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츠 신고 퍼 입는 남성들… 올겨울 젠더리스 바람 거세다

이지윤 기자

입력 2021-12-22 03:00 수정 2021-12-22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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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경계 허무는 패션 품목 확대
남성용 부츠 매출 1년새 29% 늘어
“출근-일상복에 두루 잘 어울려”
퍼 인기에 털 달린 남성화도 출시


과거 ‘여성용’ 꼬리표가 붙던 부츠, 퍼·무스탕 제품이 최근 남자들에게도 환영받고 있다. 남성복 브랜드 에이징씨씨씨의 무스탕(위쪽 사진)과 닥터마틴의 첼시 부츠. 각 사 제공
직장인 김도형 씨(29·서울 강동구)는 얼마 전 발목까지 올라오는 검은색 첼시부츠를 난생처음 구매했다. 평소 신발에 관심이 많아 운동화만 1년에 세 켤레씩 구매하던 그도 부츠는 선뜻 도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착용 후엔 만족도가 높다. 김 씨는 “남자 부츠는 패션피플(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이들)만 신는 거란 고정관념이 있어 주위 시선이 걱정됐지만 막상 신어보니 비즈니스 캐주얼이나 일상복에도 두루 잘 어울려서 좋다”고 말했다.


부츠, 퍼(fur) 등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패션 아이템이 젠더리스 패션에 힘입어 남성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1일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달 남성용 부츠 매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29%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신발 수요가 감소하기 전인 2019년 11월과 비교해도 295% 폭증했다. 첼시부츠의 대명사로 여성들에게 주로 인기였던 닥터마틴 등을 비롯해 최근엔 30만∼50만 원대를 호가하는 레드윙 등도 남성용 부츠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에서도 같은 기간 6만 원대 첼시부츠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60% 이상 늘었다.

부츠를 찾는 이들이 많아진 것은 최근 패션에서 성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 반바지 등 주로 의류에서 시작된 젠더리스 패션은 최근 잡화로 확대되는 추세다. 패션에 대한 남자들의 관심과 지출 수준이 높아지다 보니, 보다 폭넓은 카테고리에서 성별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재택근무가 확산되며 출근룩, 일상룩 등 때와 장소에 따라 나뉘던 복장 구분이 모호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구두보다 편하고 운동화보단 격식 있는 부츠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주보림 이화여대 패션디자인전공 교수는 “남성들도 자기 개성을 표출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진 데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바뀐 라이프스타일이 영향을 미쳤다”며 “언제 어디서든 유연하게 잘 어울리면서 편안함과 맵시를 모두 갖춘 다기능 패션이 유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신(新)남성 패션은 ‘퍼(fur)’다. 보온성 높고 착용감도 좋지만 여성용이라는 인식이 강해 진입장벽이 높았던 제품군이다. 지난달 무신사 내 남성용 퍼·무스탕 제품 매출은 2019년 동기보다 57% 증가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 남녀 공통 퍼·무스탕 카테고리에서 남성용이 랭킹 상위권에 오르는 횟수가 잦아졌다”며 “특히 무스탕의 경우 긴 외투보다는 단출하고 쇼트패딩, 쇼트코트보다는 무게감 있는 분위기 덕에 인기”라고 설명했다.

퍼 제품에 대한 남성 수요가 늘자 해외 브랜드들은 올해 처음 국내 시장에 털 달린 남성화를 출시하기도 했다. LF가 판매하는 미국 신발 브랜드 콜한은 올겨울 남성용 털 슬리퍼 2종을 처음 선보였고, 독일 브랜드 버켄스탁은 털 달린 남성용 뮬까지 구색을 확대했다. LF 관계자는 “그동안 남성 패션에서 ‘넘을 수 없는 장벽’처럼 여겨지던 퍼가 남성 잡화 카테고리까지 장악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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