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하루 확진 1만명… 검사소 2시간 대기, 공연장-식당 문닫아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1-12-20 03:00 수정 2021-12-20 17:59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코로나 재확산 뉴욕시 르포

뉴욕 타임스스퀘어 검사소 북적북적 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광장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최근 뉴욕시의 일일 신규 확진자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많은 1만 명을 넘으면서 성탄절을 앞둔 방역 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 그린포인트 지역 대로변에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간이 검사소. 시민 수백 명이 검사를 받기 위해 교차로 모퉁이를 돌아 ‘ㄱ’자로 늘어서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 등록을 마친 사람들은 검사를 받기 위해 반대쪽에 만들어진 더 긴 줄에 새로 서야 했다. 접수 담당 간호사는 “지금 왔으면 두 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근처 약국에 ‘코로나19 무료 검사’라는 안내판이 있어 들어가 보니 안에서도 역시 많은 사람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례를 기다리던 캐슬린이라는 여성은 “얼마 전 모임에서 만난 사람이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알려줘서 검사받게 됐다”며 “주변에 아는 사람들이 많이 걸렸다”고 했다. 줄 선 시민들에게 커피 등을 팔던 노점상은 때아닌 ‘대목’을 만났다. 그는 “일주일 전만 해도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사흘 전부터 긴 줄이 생겼다”고 말했다. 토요일인 18일 타임스스퀘어 광장 검사소에도 끝을 알 수 없는 긴 줄이 대로변을 메우고 있었다. 찬 공기에 보슬비까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검사를 받으려는 행렬은 하루 종일 이어졌다. 휴일을 맞아 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실외에서도 절반 이상은 마스크를 쓰고 걸었다.

뉴욕에서 코로나19 검사소가 사람들로 붐비고 줄을 서 기다리는 모습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그만큼 코로나19가 최근 빠르게 확산하고 오미크론 변이까지 출현하면서 시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진 것이다. 17일 하루 뉴욕주는 팬데믹 시작 이후 가장 많은 2만190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뉴욕시 역시 16, 17일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하루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었고 양성률은 8%에 육박했다. 뉴욕시 하루 확진자는 지난달 초엔 1000명 안팎, 이달 초만 해도 2000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지만 한두 달 만에 5∼10배가량 폭증했다. 뉴욕시는 팬데믹 초기인 작년 봄에 시신 처리가 힘들었을 만큼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미국의 ‘핫스폿’이었다. 그때의 트라우마가 최근 되살아나면서 시민들을 또다시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검사소에 매일같이 시민들이 몰리자 뉴욕시는 급히 검사소를 늘리고 인력도 보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온라인을 통해 주요 검사소의 예상 대기 시간을 실시간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대응으로는 하루 10만 건이 넘는 검사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은 이런 가파른 급증세의 주원인으로 오미크론을 지목하고 있다. 데이브 초크시 뉴욕시 보건국장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오미크론이 뉴욕에 왔고,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재 뉴욕시 전체 확진자의 13%가량은 오미크론 변이 감염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몇 주 뒤엔 오미크론이 지배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면서 뉴욕에서는 작년에 이어 또다시 최악의 연말 분위기가 뒤덮고 있다.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다시 시작하고 대규모 모임이나 행사,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을씨년스러운 크리스마스 시즌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올가을 대면 공연이 재개된 브로드웨이에는 다시 암흑이 찾아왔다. 확진 판정을 받는 배우와 제작진이 속출하면서 인기 뮤지컬과 공연이 다수 취소됐다. 뉴욕시에서만 4000개가 넘는 학교 교실이 폐쇄됐고 음식점 예약이 줄어들기 시작한 가운데 종업원의 감염으로 문을 닫는 식당도 잇따르고 있다. 졸업식과 연말 파티, 스터디 모임 등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대학가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는 환자들이 쏟아지면서 의료체계가 마비되고 있다. 오하이오주는 병원에 주방위군을 투입하기로 했고 캔자스와 미주리주 병원들에선 수술 일정을 연기하고 환자를 돌려보내는 일이 생기고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현재 미국의 하루 신규 확진자(일주일 평균)는 13만 명에 육박해 지난달 말에 비해 50%가량 급증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