수 있다. 최근 국내 미술관이 해외 유명 미술관과 미술기관의 소장 미술품 전시를 연달아 열고 있어 팬데믹 시대에 외국에 가지 않아도 유명 작품을 손쉽게 관람할 수 있다.


○ 빛: 영국 테이트모던미술관 특별전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선 런던 테이트모던미술관 작품 110점을 전시 중이다. 테이트모던미술관은 근현대 미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번 전시에는 18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빛’을 탐구해 온 예술가 43명의 작품을 추렸다. 18세기 영국의 낭만주의 풍경화가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부터 현대조각가 애니시 커푸어의 작품까지 다양하게 출품됐다.

2003년 테이트모던미술관 터빈홀에 인공 태양을 만드는 ‘더 웨더 프로젝트’를 선보여 미술관과 작가 이름을 세계 반열에 올려놓은 올라푸르 엘리아손은 이번 전시에서 거대 유리 구조물에 빛이 산란하는 설치작품 ‘우주 먼지입자’(2014년)를 선보인다.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미술관 소장품 클로드 모네의 ‘엡트 강가의 포플러’(1891년). 이 작품의 연작 중 재작업 흔적이 보이는 것도 있으나 모네는 보다 느슨한 느낌의 이 작품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빛의 인상’ 파트에 있는 클로드 모네와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다. 모네 ‘엡트 강가의 포플러’(1891년)는 프랑스 엡트강을 따라 줄지어 자란 나무를 그린 23점 중 하나다. 그중 11점은 바닥을 평평하게 개조한 배에서 그린 풍경이다. 나무가 곧 베어진다는 소식을 접한 모네는 자신이 이 연작을 완성할 때까지 나무를 남겨두도록 돈을 지불했다고 한다. 내년 5월 8일까지. 9000원∼1만5000원.


○ 미래의 역사쓰기: ZKM 베스트 컬렉션


독일 카를스루에의 ‘예술과 미디어센터(ZKM)’는 학교, 연구소, 전시장을 함께 갖춘 세계적인 미디어아트센터다. 전신은 탄약공장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폐업을 맞아 방치된 이곳을 살린 건 카를스루에시다. 정보과학에 일찌감치 눈을 뜬 카를스루에시는 1985년 카를스루에 미술대학과의 공동연구를 시작으로 고전예술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전환하기 위해 나섰다.

독일 ZKM의 소장품 토니 오슬러의 ‘헬로?’(1996년)는 상자 안 쿠션에 투사된 여성이 “아무도 없냐”며 관객에게 말을 건다.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광주시립미술관은 ZKM 소장품을 대표하는 작가 64명의 작품 중 미디어아트의 역사를 보여줄 95점을 선별했다. 미국의 브루스 나우먼과 빌 비올라, 한국의 백남준 등 예술에 새 기술을 이용한 작가들의 작품이다. 화면 앞에 설치된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으면 화면 속 도시를 구경할 수 있는 제프리 쇼의 ‘읽을 수 있는 도시’(1988년)와 상자 안 쿠션에 투사된 한 여성이 퉁명스럽고 시끄럽게 말을 거는 토니 오슬러의 작품 ‘헬로?’(1996년)는 제작년도를 의심케 할 만큼 앞선 작품이다. 내년 4월 3일까지. 무료.


○ 프랑스 마그재단, 모던라이프


대구미술관은 프랑스 마그재단 소장품 75점과 대구미술관의 소장품 69점을 함께 전시한다. 마그재단은 20세기 후반 많은 예술가를 후원하고 있던 마그 부부가 지은 재단으로, 프랑스 최초의 사립미술기관이다. 알렉산더 칼더, 마르크 샤갈, 바실리 칸딘스키,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현대미술가의 작품 약 1만3000점을 소장하고 있다. 나란히 배치된 국내외 작품들을 보면서 세계미술사 흐름 속 서로 다른 회화 전통을 살필 수 있다.

전시장 후반에 진열된 프랑스 국보 샤갈의 그림 ‘삶’은 인간에 대한 성찰이 담긴 이응노 서세옥 작품과 한 공간에 놓여 있다. ‘삶’은 마그재단 건립을 앞두고 마그 부부가 샤갈에게 직접 의뢰한 그림이다. 인간의 결혼과 탄생 등 삶의 대서사시가 총망라된 이는 삶이 괴롭더라도 마음만은 축제이길 염원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프랑스 문화부의 외부 반출 허가를 받고 들여왔다. 내년 3월 27일까지. 7000∼1만 원.

광주·대구=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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