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여성리더 약진… 디지털 전환도 가속

신지환 기자

입력 2021-12-31 03:00 수정 2021-12-31 10:51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KB-하나-신한 등 조직개편 마쳐
내부 직제 단순화해 후계 안정
4050세대-여성 임원 대거 임용
디지털-플랫폼 부서 신설도 확산



주요 금융그룹이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차기 회장 후계 구도를 마련하는 한편 40, 50대 젊은 경영진과 여성 리더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세대교체’에 나섰다.

또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와의 무한경쟁에 대비해 디지털 인재를 영입하고 디지털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보수적인 문화에서 탈피해 민첩하고 유연한 ‘플랫폼 조직’을 구축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이 가속화하고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새로운 고객층으로 떠오르면서 금융그룹들이 눈에 띄는 변화를 추구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 KB·하나, 후계 안정과 세대교체 한 번에

KB금융그룹은 최근 양종희-허인-이동철 등 1961년생 동갑내기 3인을 중심으로 ‘트로이카 부회장 체제’를 구축해 2023년 11월 임기가 끝나는 윤종규 회장의 후계 구도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어 그룹 사업 부문을 4개 그룹으로 재편해 3명의 부회장과 박정림 KB증권 사장에게 맡겼다. 허 부회장은 개인고객·자산관리(WM)연금·중소기업(SME)을, 양 부회장은 디지털·정보기술(IT), 이 부회장은 글로벌·보험을 총괄한다. 박정림 사장은 그룹 자본시장·기업투자금융(CIB) 총괄부문장을 겸직한다.

하나금융그룹은 ‘부회장-총괄-부서’ 3단계이던 직제를 ‘총괄-부서’ 2단계로 단순화했다. 기존엔 3명의 부회장이 6개 분야를 관할했지만 내년부터는 부회장과 부사장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하나씩 총괄 영역을 맡아 전결권을 행사한다. 함영주 부회장은 신설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총괄, 이은형 부회장은 글로벌총괄, 지성규 부회장은 디지털총괄에 임명됐다.

이를 두고 내년 3월 김정태 회장의 퇴임을 앞둔 하나금융이 10년 만의 회장 교체를 앞두고 조직 안정을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회장은 후계 상징성이 큰 만큼 새 회장 시대를 대비해 다른 부회장의 영향력을 미리 정리하려는 취지로 보인다”고 했다.


○ ‘디지털 전환’ 위한 조직 개편도

실무 임원이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는 40, 50대를 발탁해 세대교체를 통한 혁신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KB금융은 1970년대생 임원 6명을 기용했고 하나은행은 박성호 행장(57)과 나이가 같거나 적은 1964∼75년생으로 경영진을 꾸렸다.

여성 리더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신한금융그룹은 디지털·IT 전문 계열사인 신한DS 사장에 조경선 부행장을 선임했다. 조 부행장은 신한금융 여성리더 육성프로그램 ‘신한 쉬어로즈’ 1기로 신한 계열사 최초의 여성 CEO가 됐다.

하나은행도 여성 리더 육성프로그램 ‘하나 웨이브스’ 1기 출신인 고금란 박영미 본부장을 새로 발탁했다. 하나은행은 1970년대생 여성 임원 및 본부장이 5명으로 늘었다.

‘디지털 혁신’에 방점을 둔 조직 개편도 눈에 띈다. KB금융은 금융플랫폼본부와 디지털콘텐츠센터를, 하나은행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혁신본부를 신설했다. 신한 우리은행도 각각 디지털개인부문과 개인금융플랫폼부를 신설해 디지털 중심의 영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유연하고 신속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돋보인다. KB금융은 펀드서비스, 디지털신사업 등 8개 부문을 개발자와 운영자가 함께 일하는 ‘데브옵스(DevOps)’ 조직으로 만들었다. 신한은행도 애자일(Agile·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인 ‘트라이브’를 새로 도입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