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다주택 양도세 완화 정부 설득”… 靑-政 “변경 계획 없다”

권오혁 기자 , 세종=송충현 기자 , 최혜령 기자 , 박효목 기자

입력 2021-12-23 03:00 수정 2021-12-23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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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시장에 유익 생각 변함 없어”
靑 “정책 일관성 매우 중요” 맞서
與, 워킹그룹 만들어 논의 ‘절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청와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양도세) 중과 유예를 놓고 연일 맞서고 있다. 중과 유예를 주장하는 이 후보와 수용할 수 없다는 청와대가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민주당은 고육지책으로 ‘워킹그룹’을 만들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사실상 다음 정부로 결론이 미뤄질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여권이 시장 혼란과 정책 신뢰의 추락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후보는 22일 양도세 중과 유예와 관련해 “다주택자에게도 유익하고 시장에도 유익하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 “양도세 중과 자체를 없애자는 건 아니기 때문에 계속 (정부를) 설득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선거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설득을 하되 안 되면 선거 후에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청와대의 반대로 불발되더라도 취임 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호승 대통령정책실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 대해 “지금은 시장이 변화하고 있는 민감하고 결정적인 국면이기 때문에 정책의 일관성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사안은 시장 안정, 정책 일관, 형평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세제 변경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양쪽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여당은 워킹그룹을 만들어 의견 수렴을 이어가기로 했다. 워킹그룹 구성이 결정되면서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여당 의원들은 양도세 관련 공방을 자제했다.

시장의 혼선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입장차가 워낙 커 워킹그룹에서 결론을 언제 내릴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당, 李-靑 이견에 ‘양도세 완화’ 논의 미뤄… 시장은 혼선
與 부동산 의총 “워킹그룹서 논의”


더불어민주당이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등 부동산 세금 정책을 논의할 ‘워킹그룹’ 구성을 결정하면서 이재명 후보와 청와대의 정면충돌은 일단 막았다. “국민의힘이 극심한 자중지란에 빠진 상황에서 우리 편끼리 공개적으로 맞붙을 필요가 없다”는 여권 내부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과 유예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한 상황에서 워킹그룹이 대선 전까지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부동산 세금 문제에 대해 여권이 오락가락하면서 양도세 중과 유예 문제를 둘러싼 시장의 혼선도 계속될 수밖에 없게 됐다.

○ 의총서 양도세 충돌 피해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 시작부터 양도세 논의에 선을 그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지도부와 후보 간 충분히 협의해서 오늘 의총에서 논의하기보다는 부동산 세제와 관련한 워킹그룹을 만들어서, 다양한 당내 의견을 가진 분들로 구성해 그 워킹그룹이 당 안(案)을 만드는 논의를 우선하도록 논의했다는 점 미리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의총에서 찬반 의견이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를 피하겠다는 의도다.

그 대신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워킹그룹 논의를 공식화했다. 여당 내에서 처음으로 출범하는 워킹그룹은 양도세 중과 유예를 비롯해 당정이 검토하는 내년 보유세 동결 방안, 종합부동산세 ‘핀셋 완화’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워킹그룹에서 결론을 내릴 때까지 부동산 시장 매물이 잠길 가능성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워킹그룹이 작동하려면 내년 1월은 돼야 하는데 대선이 너무 임박한 시점에 적절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이 후보가 양도세 문제를 불쑥 꺼낸 것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이낙연 캠프의 좌장을 지낸 설훈 의원이 ‘예민한 사안인 중과 유예에 대해 후보가 당과 사전 조율 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홍영표 의원 등 일부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은 중과 유예에 반대했지만, 이른바 ‘이재명계’ 의원들이 맞대응을 자제해 큰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 李도 靑도 ‘물러설 수 없다’

그러나 이 후보와 청와대는 양도세 문제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의총에 참석해 “그간 가져온 일반적인 가치가 근본적으로 훼손되지 않는다면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양도세 중과, 공시가격, 재산세 재조정 등 정부 여러 정책의 ‘핀셋 조정’도 국민 아픔에 대해 공감하면서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검토와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면전은 삼가겠지만 중과 유예 주장을 굽히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이 후보는 또 이날 한국여성기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양도세 중과 자체를 없애자는 뜻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해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호승 대통령정책실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양도세 중과 유예) 정책을 선택할 때 갖게 되는 다른 부정적인 영향들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 실장은 물론 김부겸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연일 나서는 건 청와대가 양도세 중과 유예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확실한 방침을 정했다는 의미”라며 “이 후보와 청와대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커 내년 3월 대선까지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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