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주거복지 사각지대, 민관협력으로 해결[기고]

장종익 한신대 글로벌비즈니스학부 교수

입력 2021-12-17 03:00 수정 2021-12-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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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익 한신대 글로벌비즈니스학부 교수

장종익 한신대 글로벌비즈니스학부 교수
2019년 말 기준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촌의 30년 이상 노후 주택 중 취약계층의 집수리 지원 대상은 14만9000호에 달한다. 정부가 오래전부터 농어촌주택개량사업이나 주거현물급여정책 등을 통해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적지 않다. 이러한 복지 사각지대의 해소를 위한 민관파트너십 모델이 효과적일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복지모델에 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후 60년의 선진국의 역사는 비영리 조직이 정부가 지원한 예산을 가지고 현장에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파트너십 모델’이 발전해왔다고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에 급증하는 복지수요에 대응해 정부와 민간의 파트너십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다솜둥지복지재단은 기존의 시장 및 정부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농어촌지역 주거취약계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림부와 농어촌공사, 농촌건축학회 교수, 연구자, 관련 단체 등이 함께 노력하여 설립됐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총 5357가구의 노후된 집을 수리했다.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붕을 개량해 눈과 비, 폭풍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게 했고, 재래식 화장실과 재래식 부엌을 개조해 입식 부엌과 수세식 화장실로 전환했다. 이뿐 아니라 목욕탕을 개조해 온수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주거생활의 커다란 개선을 가져다줬다.

지난 13년 동안 수리해준 집의 수는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산출물(output)의 양적 지표가 아니라 성과(outcome)와 사회적 임팩트(social impact)를 고려해보면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쾌적한 주거환경 덕에 취약계층의 삶의 질이 개선됐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홀몸노인들의 불편한 삶을 편치 않게 바라본 마을 주민들의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다. 무엇보다도 홀몸노인들의 자식들이 아이들과 함께 다시 고향 부모를 찾아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가족공동체의 회복에도 적지 않게 기여했다. 또 낙상, 추위 등으로 인한 홀몸노인들의 건강 악화를 사전에 예방하는 데 기여해 국가 의료서비스 비용의 절감도 이뤘다.

이러한 성과는 농림수산식품부 등 정부의 사업비 지원, 한국농어촌공사의 임직원의 후원과 재능기부, 한국농촌건축학회 교수와 학생의 재능기부, 일반인들의 후원과 재능기부, 주거복지사회적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기업의 원가에 의한 사업 참여,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대표의 협력이 이뤄낸 합작품이다. 만약 정부가 단독으로 보조금을 통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주거취약계층의 집수리사업을 수행했다면 그동안 정부가 재료비로 지원한 202억 원의 3배 정도의 예산이 소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통한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정부 지원금의 3배에 해당하는 레버리지 효과가 발휘된 것이다.

만약 정부가 집수리 공사를 계약을 통해 이윤추구기업에 맡기는 방식으로 예산을 사용했다면 다양한 재능과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민간의 자원봉사 및 후원 역량이 함양될 기회가 줄어들었을 것이다. 대학교 교수와 학생들이 농어촌의 취약한 주거환경을 직접 목도하고 구슬땀을 함께 흘리면서 홀몸노인의 삶의 변화에 기여했다는 자부심과 교수와 학생 간의 유대감은 이러한 민관파트너십의 형태가 아니고는 경험할 수 없다. 갈수록 늘어나는 기업과 단체, 개인의 후원과 다양한 재능 기부는 우리 사회의 따뜻한 공동체를 회복하고자 하는 시민사회의 역량이 커져가고 있다는 징표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주거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발견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다양한 이타적 자원을 조직화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다솜둥지복지재단 같은 비정부기구(NGO)의 노력이 지속되도록 정부의 지원과 협력 또한 계속되길 바란다.


장종익 한신대 글로벌비즈니스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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