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그들만의 리그, 편견깨자” 초등생도 본선에

지민구 기자

입력 2021-12-20 03:00 수정 2021-12-20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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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 대신 아이디어 하나로”… 스타트업 공개 오디션 현장

18일 서울 성동구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열린 스타트업 공개 오디션 ‘유니콘하우스’ 결선에서 5명의 창업자와 벤처투자사(VC) 심사위원 등이 무대에 올라 순위 결과 발표를 듣고 있다. 스타트업 400곳이 참가해 8주간 경쟁을 펼친 가운데 바이오실험실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하는 에이블랩스의 신상 대표(오른쪽에서 다섯 번째)가 1위를 차지했다. 유니콘하우스 제공

“새로운 소스를 개발하기 위해 직접 전국의 맛집을 돌아다녔어요. 사업이 얼마나 어렵고 오래 걸리는 일인지 알게 됐죠.”

스타트업 웜미들컴퍼니의 대표이자 초등학교 6학년인 김재익 군(12)이 무대에 올라 유창하게 프레젠테이션(PT)을 이어가자 심사위원석에서 “세상에”라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최연소 참가자였던 김 군은 참가자 400명 중 12명만 참여한 본선 무대에도 당당히 뽑혔다.

학생들의 진로 설정을 돕는 서비스를 만드는 이소민 대표(18)는 “현재 고등학교에 다니지 않고 사업에 몰입하고 있다”는 당찬 발언으로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다.

화려한 스펙과 인맥은 없지만 열정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원석을 찾는 스타트업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 ‘유니콘하우스’가 두 달여에 걸친 경쟁 끝에 우승자를 결정하고 막을 내렸다. 심사에 참여한 벤처투자사(VC) 네스트컴퍼니의 신재식 대표는 “김 군 등의 사례는 사업 아이디어만 있으면 편견 없이 도전해도 된다는 것을 공개 오디션 무대를 통해 증명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18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공익 문화공간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유니콘하우스 결선 무대가 열렸다. 창업 초기 스타트업 400곳이 지원해 서류와 PT 심사를 거쳐 12팀이 본선에 올랐고, 8주간 사업성을 평가받는 ‘경쟁 미션’을 거쳐 5곳만 살아남아 최종 경쟁을 펼쳤다.

최종 무대에 오른 20, 30대 창업자 5명의 사업 분야는 천연 생리대(이너시아), 여성 전용 성(性) 지식 공유 플랫폼(아루), 목표 달성 지원 커뮤니티 서비스(한달어스) 등으로 다양했다. 심사에 나선 소풍벤처스의 최경희 파트너는 “일반적인 창업경진대회 등에선 볼 수 없는 다양한 스타트업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결선 무대에선 창업자 5명이 벤처투자 전문가와 일반 시민이 포함된 심사위원 36명의 모의 투자액을 모아 순위를 가렸다. 바이오실험실의 자동화 장비를 개발하는 에이블랩스의 창업자 신상 대표(33)가 1위에 올라 상금 5000만 원을 차지했다. 신 대표는 “창업 후에 늘 안개로 가득 찬 길을 걷는 기분으로 불안감 속에 지냈는데 공개 오디션에 지원한 것을 계기로 많은 성장을 이루게 됐다”며 “예비 창업자를 위해서라도 이러한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디션을 주최한 미디어 스타트업 EO스튜디오가 내세운 기획 취지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확장’이다. 참가 접수를 받을 때부터 창업자의 연령, 국적, 사업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법인 설립을 하지 않았더라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참가할 수 있었다. 대신 새로운 창업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누적 투자 유치액이 3억 원을 넘는 스타트업은 배제했다. 결승전 현장에서 만난 김태용 EO스튜디오 대표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인맥 중심의 ‘그들만의 리그’라는 외부 인식을 깨고 판을 바꿔 보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네스트컴퍼니, 패스트트랙아시아, 퓨처플레이, 소풍벤처스 등 주요 VC의 임원 4명은 멘토이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유니콘하우스가 창업자의 PT 준비부터 경연, 심사 과정을 모두 카메라로 기록하고 영상 콘텐츠로 유튜브 등에 공개한 것도 이러한 기획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다. 유니콘하우스 콘텐츠에는 전문 심사위원들이 창업자 발표를 듣고 부족한 점이나 장점을 언급하는 장면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시청자들은 댓글 등을 통해 “스타트업 창업자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내용을 투명하게 볼 수 있어서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창업자들이 공개 오디션에 사활을 걸고 도전하는 것은 투명한 경쟁, 심사 과정과 ‘사업 조언’에 대한 갈증 때문이다. 결선에 오른 이대범 온더룩 대표는 “(인맥 등이 없어) 회사 설립 초기에는 투자 유치, 사업과 관련한 작은 정보를 얻는 게 너무 힘들었다”며 “상금 규모를 떠나 사업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조언을 구하기 위해 지원했다”고 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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