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 9.6% 올라 13년만에 최대

박희창 기자

입력 2021-12-22 03:00 수정 2021-12-22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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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월째 상승… 인플레 부담 증가
한달 뒤 소비자물가에 영향 줘
내년 물가 2.2% 관리목표 빨간불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생산자물가는 한 달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2%로 발표한 정부의 물가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2.99로 1년 전에 비해 9.6%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8년 10월(10.8%) 이후 13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지수 자체는 올해 4월부터 8개월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0월보다는 0.5% 오르며 지난해 11월부터 13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10년 만의 최장 기간 상승세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큰 영향을 미친 데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생산자물가가 하락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반영됐다. 품목별로 석탄 및 석유제품이 1년 전에 비해 91.8% 올랐다. 이 중 경유는 101.3% 급등했다. 제1차 금속제품은 38.5% 뛰었다. 전력·가스·수도·폐기물도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 상승으로 8.3% 상승했다. 서비스 품목 중엔 항공화물(29.4%), 도로화물운송(4.6%) 등 운송비용이 많이 뛰었다.

농산물도 오이(125.0%), 배추(76.4%) 마늘(47.9%) 등이 큰 폭으로 뛰면서 1년 전에 비해 1.7% 올랐다. 농산물 값이 전년 동기 대비 오름세를 보인 것은 올 7월(5.4%) 이후 처음이다. 평년보다 작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산물을 포함한 농림수산품은 5.8% 올랐다.

생산자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물가도 뒤따라 오르기 때문에 올 10월부터 두 달째 3%를 넘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은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이 길어지면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이날 내놓은 연구보고서 ‘공급 병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서 “우리나라에서도 공급망 병목 현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점차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더욱이 공급망 병목 장기화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불안해질 경우 수요,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모두 예상보다 커지면서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급 병목 영향에다 인력난 등이 겹쳐 내년 상반기(1∼6월)에도 소비자물가가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인플레이션은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그만큼 구매를 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내년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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