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가는 아파트 시장…강북-도봉구도 1년 7개월 만에 하락전환

최동수 기자

입력 2021-12-30 17:34 수정 2021-12-3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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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1.12.28/뉴스1 © News1

#1. 서울 강북구 1000여 채 규모 입주 3년차 A아파트. 이 단지 30평대(전용면적 84㎡)는 8월 11억3000만 원에 역대 최고 가격에 팔린 뒤 지난달 10억8000만 원에 거래 됐다. 3개 월 만에 5000만 원 떨어진 것이다. 공인중개업소에 등록된 매물도 현재 61개로 6월 말( 27개)보다 2배 넘게 늘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한 달 전에 10억5000만 원에 매물이 나왔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2. 서울 도봉구 입주 26년차 B아파트. 2400여 채 규의 대단지이지만 이달 거래는 단 2건뿐이다. 현재 매물도 105개에 이른다. 패닉바잉(공황구매) 막차 수요가 몰렸던 7월 말까지만 해도 매물이 4개에 그쳤던 것과 대조적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호가는 겨우 1000만~2000만 원 낮아졌는데 매수자들이 5000만~1억 원 떨어진 급매만 찾으며 거래가 성사되지 힘든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 강북구와 도봉구 아파트 값이 1년 7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영향으로 매수세가 급감하고, 매물이 쌓이면서 집값이 단기간 급등한 수도권과 지방에서 집값 하락세가 확산되고 있다.

●집값 하락 지역 늘어나는 서울
한국부동산이 30일 내놓은 주간 아파트 매매동향에 따르면 12월 넷째 주(27일 기준) 서울 강북구와 도봉구 아파트값은 각각 전주 대비 각각 0.02%, 0.01% 하락했다. 두 지역의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건 지난해 5월 셋째 주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지난 주 서울에서 처음으로 아파트 값이 하락 전환한 은평구는 전주 대비 0.02% 떨어져 2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관악구는 3주 연속, 금천구는 2주 보합(0.00%)으로 상승세를 멈췄다.

올해 집값이 급등한 수도권 아파트 시장도 빠르게 식고 있다. 올해 37.26%(27일 기준) 오른 경기 시흥시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4% 하락했다. 경기 광명시(-0.01%), 성남시 수정구(-0.02%), 안양시 동안구(-0.01%), 광명시(-0.01%)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경기 시흥시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주택자 급매가 늘며 30평대 매도 호가가 9억 원에서 6억~7억 원 초반까지 떨어졌다“고 했다. 미분양이 늘고 있는 지방에서도 하락 전환한 지역이 속속 나오고 있다. 대구 수성구(-0.02%), 대전 유성구(-0.03%), 부산 동구(-0.01%), 강서구(-0.02%)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했다.

전셋값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폭이 둔화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주(0.06%)에서 0.04%로 오름폭이 줄었다. 지난 주 전셋값이 2년 반 만에 하락으로 전환된 서울 성북구는 이번 주에도 0.01% 떨어졌다. 경기 아파트 전셋값 역시 의왕시(-0.16%), 과천시(-0.06%), 용인시 기흥구(-0.05%), 성남시 수정구(-0.03%)에서 신규 입주 물량 증가 등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 “지역별 집값 격차 커질 것”
전문가들은 당분간 거래절벽 상황이 계속되면서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질 수 있다고 본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수요 대비 공급물량이 충분한 지방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커질 수 있다”며 “내년 서울과 지방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 집값은 여전히 공급이 부족해 서울 핵심 지역의 집값까지 본격 하락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너무 부족하다”며 “집값 상승세가 줄거나 오름폭이 줄어들 수는 있어도 본격적인 하락장이 오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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