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협조하면 빛 볼 줄 알았는데 빚만 보여” 생계 접고 거리로 나온 자영업자들

이소연기자

입력 2021-12-22 21:23 수정 2021-12-22 21:3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정부 방역지침에 반발한 자영업자단체 총궐기 대회가 열렸다. 집회 인원 제한으로 인해 들어가지 못한 참석자들이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싸우자는 게 아녜요. 자영업자의 현실도 한번 들여다 봐달라는 겁니다.”

인천 계양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권모 씨(46)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권 씨는 “영업시간이 제한되면서 PC방처럼 24시간을 운영해오던 업종은 매출액이 80% 넘게 줄었다”며 “임대료도 감당하기 힘들다.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22일 오후 3시경 서울 종로구 광화문 거리에서 ‘전국 소상공인·자영업자 총궐기 집회’에는 권 씨처럼 정부의 거리두기 방침에 반발한 자영업자들이 생업을 접어두고 거리로 몰려나왔다.

● “왜 자영업자만 손해를 봐야 하나요”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열린 총궐기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시간 40분 동안 영업제한 등 정부의 거리두기 방침 철폐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그들의 손에는 ‘왜 자영업자만 멈춤인가’ ‘방역 협조하면 빛 볼 줄 알았거늘 어찌 빚만 보이는가’라고 적힌 손팻말을 손에 들고 “일률적인 영업제한 철폐하고 손실보상 보장하라”고 소리쳤다.

집회에 모인 자영업자는 400여 명. 현행 거리두기 방침에서 허용 가능한 인원(299명)을 넘어서면서 한때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충돌이 일기도 했다. 비대위 측은 광장 주변에 임시 출입구를 마련해 참가자 명단을 작성하고 초과한 인원에 대해선 현장 출입을 통제했다. 자영업자 100여 명은 경찰 통제선 밖에서 “자영업자 죽이는 방역을 중단하라”며 함께 구호를 외쳤다.

충북 청주에서 맥줏집을 하는 김응패 씨(51)도 경찰 통제선 너머에서 집회에 동참했다. 김 씨는 “어젯밤 9시까지 혼자 장사를 한 뒤 잠 한숨 제대로 못 자고 집회에 나왔다”며 “밤 장사하는 업종에 시간을 제한하는 건 문 닫으라는 소리”라며 토로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집회 현장 출입을 가로막는 경찰을 향해 “다 비켜라. 억울해서 가게 문까지 닫고 온 사람들”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은 있었지만 집회는 큰 마찰 없DLL 진행됐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 펜스 밖에서 충돌을 빚기도 했지만 집회 참가자 대부분이 명부를 작성하고 방역수칙을 준수했다”고 설명했다.


● 곳곳서 ‘방역 불복’ 움직임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열린 총궐기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같은 날 인천 연수구 송도유원지에 있는 한 카페. 입구에 붙어 있던 ‘24시간 정상 영업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떼어져 있었다. 앞서 연수구청은 이 카페 본점과 지점 2곳을 ‘영업시간 제한 등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았다’며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결국 카페는 24시간 영업을 포기했다. 직원 A 씨는 “18, 19일 이틀간 24시간 영업을 했는데 경찰이 카페에 찾아와 손님들을 내보내고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며 “구청에서 고발까지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정부의 방침을 따르기로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치단체마다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으면 강경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방역 불복 움직임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6개 소상공인단체가 포함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측은 27, 28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간판 불을 끄는 단체행동을 나서기로 했다. 민상헌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대표는 “영업시간 제한에 대한 항의 표시로 업소 100만여 곳이 단체행동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정부 방역지침에 반발한 자영업자단체 총궐기 대회가 열렸다. 집회 인원 제한으로 인해 들어가지 못한 참석자들이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