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카페 접은 자영업자들 ‘자격증 열공’… “수입 적어도 안정적”

유채연 기자

입력 2021-12-22 03:00 수정 2021-12-2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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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폐업’ 후 자격증 학원에 몰려

21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중장비 학원에서 수강생들이 지게차 운전 실습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경기로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쿠팡 등 물류업체가 호황을 맞자 지게차 운전학원으로 몰리고 있다. 고양=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0일 오후 3시경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한 중장비 운전학원. 다음 날 실기시험을 앞둔 지게차 운전기능사 자격증반 수강생이 지게차로 팰릿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수업은 한 수강생이 끝나면 다음 수강생이 지게차를 운전하는 방식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졌다.

이 수업 수강생 14명 중 6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게 문을 닫은 자영업자다.

수업에 참여한 권모 씨(48)도 코로나19 유행 전까지는 서울 서초구에서 한 달에 300만∼400만 원을 벌던 카페 사장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어 하루에 10잔도 못 파는 날이 늘어갔다. 권 씨는 지난해 3월 결국 가게 문을 닫고 지게차 자격증을 따려고 학원에 등록했다. 권 씨는 “보통 지게차 기사들이 한 달에 250만 원 정도 버는데, 카페 운영 때보다 수입은 적더라도 안정적일 것 같아 지난달 학원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 자격증 따면 “수입 적어도 안정적”
코로나19로 폐업하거나 폐업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들이 자격증을 따 재취업에 도전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앞에서 13년 동안 카페를 운영하던 김모 씨(44)는 12일 점포를 정리했다. 가게를 하면서 틈틈이 준비해 온 지게차 자격증을 딴 뒤 최근 물류센터 아르바이트 일을 준비 중이다. 김 씨는 “지게차 자격증이 있으면 급여를 40만 원 정도 더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시험을 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10년 동안 해오던 한식집을 4월 폐업한 이모 씨(52·서울 노원구). 코로나19 유행 이후 매출이 40% 수준으로 줄자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다. 그는 최근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이 씨는 “가게를 닫은 당시에는 막막했지만 자격증을 갖춰야 미래가 보장될 것이라는 생각에 시험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포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 학원에 따르면 최근 상담을 위해 학원을 찾은 사람의 절반 이상이 자영업자였다. 이 학원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려는 자영업자가 늘어난 것을 느꼈다”고 했다.

충북 청주시에 사는 김모 씨(26)는 요즘 건축기사와 건설기계설비기술사 자격 취득을 위해 학원을 수소문하느라 바쁘다. 김 씨의 20평 규모 분식점을 주기적으로 찾는 손님도 꽤 있었지만, 매출이 절반 이상 줄며 지난해 12월 결국 문을 닫았다. 김 씨는 “폐업 이후 5개월 동안 캐디와 술집, 퀵서비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4월부터는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조금 더 전문성을 갖춰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자격증을 따려고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 “교육·훈련 등 전직 지원 정책 필요”
통계청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19.9%를 차지했다. 자영업자를 취업자로 구분해 분석한 자료인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10%대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간한 ‘국가기술자격 통계연보’에도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한 50대는 2018년 5만5486명에서 지난해 7만2551명으로 1만7065명 늘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손실보상금 지원과 함께 교육이나 훈련 같은 전직 지원 정책을 이중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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