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5년간 국내서 1400% 성장… “V12 플러그인 앞세워 전동화 포문”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1-12-28 19:18 수정 2021-12-2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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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1년 ‘프란체스코 스카르다오니’ 아·태 총괄 화상 인터뷰
람보르기니, 5년간 국내 판매 1415%↑… 세계 8위
전동화 과정서 ‘V12 자연흡기 엔진’ 핵심 역할
아벤타도르 후속 ‘V12 PHEV’ 적용… 2023년 출시
2024년 전 모델 전동화… 전기차 2026년 목표
반도체 부족 영향 無… “인기 많아 인도 지연”
‘주행 즐거움’ 해치는 자율주행 적용 계획 無
“전동화 서두르지 않고 최고 슈퍼카 초점”
“내연기관만으로 환경 규제 충족 불가능”


프란체스코 스카르다오니(Francesco Scardaoni) 람보르기니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1415% 성장. 가상화폐 수익률이 아니다. 람보르기니가 5년간 국내 시장에서 기록한 성장률이다. 지난 2016년 20대 수준에 불과했던 국내 람보르기니 신차 판매대수는 지난해 기준 303대로 집계됐다. 국내 진출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신기록 행진은 올해도 이어질 예정이다. 2021년 연간 판매대수는 350대(예상) 수준. 다시 한 번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성장세에 힘입어 한국은 세계에서 8번째 큰 시장으로 거듭났다. 고급차 성지인 중동(7위, Middle East)을 바짝 뒤쫓고 있다. 국토면적이 100배 이상 큰 캐나다(9위), 러시아(10위)보다 람보르기니가 많이 팔렸다.

람보르기니가 한국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로도 볼 수 있다. 부임한지 갓 1년이 된 프란체스코 스카르다오니(Francesco Scardaoni) 람보르기니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은 단계적 일상회복에 맞춰 실제로 한국 방문을 추진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방한은 무산됐지만 화상 인터뷰와 신년 메시지를 통해 한국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스카르다오니 총괄 화상 인터뷰는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소재 람보르기니서울 전시장에서 진행됐다. 인터뷰를 통해 람보르기니에게 한국 시장이 갖는 의미와 전동화 시대 브랜드 미래 방향성, 세부 제품 전략 등을 물었다.


앞서 람보르기니는 브랜드 미래 비전 ‘디레지오네 코르 타우리(Direzione Cor Tauri, 황소자리의 심장을 향하여)’를 발표했다. 오는 2024년까지 전 차종 전동화를 핵심 목표로 한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파워트레인을 중심으로 전동화를 추진한다. 순수 전기차(BEV) 모델은 2026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인터뷰에서 스카르다오니 람보르기니 아·태지역 총괄은 전동화 시대에도 브랜드를 상징하는 V12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 모델(PHEV)을 지속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람보르기니에게 한국 시장이 갖는 의미와 향후 전략은….

“한국 시장은 아시아·태평양지역 뿐 아니라 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지난 5년간 판매량이 무려 15배가량 증가했다. 눈부신 성과다. 브랜드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우루스를 선보이고 V10과 V12 등 세계에서 판매 중인 전 모델을 한국 시장에 도입하는 등 라인업을 다양화한 덕분에 한국 슈퍼 스포츠카 마니아들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올해 역시 가장 강력하고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앞세워 ‘역대급’ 실적이 유력한 상황이고 올해 이뤄진 계약 덕분에 내년 실적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성장세는 2023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시장 성과를 축하하고 헌정하는 의미를 담아 ‘아벤타도르S 로드스터 코리안 스페셜 에디션’을 한국에서만 출시한 바 있다. 더욱 다양한 한국 전용 스페셜 모델이 출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람보르기니는 람보르기니서울과 협력해 수준 높은 한국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흥미진진한 제품을 지속 선보이고 차별화된 서비스와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S 로드스터 코리안 스페셜 시리즈


―많은 완성차 브랜드가 차량용 반도체 칩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람보르기니 상황은 어떠한가.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람보르기니는 현재 반도체 공급 부족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관련 전략 파트너업체들과 최소 5년 이상 장기적인 제품 생산 계획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문제에 직면하고 있지는 않지만 높은 인기로 인해 생산라인은 풀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올해 선보인 V12 신차 2종 ‘쿤타치’와 ‘아벤타도르 얼티마’는 완판(완전판매)됐고 우르스와 우라칸은 출고까지 각각 11개월, 15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브랜드가 기존 기능을 뺀 ‘마이너스 옵션’ 차량을 출고하고 있는데 람보르기니는 그런 경우가 없다. 대신 맞춤 옵션 프로그램인 ‘애드 퍼스넘’을 운영해 소비자가 다양한 사양을 직접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신 V12 모델인 아벤타도르 LP780-4 얼티마와 쿤타치 LPI800-4가 매진됐는데 출시 당시 마지막 V12 자연흡기 모델이라고 했다. 람보르기니 V12 가솔린 자연흡기 모델은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것인가.

