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실종’에 가격 38% 급등, 광어·우럭까지…올겨울 ‘회’ 맛보기 어렵네

뉴스1

입력 2021-12-29 13:47 수정 2021-12-2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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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시 주문진 어민수산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오징어 © News1

오징어가 식탁에서 자취를 감췄다. 바다 고수온 현상으로 동해안 생산량이 줄어든 탓으로 분석된다. 횟집 곳곳이 오징어회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을 내걸었고 대형마트에서도 오징어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광어와 우럭같은 주요 횟감도 공급량이 줄면서 가격이 뛰어올라 올 겨울 회 맛을 보기가 더 어려워졌다.

◇마트 오징어 가격 3달 사이 38% 치솟아…품절 사태 속출

29일 한 횟집에 오징어회 품절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있다(배달의민족 어플리케이션)© 뉴스1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28일 기준 물오징어 1마리 평균 소매 가격 6124원으로 1개월 전과 비교해 18.3% 뛰었다. 평년 대비로는 36.5% 오른 수준이다.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오징어 1마리 가격은 10월 4980원에서 이달 6880원으로 3개월 만에 38% 상승했다.

횟집에서도 오징어 품절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식당마다 오징어 회·숙회·물회까지 제품 품절을 알리는 안내가 붙었다. 한 횟집은 메뉴 설명에 “오징어가 안 잡힌다. 비싸도 당분간 참아달라”는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서울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사장 강모씨는 “오징어는 아예 가게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며 “한 마리에 8000~9000원까지 가격이 뛰었다”고 말했다.


◇“동해안 북쪽 올라간 오징어, ‘따뜻해서’ 안 돌아온다”

29일 한 횟집에 오징어회 품절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있다(배달의민족 어플리케이션)© 뉴스1
최근 오징어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동해안 어황이 부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11월 오징어 생산량은 2193톤으로 10월(1만5021톤)과 비교해 87% 급감했다.

동해안은 우리나라 연근해 오징어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통상 겨울철 동해안 남쪽에서 태어난 오징어는 7~8월 러시아 수역까지 올라갔다가 가을철 다시 따뜻한 물을 찾아 동해안 남쪽으로 내려온다. 그런데 최근들어 동해안 북위도 바닷물에 고온현상이 발생하면서 오징어가 남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 분석이다.

김중진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박사는 “11~12월 동해안 북쪽 지역 수온이 3~5도 이상 높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오징어가 남하하는 시기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바닷물 온도가 높아질 경우 오징어가 남쪽으로 이동하는 길을 뜻하는 ‘회유 경로’도 넓게 퍼져 어군이 분산된다. 오징어 무리가 밀집하지 않아 어획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 겨울에 태어난 오징어 유생(새끼 오징어) 수가 평년보다 가장 많았던 데다 중국 어선도 5분의 1 수준으로 줄면서 어민들은 올해 가을·겨울 풍년을 기대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품귀 사태를 맞닥뜨리게 됐다.

오징어는 ‘국민 생선’ 부동의 1위 고등어를 제치고 지난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수산물 1위에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오징어는 내년 초까지 얼굴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징어는 매년 해양 환경이 바뀌다 보니 12월에 어황이 좋지 않았던 상황이 1~2월에 개선되기도 한다”며 “내년 초 어획량이 나아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광어·우럭도 없다…1년새 우럭 도매가 70% 껑충

올겨울 횟감 생선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11월 광어(인천·400g~500g) 1㎏ 평균 도매 가격은 1만3625원으로 지난해 11월(1만1354원) 대비 20% 올랐다. 지난달 우럭(인천·300~400g) 1㎏당 평균 도매가격은 1만42원에서 1만7125원으로 70%나 뛰었다.

광어 가격 인상은 출하량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광어는 연말 성수기 수요를 대비해 물량을 조절, 통상 11월에 출하량이 적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11월까지 광어 누적 출하량은 3만2954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적었다.

우럭 역시 공급량이 줄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소규모 양식장이 잇달아 휴·폐업할 정도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자 수익성이 높은 큰 크기로 양성한 뒤 판매하려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11월 400g 미만 작은 크기 우럭 출하는 전월 대비 10.5% 늘었다. 반면 이 외 크기는 모두 전월 대비 감소했으며, 특히 400~500g 크기 감소폭이 크게 나타났다.

광어와 우럭 가격도 한동안 안정세에 접어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광어는 수요가 줄어드는 내년 1월 공급 물량에 숨통을 틀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월 초 설 명절을 앞둔 시점에서야 출하량이 다시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럭은 평년 대비 출하 가능 물량이 여전히 적어 도매가격 상승 여파를 이어갈 전망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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