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생각하는 ‘녹색금융’, 대한민국 탄소중립 앞당긴다

박지원 기자

입력 2021-12-17 03:00 수정 2021-12-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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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환경산업기술원
글로벌 트렌드 ‘ESG 경영’ 맞춰… 친환경 상품-서비스에 자금 투자
그린 성장의 실질적인 기반 마련
올해 첫 ‘녹색금융 우수기업 시상’… 기아-한국산업은행 등 수상 영예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6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1년 녹색금융 우수기업 시상식’에 참석해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기업 대표들에게 장관상을 수여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있다. 이번 시상식은 친환경 녹색 분야 사업에 적극 개발 투자한 기업을 대상으로 심사를 통해 기아, 만도, 한국산업은행, KB국민은행, 신한자산운용이 영예를 안았다. 사진 왼쪽부터 이창구 신한자산운용 대표이사,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한정애 환경부 장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조성현 만도 대표이사, 허인 KB국민은행 은행장.

2017년 아일랜드의 세계적인 조명기업 어반볼트(Urban Volt)는 에너지효율 전문펀드와 제휴를 맺고 2년간 3000만 유로를 투자받았다. 이 투자금으로 영세 사업장에 조명을 무료로 설치해주고 에너지를 절감한 만큼 자금을 회수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지금까지 금융과 환경은 서로 상충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기업은 생존과 성장을 우선적으로 추구했으며, 금융도 기업의 경제적 이익을 기준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어반볼트의 사례처럼 금융을 통해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경제적인 성과뿐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글로벌 트렌드가 됐으며, 녹색금융이 이러한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해 2018년 대비 40%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EU 그린딜 전략 발표, 미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 및 고용법 추진 등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움직임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실질적 목표를 설정하고 적극적으로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녹색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 녹색금융은 환경을 개선하는 상품 및 서비스 생산에 자금을 공급해 녹색성장을 위한 실질적인 기반을 만드는 것으로, 민간 부문의 온실가스 저감 실천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최근 녹색금융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녹색채권 규모는 2021년 11월 말 기준 43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국내 원화 녹색채권 발행 규모도 전년 대비 1297% 급증해 올 11월 말 기준으로 12조4590억 원이 발행됐다.

환경부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국내 녹색금융의 제도적 기반을 다지고 있다. 2020년 12월 공표한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이 대표적이다.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은 그린워싱을 방지하고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 환경책임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올 4월에는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환경기술산업법)’ 개정을 통해 녹색분류체계, 환경성 평가체계 수립, 전담기관 지정 등 환경책임투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ESG 평가의 근간이 되는 환경정보 공개제도의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무엇이 진정한 녹색경제활동인지 기준을 제시하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연말에 확정될 예정이며 내년 시범사업을 앞두고 있다.

환경부가 올해 처음으로 개최한 ‘2021 녹색금융 우수기업 시상식’은 녹색채권 가이드라인 공표 이후 본격화된 녹색금융 활성화 움직임을 더욱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행사는 녹색금융 활성화에 기여한 기업에 환경부 장관상을 수여해 모범사례를 공유하고 민간의 녹색금융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각 부문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경합을 벌였다.

시상식은 총 3개 부문으로 진행됐다. △녹색채권 발행 우수 기업 부문은 ‘기아’ ‘만도’ △녹색금융 선도 우수 은행부문은 ‘한국산업은행’ ‘KB국민은행’ △녹색금융 선도 우수 자산운용사 부문은 ‘신한자산운용’이 장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식에 참석한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녹색금융은 탄소중립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동력”이라며 “녹색금융을 위한 환경 조성에 기업,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녹색채권 발행 우수 기업·기관[기아]
기아는 친환경 사업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2021년 3000억 원 규모의 원화 녹색채권과 7억 달러 규모의 외화 녹색채권(글로벌그린본드)을 발행했다. 기아가 발행한 원화 녹색채권은 한국신용평가에서 최고 인증등급인 GB1을 획득했다. 외화 녹색채권의 경우 자금의 사용처를 친환경 운송수단으로 한정해 ‘Zero Emission’ 배출량 기준을 모두 충족시켜 그린본드 펀드들의 투자 참여를 이끌어냈다.

기아는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금액을 중장기 미래전략 ‘Plan S’와 연계해 친환경차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에 사용하고 있다. 그 결과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개발했으며 전기차 전용모델 EV6를 출시했다.

