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한항공-아시아나 ‘조건부 승인’…“슬롯 반납하라”
뉴시스
입력 2021-12-29 14:29 수정 2021-12-29 16:42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인수·합병(M&A)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단, 양사가 하나가 되면 시장 경쟁을 제한한 우려가 있다고 보고 ‘슬롯 반납’ 조치를 내리기로 가닥을 잡았다.
슬롯이란 ‘특정 항공사 항공기가 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M&A 후 일부 노선은 독점이 되므로 슬롯을 반납해 경쟁사가 진입할 수 있도록 하라는 의도다.
공정위는 29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심사 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전원회의(위원장 등이 참석하는 최고 의결 기구) 안건으로 상정했다고 밝혔다. 추후 전원회의에서 위원 간 심의 결과에 따라 조치 수준은 일부 바뀔 수 있다. 조치를 확정하는 전원회의는 이르면 내년 초 열릴 전망이다.
공정위는 M&A로 하나가 될 대한항공·진에어·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5개사의 여객, 화물 부문을 국제선·국내선으로 나눠 노선별 시장의 경쟁 제한성을 분석했다. 합병 후 시장 점유율은 어떻게 되는지, 해당 노선에 경쟁사가 존재하는지, 새로운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지 등이다.
그 결과 일부 노선에서 여객 점유율이 50%가 넘어 시장 경쟁을 제한할 것으로 분석됐다. 공정위가 해당 슬롯을 반납하라고 조치한 이유다. 다만 공정위는 어떤 슬롯에서 경쟁 제한성이 발생했는지 밝히지는 않았다. M&A 후 독점 노선이 되는 나고야·칭다오 노선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대한항공이 반납한 슬롯은 향후 다른 항공사가 해당 노선에 취항하고자 할 때 일정 절차를 거쳐 배분받을 수 있다. 대한항공이 반납한다고 해서 이 권리가 국외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반납한 운수권은 국내 항공사에만 재배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시장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작아 이런 강도 높은 조치를 내리지 않아도 되는 노선에 공정위는 운임 인상 제한, 항공 편수 축소 금지, 기타 서비스 축소 금지 등 조치를 부과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슬롯 반납 등이 불필요한 일부 노선에는 이런 행태적 조치만 부과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공정위가 전원회의를 마치고 이런 내용의 조치를 확정해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M&A를 마무리할 수 없다. 양사가 취항하는 모든 국외 경쟁 당국의 심사 결과를 기다려야 해서다. 현재 태국 등 7개국은 심사를 마쳤지만, 미국·유럽 연합(EU)·중국·일본·영국·싱가포르·호주 7개국은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우리가 심사를 먼저 끝내더라도 국외 경쟁 당국 심사가 종료될 때까지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면서 “경쟁 당국 간 조치가 서로 달라 기업이 곤란을 겪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십 차례에 걸쳐 전화 회의를 하는 등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11월17일 아시아나항공 주식 63.9%를 1조5000억원에 사들이겠다는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1월14일 공정위에 기업 결합을 신고했다. 애초 공정위는 심사를 올해 말까지 끝내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화물 부문을 추가 분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다소 지연됐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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