“V12 엔진은 사라지지 않는다. 람보르기니를 V12 회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V12 엔진은 브랜드 아이콘이다. V12를 앞세워 슈퍼 스포츠카 시장을 선도한 만큼 전동화 과정에서도 트렌드를 이끄는 람보르기니가 될 것이다. V12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은 전동화를 통해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첫 단계인 내연기관 다음은 2023년까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도입하는 단계로 보면 된다. 아벤타도르 후속 차종을 2023년 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 선보일 계획이며 해당 신차 역시 독보적인 V12 특징이 고스란히 유지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벤타도르 LP780-4 얼티마는 V12 자연흡기 엔진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모델이면서 차세대 V12 모델의 기대감을 심어주는 차로 볼 수 있다. 2024년까지 전 라인업 전동화를 추진하면서 고유의 강력한 성능과 드라이빙 경험을 계승·발전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전동화로 인한 무게 증가 등은 초경량 기술 노하우를 접목해 극복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 2025년까지 제품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0%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고 이를 위해 4년간 총 15억 유로(약 2조200억 원) 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780-4 얼티마

람보르기니 쿤타치 LPI800-4

―전기차 시대에 출력과 토크 등 수치를 비롯해 슈퍼카 성능 차별화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람보르기니는 절대로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다. 트렌드를 이끈다. 람보르기니는 전동화 시대에도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해 나갈 것이다. 전동화 역시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람보르기니 고객들은 특유의 퍼포먼스와 핸들링, 주행 즐거움 등을 패키지로 누린다. 전동화 시대에도 이 패키지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제공될 것이다. 이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함께 누가 봐도 람보르기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브랜드 DNA도 람보르기니만의 차별점이다. 마일드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용한 람보르기니 ‘시안’은 브랜드 고유 DNA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제도에 적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모델이다. 람보르기니의 전동화 방향성과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앞으로 람보르기니는 슈퍼카 브랜드 전통을 유지하면서 초경량 기술 등 최적 솔루션을 확보해 전동화 시대 슈퍼카를 새롭게 정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동화 전반에 대해 람보르기니는 ‘최초’가 아닌 ‘적시’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다.”
람보르기니 V12 엔진


―포르쉐가 순수전기차와 자연흡기 모델을 앞세워 실적을 강화하고 있다. 자연흡기 모델과 전기차가 동시에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으로 투트랙 전략이 효과를 보이고 있는 상황인데 람보르기니는 여전히 2024년까지 하이브리드에 국한된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다른 브랜드와 일정을 맞추지 않는다. 브랜드 로드맵에 따라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신차(아벤타도르 후속)가 출시되는 2023년부터 람보르기니 전동화가 시작된다. 전동화 일정은 계획에 맞춰 순항 중이다. 전동화를 진행하면서 전기차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예정으로 오는 2026년에는 브랜드 4번째 모델이면서 첫 번째 순수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차 뿐 아니라 합성연료 등 다양한 방법으로 브랜드 전동화를 연구하고 있다. 브랜드 차원에서 100% 전기차 전환을 언급한 적은 없으며 전동화를 서두르지 않고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오는 2024년 전 모델 전동화를 목표로 설정했는데 람보르기니 구매자는 내연기관 모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 전동화를 소비자가 원하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인지 아니면 환경 규제에 맞추기 위한 목적인지….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반영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내연기관 자연흡기 엔진만으로는 엄격해지는 환경 규제를 충족시키기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의 새로운 규제, 유로7 등 점점 강력한 규제가 나오고 있다. 하이브리드는 규제를 충족하면서 람보르기니 특유의 주행감성을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본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하더라도 이전보다 강력한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소비자 요구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람보르기니 고객들도 친환경차를 원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환경 보존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자율주행기술은 람보르기니가 추구하는 주행 즐거움과 상반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자율주행기술과 주행감성 사이에서 람보르기니는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

“람보르기니는 주행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 ‘감성’을 위한 차다. 고객들은 운전대를 잡았을 때 그들이 경험하는 꿈과 감정 때문에 람보르기니를 구입한다. 때문에 주행 즐거움을 앗아가는 자율주행기술 도입은 생각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다만 커넥티비티 기술 역시 자율주행기술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는데 주행 감성을 없애지 않는 기술이나 탑승 편의를 위한 기능 도입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또한 주행 편의를 높여주는 차선유지보조, 트래픽잼어시스트 등 기능은 SUV 모델인 우루스에 적용한 바 있다. 어떤 기술이든 주행 즐거움에 중점을 두고 도입한다. 전동화 추진 과정에서도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시장 환경과 소비자 요구, 선호도 등을 충족하는 기술 전략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직접 만나지 못해 아쉽지만 상황이 진전되면 이르면 내년 1분기에 한국을 방문하길 희망한다. 더 자세히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특히 한국은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로 앞으로 자주 방문할 계획이다. 한국 소비자는 차를 통해 자신의 개성과 패션을 표출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탈리아인과 비슷하게 뜨거운 열정이 있다. 이러한 특성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이는 한국에서 람보르기니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요소다. 주요 시장인 한국 고객들에게 제품을 빠르게 인도하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람보르기니 우라칸 STO




람보르기니서울 전시장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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