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 선점해 제2경제도약 이끌어야[기고]

김용래 특허청장

입력 2021-12-17 03:00 수정 2021-12-17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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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래 특허청장

김용래 특허청장
세계적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2017년 베스트셀러 ‘호모데우스’에서 현대 사회에서 대규모 전쟁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를 국부의 원천에서 찾았다. 국부의 원천이 물질 자산에서 지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금광과 유전은 전쟁으로 빼앗을 수 있지만 지식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쟁은 그 모습이 바뀌었을 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강대국들은 서로의 영토를 침공하는 대신 지식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2018년 트럼프 정부가 중국이 전 세계의 기술과 지식재산을 탈취(theft)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바이든 정부에도 이어진 미중간의 대립은 동맹국들에까지 확장되고 있는 모양새다. 그리고 기술 패권 전쟁의 중심에는 지식재산이 있다.

대표적인 지식재산인 특허를 보면 기술과 경제의 흐름을 알 수 있다. 21세기 중국의 경제 대국 부상은 중국 지식재산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중국의 특허 신청은 20년 전부터 급격히 증가해 2011년 미국의 특허 신청을 추월하더니 2020년에는 미국의 2.5배를 넘어섰다(중국 150만 건, 미국 60만 건).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지식재산 경쟁력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특허 신청 세계 4위, 국내총생산(GDP) 대비 특허 신청 세계 1위의 지식재산 강국이다. 국가 연구개발(R&D) 금액은 100조 원에 이르며, 최근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발표한 글로벌 혁신지수에서는 역대 최고인 세계 5위, 아시아 지역에서는 1위의 혁신국가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식재산은 외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질적으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R&D 투자 규모에 비해 경제 성과가 저조한, 소위 ‘R&D 패러독스’는 우리의 대표적인 문제다. 2020년 지식재산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등록 특허 중 활용되는 특허는 65%에 미치지 못하며, 특히 대학과 연구소의 특허 활용률은 22%에 불과해 ‘장롱 특허’라는 뼈아픈 지적을 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첨단 기술 중심으로 전개되는 기술 패권 전쟁 등 최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변화와 위기의 연속이며, 강력한 기술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지식재산은 이러한 기술혁신의 성과물이자 촉매제다. 변화와 위기 속에서 우리 경제가 제2의 도약을 하려면 R&D 성과가 혁신동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특히 기술 패권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게 될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핵심 기술의 연구 결과가 우수한 지식재산의 선점과 활용으로 연계돼야 한다.

특허청은 기술 패권 시대에 국내 기업이 창과 방패가 되는 지식재산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핵심 기술에 대한 지식재산을 선점하고, 보호하며,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 나갈 것이다.



김용래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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