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절반 이상 “내년에도 현상유지가 경영 목표”
임현석 기자 , 김하경 기자
입력 2021-12-27 03:00 수정 2021-12-27 10:39
경총, 전국 30인 이상 기업대상 조사
원자재값 급등-임금인상 큰 부담
내수 경기 민감한 中企 더 휘청
“내년 투자와 채용 계획을 아직도 못 세웠습니다. 원자재 가격 부담이 커지는데 가격엔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내 월급이라도 반납해야 할 판입니다.”
산업용 패킹 고무를 제조해 납품하는 회사 대표 A 씨는 새해 회사 경영 계획을 아직도 마무리짓지 못했다. 패킹 고무의 원자재인 합성고무 가격이 연초 t당 170만 원 선에서 최근 220만 원 수준까지 30% 가까이 올랐지만 대부분의 납품 업체들과 고정가격으로 장기 계약을 맺고 있다 보니 원가 부담이 커졌을 때 판매 가격에 바로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줄곧 마른 수건 쥐어짜듯 비용 절감을 계속해 뭘 더 줄여야 할지 난감하다. A 씨는 “지금 같아선 내년엔 올해 수준의 현상 유지만 하더라도 큰 성공”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내년도 경영 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절반 이상은 경영 기조를 ‘현상 유지’로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임금 인상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불확실성이 큰 탓에 사업을 키우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2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인 이상 기업 243개사를 대상으로 내년도 기업 경영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년도 경영 계획의 최종안을 확정했다고 답한 기업은 11.1%에 불과했다. ‘초안을 수립했다’고 답한 기업은 53.5%였다. 64.6%(157곳) 기업만 경영 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경영 계획을 수립한 기업들은 내년도 경영 계획 기조를 두고 현상 유지(53.5%)라고 대답한 경우가 많았다. 긴축 경영이라는 대답도 22.9%에 달했다. 확대 경영으로 응답한 기업은 23.6%에 불과했다.
긴축 경영이라고 응답한 기업들의 구체적인 추진 계획은 ‘원가 절감’(80.6%)이 많았다. 경총 측은 “최근 불거진 공급망 쇼크, 원자재 가격 급등, 임금 인상과 같은 이슈로 대다수 기업이 원가 절감을 긴축 경영의 최우선 순위로 꼽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산지역에서 고압가스 용기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B 씨는 “원자재인 철강 가격이 오른 데다 수급도 원활하지 않다. 모든 게 불확실해 긴축 경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영 계획을 세운 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 투자 및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2021년) 수준’이라는 응답이 각각 53.5%(투자)와 63.7%(채용)로 높게 나타났다. 경총은 “기업들이 올해 4%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경기회복 신호로 받아들이기보다 지난해 역성장(―0.9%)에 따른 기저효과로 보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내수 경기에 민감한 중소기업들이 경기 악화 충격파를 더 크게 받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3∼20일 중소기업 3150곳을 대상으로 내년 1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음 달 업황전망경기전망지수(SBHI)는 전달 대비 4.5포인트 하락한 79.0으로 나타났다. 80포인트 선 아래로 하락한 것은 올 9월(78.0) 이후 4개월 만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숙박 및 음식점업을 중심으로 산업 전체 체감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83.3, 비제조업은 76.8로 각각 전달 대비 3.1포인트, 5.2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비제조업 가운데 서비스업은 ‘숙박 및 음식점업’이 78.2에서 47.2로,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이 70.1에서 55.1로 떨어지는 등 10개 업종이 모두 하락했다.
중소기업들은 주요 애로 요인으로 ‘내수 부진’(58.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원자재 가격 상승(46.4%) △인건비 상승(44.9%) △업체 간 과당경쟁(40.1%) 등이 뒤를 이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원자재값 급등-임금인상 큰 부담
내수 경기 민감한 中企 더 휘청
산업용 패킹 고무를 제조해 납품하는 회사 대표 A 씨는 새해 회사 경영 계획을 아직도 마무리짓지 못했다. 패킹 고무의 원자재인 합성고무 가격이 연초 t당 170만 원 선에서 최근 220만 원 수준까지 30% 가까이 올랐지만 대부분의 납품 업체들과 고정가격으로 장기 계약을 맺고 있다 보니 원가 부담이 커졌을 때 판매 가격에 바로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줄곧 마른 수건 쥐어짜듯 비용 절감을 계속해 뭘 더 줄여야 할지 난감하다. A 씨는 “지금 같아선 내년엔 올해 수준의 현상 유지만 하더라도 큰 성공”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내년도 경영 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절반 이상은 경영 기조를 ‘현상 유지’로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임금 인상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불확실성이 큰 탓에 사업을 키우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2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인 이상 기업 243개사를 대상으로 내년도 기업 경영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년도 경영 계획의 최종안을 확정했다고 답한 기업은 11.1%에 불과했다. ‘초안을 수립했다’고 답한 기업은 53.5%였다. 64.6%(157곳) 기업만 경영 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긴축 경영이라고 응답한 기업들의 구체적인 추진 계획은 ‘원가 절감’(80.6%)이 많았다. 경총 측은 “최근 불거진 공급망 쇼크, 원자재 가격 급등, 임금 인상과 같은 이슈로 대다수 기업이 원가 절감을 긴축 경영의 최우선 순위로 꼽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산지역에서 고압가스 용기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B 씨는 “원자재인 철강 가격이 오른 데다 수급도 원활하지 않다. 모든 게 불확실해 긴축 경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영 계획을 세운 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 투자 및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2021년) 수준’이라는 응답이 각각 53.5%(투자)와 63.7%(채용)로 높게 나타났다. 경총은 “기업들이 올해 4%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경기회복 신호로 받아들이기보다 지난해 역성장(―0.9%)에 따른 기저효과로 보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내수 경기에 민감한 중소기업들이 경기 악화 충격파를 더 크게 받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3∼20일 중소기업 3150곳을 대상으로 내년 1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음 달 업황전망경기전망지수(SBHI)는 전달 대비 4.5포인트 하락한 79.0으로 나타났다. 80포인트 선 아래로 하락한 것은 올 9월(78.0) 이후 4개월 만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숙박 및 음식점업을 중심으로 산업 전체 체감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83.3, 비제조업은 76.8로 각각 전달 대비 3.1포인트, 5.2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비제조업 가운데 서비스업은 ‘숙박 및 음식점업’이 78.2에서 47.2로,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이 70.1에서 55.1로 떨어지는 등 10개 업종이 모두 하락했다.
중소기업들은 주요 애로 요인으로 ‘내수 부진’(58.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원자재 가격 상승(46.4%) △인건비 상승(44.9%) △업체 간 과당경쟁(40.1%) 등이 뒤를 이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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