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광고 집행 열독률 조사 “신뢰도 의문”… 방식-분석 기준 불투명

정성택 기자

입력 2021-12-27 03:00 수정 2021-12-2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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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요 언론정책 바꾸면서 공론화 절차 안 거치고 밀어붙여
일부 신문, 조사할 때 무가지 뿌려… “열독률 끌어올리려는 편법” 지적
대다수 지역매체 조사서 누락, 중복 조사로 세금 낭비 문제도



문화체육관광부가 새 정부 광고 집행 기준으로 도입한 열독률 조사가 불투명한 조사 및 분석 과정으로 인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중요한 언론 정책을 변경하면서 공론화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성급히 진행한 결과 상당수 지역매체는 열독률 조사에서 누락되는 등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 불투명한 조사와 분석 과정

문체부는 올해 7월 한국ABC협회에서 인증하는 신문 부수 대신 전국 5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열독률을 중심으로 정부 광고 집행 기준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열독률은 일정 기간 이용자가 읽은 특정 매체의 비율을 말한다. 이후 올 10월 문체부는 산하기관인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을 통해 열독률 조사를 실시했다. 기준 변경 예고 후 3개월 만에 열독률 조사에 대한 세부 사항을 결정하고 진행한 것이다. 문체부는 이번 주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학자는 “매체 영향력 평가에 대해 이전부터 논의가 진행돼 왔다고 해도 주요 언론 정책을 바꾸는 열독률 조사는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방식으로 조사할지에 대해 정부 부처가 언론계 및 학계와 함께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조사 사항의 세부적인 차이와 투명성이 결과의 신뢰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이번 열독률 조사를 진행하면서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전국을 어떤 비율로 어떻게 나눴는지, 하루 중 언제를 조사 시기로 정했는지, 조사 후 어떤 가중치를 부여하는지 등 조사 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열독률 조사가 이뤄지는 시점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매체는 이 조사가 이뤄지는 시점에 인위적으로 열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가지(무료 신문)를 배포했다. 중앙일보와 매일경제신문은 이번 열독률 조사 초기인 올 10월 주요 지하철역 등에 무가지를 배포했다. 이 같은 무가지 배포 행위에 대해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편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체부는 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조사 대상에 따라 가중치를 적용하면서도 이 가중치를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정했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응답자의 지역별, 성별 등에 따라 가중치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특정 매체를 읽었다고 답한 응답자 수는 비슷해도 가중치를 넣어 환산한 열독률은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 대다수 지역지 반영조차 안 돼

전문가들은 열독률 조사로 매체 영향력을 평가할 경우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지역 중소 신문은 파악이 힘들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실제 이번 5만 명 대상 열독률 조사에서도 전국 약 1500개 지역 매체 중 1000여 개 매체는 이를 봤다는 답변이 나오지 않아 반영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열독률 조사가 매년 이뤄질 경우 지역 매체는 점점 소외되고 전국 신문 매체의 현황 파악은 불가능하다.

대다수 지역 매체가 반영되지 않는 변별력 결함과 함께 중복된 조사로 인해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5만 명 열독률 조사에는 7억4000만 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이번 조사가 도입되기 이전부터 언론재단은 매년 이용자의 언론 소비 형태 등을 분석하는 ‘언론수용자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여기엔 전국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열독률 조사가 포함돼 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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