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물 5520만t 생산 ‘경제국보 1호’ 역사속으로

신동진 기자

입력 2021-12-30 03:00 수정 2021-12-30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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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1고로 48년만에 ‘종풍’

29일 경북 포항제철소 1고로(용광로) 작업자가 생산 중단(종풍) 직전 마지막 쇳물을 생산하고 있다. 1973년 6월 8일 첫 쇳물을 뿜어낸 뒤 48년 6개월간 한국 경제 성장의 산파 역할을 해온 1고로는 이날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왼쪽 작은 사진은 1973년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이 1고로에 처음 불을 붙이는 화입식 장면. 포스코 제공
국내 최초이자 최장수 용광로인 포항제철소 1고로가 가동 48년 6개월 만에 쇳물 생산을 멈췄다. 1973년 철강 자력생산 시대를 열며 ‘대한민국 경제국보 1호’라는 별칭이 붙은 1고로는 생산 중단(종풍·終風) 후 기념관으로 재탄생해 민간에 개방된다.

포스코는 29일 경북 포항제철소에서 1고로 종풍식을 가졌다. 김학동 포스코그룹 부회장(철강부문장)은 “1973년 6월 9일 첫 출선 당시 고 박태준 명예회장이 직원들과 함께 1고로 앞에서 만세를 외치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아직도 선한데 벌써 종풍을 맞다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했다.



포항 1고로는 국내 중공업 발전 토대를 일군 기념비적인 설비다. 1970년 4월 착공된 포항제철소는 1973년 6월 1고로에서 처음 쇳물을 생산했다. 철강은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주요 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산업의 쌀’로서 경제발전의 필수 요소였다. 당시 대일청구권 자금 8000억 원 중 1200억 원이 포항제철소 토지 조성과 1고로 건립에 사용됐다. 경부고속도로 건설비용의 3배 규모다. 자금 조달부터 1고로 공사, 쇳물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진두지휘한 박 명예회장은 앤드루 카네기 등과 함께 미국 ‘철강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국내 철강업계는 1고로가 처음으로 쇳물을 생산한 날을 ‘철의 날’로 정해 매년 행사를 치르고 있다.


1고로가 1973년부터 생산한 쇳물의 양은 총 5520만 t이다. 30만 t급 초대형 유조선 1380척을 건조하거나 중형 자동차 552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인천대교 1623개를 건설할 수 있는 양이기도 하다. 고로는 통상 고열이나 고압의 환경 탓에 내부 벽돌(내화물) 마모 등으로 15년 이상 수명을 유지하기 힘들다. 포스코는 내화 벽돌을 교체하는 개수 작업을 두 번 진행하면서 수명을 50년 가까이로 늘렸다.

1고로 내부 용적은 1660m³로 최근 준공되는 5500m³ 이상의 초대형 고로에 비교해 조업 여건이 불리하다. 그러나 철저한 설비관리와 고도의 조업기술로 연간 100만 t 이상의 쇳물을 꾸준히 생산하며 맏형 노릇을 해왔다고 포스코 측은 설명했다.

포스코는 1고로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포항제철소 및 광양제철소에 9개 고로를 운영하며 연간 4000만 t 이상의 조강(쇳물)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생산능력 기준 글로벌 5위 철강사다. 2000년대 중반 부스러기 형태의 철광석에서 곧바로 쇳물을 생산해 원가와 오염물질 배출을 낮춘 파이넥스 공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최근엔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 공법 개발로 탄소중립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

1고로는 내부를 완전히 냉각하고 철거 작업 등을 거쳐 ‘포항1고로 뮤지엄’으로 개조될 예정이다. 1고로가 퇴역하지만 포스코 생산량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1고로 종풍에 따라 감소하는 쇳물 생산량을 만회하기 위해 남아 있는 8개 고로의 연료 및 원료 배합비 개선을 추진하는 등 운영 효율화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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