기아는 2026년까지 전기차 11종의 풀라인업을 갖추는 등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29%까지 높일 계획이다. 더 나아가 2035년 유럽시장을 시작으로 전동화 차량만을 판매할 예정이다. 이 밖에 전 세계 사업장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프로젝트, 해양 생태계 보존을 위한 블루카본 프로젝트 등도 추진 중이다.
녹색채권 발행 우수 기업·기관[만도]
만도는 자동차 부품업계 최초로 원화 녹색채권을 발행하고 NICE 신용평가사로부터 최고 인증 평가등급인 G1을 획득했다. 4월에는 녹색채권 발행을 통해 투자자금 2500억 원을 조달했다. 만도는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친환경 전기차 충전장치 및 구동계 제품부터 서비스 플랫폼까지 미래차 시장에 필요한 기술 및 제품 연구개발에 사용하고 있다.

만도는 녹색채권 자금의 사용계획부터 실적까지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을 통해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녹색프로젝트의 자금배분 및 환경개선영향평가 등이 반영된 연간보고서를 공시할 계획이다.

만도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 중 유일하게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ESG A등급’을 획득했다. 지속가능발전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국제 이니셔티브 ‘유엔글로벌컴팩트(UN Global Compact)’ 가입 및 지지, 미국 포브스 선정 2021년 세계 최고 고용주 92위 선정, 평택시 탄소중립 추진 협약식 등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녹색금융 선도 우수 은행[한국산업은행]
한국산업은행은 국내 대표 정책금융기관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장기발전 전략의 주요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또 녹색금융 자금공급 비중 확대 및 민간투자 유도를 통해 녹색금융 시장 조성자 및 촉진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산업은행은 올 4월 국내 최초로 탄소감축 효과 검증을 통해 온실가스의 실질적 감축을 촉진하는 녹색금융 전용상품 ‘KDB 탄소스프레드’를 출시했다. 또 국내 은행 최초로 원화 녹색채권을 발행하고, 녹색채권 자금사용내역에 대한 외부검증 실시 및 환경부와 ‘녹색채권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 녹색채권 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한국산업은행은 국내 최초 녹색기후기금(GCF) 인증기구 승인, 적도원칙 운영위원회 아시아 대표 선정 등 글로벌 녹색금융 연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2021 P4G 서울정상회의’ 녹색금융 특별 세션을 통해 녹색 신산업 분야에 14조 원 자금 공급 계획을 밝히는 등 녹색금융 외연을 넓히는 데 앞장서고 있다.
녹색금융 선도 우수 은행[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기후변화 관련 글로벌 이니셔티브의 최신 방법론을 활용한 그룹 중장기 탄소중립 전략 비전인 ‘KB Net Zero S.T.A.R’를 수립했다. 그리고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고 ‘KB Green Wave 2030’을 발표하는 등 녹색금융에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환경부와 ‘녹색채권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환경부가 2020년 12월 공표한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여 올해 처음으로 원화 녹색채권 1000억 원을 발행했다. 그리고 ‘녹색경영기업 금융지원시스템’과 연계해 ‘KB Green Wave ESG 우수기업대출 상품’과 ‘KB Green Wave 1.5도 금융 상품’을 출시하는 등 올 한해 녹색금융 생태계 조성과 확산에 힘쓰고 있다.

KB국민은행을 포함한 KB금융그룹은 2030년까지 친환경 금융상품을 포함한 ESG 상품·투자·대출을 50조 원 규모로 확대하는 등 녹색금융의 정착을 위해 한 발 앞선 행보를 보여줄 예정이다.
녹색금융 선도 우수 자산운용사[신한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은 2005년 국내 최초로 사회적책임투자펀드를 출시한 이후 녹색금융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2020년에는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로 ‘기후행동원칙선언문’ 선언과 기후관련재무공시협의체(TCFD) 지지 선언을 했다.

이후 TCFD 권고안에 따라 주요 기업에 주주서한과 질의서를 발송해 기업의 기후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등 자산운용사 중 최초로 환경 관련 주주 활동을 시작했다.

신한자산운용은 대한민국 ESG투자 명가답게 9월 말 기준 3조324억 원 규모의 환경 관련 펀드를 운용 중이다. 5월에는 ESG 투자 원칙 및 전략 가이드 ‘블루프린트’를 발간하는 등 누구보다 앞선 ESG 경영을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도 국내 최초로 주요 투자 기업에 기후정보 공개를 요청하고,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에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넷 제로’ 자산운용사 이니셔티브에 가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녹색금융을 실천하고 있다.


박지원 기자 j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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