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폰 악용 잦은 ‘별정통신사 폰’… 범죄땐 추적-조회 쉽지않아

조응형 기자

입력 2021-12-24 03:00 수정 2021-12-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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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보호 여성 가족 살해’ 이석준에 집 주소 알려준 흥신소 운영자도
범행때 ‘별정통신사 폰’ 사용… 주소 알게 된 경위 추적 어려워
시중 대포폰 70%가 ‘별정통신사 폰’, 사업진입 문턱 낮아 상당수 유령社
“업체 등록 요건 까다롭게 하거나 사업 모니터링 시스템 개선 시급”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준(25)에게 피해자의 집 주소를 알려준 흥신소 운영자 A 씨가 구속 송치됐다.

A 씨는 23일 “살인 사건으로 이어질지 예상 못 했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호송차량에 올랐다.

○ 통신기록 조회·발신자 추적 어려워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텔레그램 등을 통해 제3자로부터 피해자의 집 주소를 받아 (이석준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가 집 주소를 알게 된 경위를 추적하고 있다.

A 씨가 범행에 사용한 휴대전화는 ‘별정통신사’(회선설비 미보유 사업자)를 통해 개통돼 추적이 쉽지 않다.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자체 회선을 가지고 서비스를 한다. 하지만 별정통신사는 이들 통신사의 회선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한다. 통신 3사의 시장 과점을 막기 위해 1998년 도입됐다.

하지만 경찰은 별정통신사에 자료를 요청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고 한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는 ‘대포폰’으로 만들어져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도 많다.

15년 이상 현장 수사 경험이 있는 한 수사관은 “별정통신사의 서류상 주소를 찾아갔더니 회사 명패도 직원도 없는 ‘유령회사’였다”고 했다. 또 다른 수사관은 “통신 3사는 영장만 발부되면 협조가 원활하지만, 별정통신사는 수사 협조를 위해 연락을 취하는 것부터가 어렵다”고 말했다.

○ 개인정보 본인 확인 절차 허술
별정통신사가 범죄 행위에 직접 연루되는 경우도 많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올 8월 18일부터 10월 18일까지 두 달간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 적발된 ‘대포폰’ 2만739대 중 70.1%(1만4530대)가 별정통신사를 통해 개통된 기기였다.

단속 과정에서 수원중부서는 개인정보 업자로부터 외국인 여권 사진파일 등을 구매해 대포유심 1109개를 개통하고 범죄조직에 유통한 피의자 36명(구속 6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모든 통신사는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소규모 별정통신사의 경우 서비스 가입을 할 때 본인 확인 절차가 허술한 곳이 많다. 이 때문에 대포폰이나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높아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업 진입 문턱이 낮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별정통신사의 경우 자본금 3억 원과 정보통신기술사 등 자격을 보유한 직원 1명, 이용자 보호 전담 직원 1명 이상을 두는 등 요건을 갖추면 별도 허가 절차 없이 등록만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올 11월 기준 별정통신사는 555곳이 중앙전파관리소에 등록돼 있지만, 이들의 불법 행위나 이용자 이익 침해 행위를 조사하는 인원은 방송통신위원회 소속 5명에 불과하다. 별도 신고, 제보 등이 없을 경우 불법 행위 여부 등을 현장 실사하는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담당 직원 5명이서 모든 통신사를 조사하다 보니 인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통신 3사 조사만 해도 업무량이 상당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별정통신사를 면밀히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기동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은 “업체 등록을 더 까다롭게 하거나, 사업이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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