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기자재 업체 출혈경쟁, 경영악화로 이어져[중기 24시]

동아일보

입력 2021-12-22 03:00:00 수정 2021-12-22 03:00: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내실 지키며 파이 키우려면 정부정책 패러다임 바뀌어야”

중전기기 제조업체 신성산전㈜ 이주억 대표는 “한국의 배전 기자재 업계는 비정상적으로 증가하여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신성산전은 1994년 설립했고 이 대표의 전기회로 개폐 및 보호장치 분야 경력은 이보다 더 긴 베테랑이다. 이처럼 업계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그가 관련 배전 기자재 업계가 위기라고 평가한 것이다.

“현재 변압기 관련 업체가 60개 이상, 개폐장치 관련업체가 40개 이상, 계량기 업체가 40개 이상이다. 미국 같은 큰 나라도 5, 6개 업체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지나친 정도를 넘어섰다.”

한전 본사가 나주로 이전하고 나주혁신산단을 조성하여 연간구매 물량의 20%를 입주기업에 별도로 입찰한다는 정책의 공고 이후 업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생긴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낙후지역 중소기업 특별지원법, 중소기업 판로 지원법에 기초한 직접생산 조건은 본연의 긍정적 기능을 벗어나 중소기업의 중복투자, 비정상적 고용을 강요함으로써 오히려 중소기업을 피폐하게 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한때 국산화 장려정책,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직접생산법, 낙후지역 육성을 통한 국토 균형 발전 명분은 나름대로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중전기산업을 발전시키며 국토 균형 발전에 중대한 기여를 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는 업체를 남발하고 중복투자, 중복고용에 따른 경영악화, 시장축소로 인해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을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낙후지역의 산업단지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부품산업이 발전해야 하지만, 직접생산 조건이 까다롭고 용역회사를 통해 인력을 지원받으면 도급계약으로 간주돼 임대법 위반이자 직접생산 위반으로 처벌되는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인력 인프라가 없는 낙후지역에서 정상적인 생산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용역회사를 통한 인력 보충 시 도급계약은 산재발생시 근로자를 보호할 주체를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인데, 오히려 작위적인 해석으로 인해 직접생산 위반 사항이 되고 있어 약자를 보호한다는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또 그는 규제 방식의 변화 외에도 파이를 키우려는 노력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며 이점에 있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대표는 “정부는 한전을 통해 외화보유고를 활용해 해외의 배전회사를 인수하는 등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라며 “자금 조달이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해외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없고 단품 위주의 입찰에서 국내업체 간의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제품을 카피하는 것이 NET, NEP가 될 수 없고 직접생산법이 중소기업의 판로를 지원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전의 적자 구조 또한 국내 전력 기자재 업계 발전을 막는 요인 중에 하나라고 꼬집었다.

“낡은 규제에서 벗어날 때가 됐습니다. 또한 중전기기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한전이 적자구조를 탈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적자상태에서는 비용절감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 전력공급, 전력품질을 낙후시키고 어렵게 양성된 중전기산업을 고사시킬 것입니다.”

한편 이 대표는 원자력발전을 유지하면서 소형원자로를 개발해 적극 활용하는 것이 탄소제로, 수소경제의 중요한 전제가 될 수 있다며 원전을 중심으로 한 신사업 육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