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이재명의 ‘다주택 양도세 중과유예’ 반대

최혜령 기자 , 박효목 기자

입력 2021-12-16 03:00 수정 2021-12-16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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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정무수석 “중과 유지해야”… 14일 여당지도부 찾아 입장 전달
靑-李, 부동산정책 놓고 충돌 양상


사진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밀어붙이고 있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1년 유예 방안을 놓고 청와대가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핵심 부동산정책을 둘러싼 이견이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여권 내 신구(新舊) 권력 간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것.

15일 청와대와 민주당에 따르면 이철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전날(14일) 국회를 찾아 여당 지도부에 양도세 중과 유예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현재 규제지역에서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서 20%포인트, 3주택자에게는 30%포인트가 각각 중과되는 양도세를 1년 동안 유예해주자는 게 이 후보의 구상이다. 그러나 이 수석은 정책 일관성, 시장 안정 등을 이유로 여당에 “현 중과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명확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한 건 다주택자 규제라는 현 정부 부동산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지금 부동산 상황으로는 내년 대선도 어렵다”고 판단한 여당 지도부와 이 후보 측은 양도세 중과 유예를 통해 매물 잠김 현상 등을 풀어보겠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는 양도세 유예에 대해 “내 아이디어”라며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지만 친문(친문재인) 진영 핵심인 윤호중 원내대표가 “(양도세 유예가) 효과 없었다”고 하는 등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 여기에 청와대까지 가세하면서 양도세 중과 유예를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은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 추세를 보이는 시점에서 양도세 중과를 건드리는 것에 대한 청와대의 우려가 상당하다”며 “하지만 이 후보 역시 의지가 강해 다음 주로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靑 ‘다주택 중과세’ 유지 vs 李 稅완화로 표심공략… 양도세 충돌
靑 “다주택 과세 강화 효력발휘”… 李후보-黨 중과유예 추진 반대
李 “매물 잠김 풀어야 집값 하락”… 정책 전환으로 수도권 민심 달래기
당이 밀어붙이면 靑 막을길 없어… 文레임덕 우려에 접점 찾을수도


“청와대도, 이재명 후보 측도 각각 물러설 수 없는 이유가 확실하다. 그래서 더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15일 임기 말 당청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논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4년 동안 다주택자 세금 강화를 근간으로 정책을 펼쳐온 청와대로서는 부동산정책 전환에 나서기 어렵다는 태도다. 반면 일찌감치 부동산정책을 이번 대선의 최대 정책 승부처로 꼽은 이 후보는 양도세 중과 유예로 시장의 숨통을 틔워 수도권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 靑 “정책 일관성” vs 李 “매물 잠김 풀어야”

청와대는 집권 초기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 기조를 분명히 해 왔다. 2017년 8·2대책을 시작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취득세, 양도세 강화 정책을 연이어 내놨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는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든 배경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효력을 발휘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 최대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킨 뒤 임기를 마치겠다는 게 청와대의 의도다.

반면 성난 부동산 민심 때문에 수도권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판단한 이 후보 측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기류다. 이 후보는 양도세 중과 유예 제안 이유에 대해 “다주택자들 사이에서 종부세가 과다하게 부과돼 팔고 싶은데 양도세 중과세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입장이 좀 있다”며 “다주택자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 문제는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뉜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자칫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혼란으로 시그널을 줘 시장이 또 출렁이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부동산 때문에 들끓는 수도권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양도세 중과 유예를 당이 밀어붙여야 한다”고 했다.

○ “레임덕으로 번지는 것 막아야” 우려도

여기에 청와대와 이 후보 각각 정책적 후퇴를 겪었다는 점도 양도세 문제를 두고 충돌하는 배경이다. 앞서 청와대는 민주당의 1주택자 종부세, 양도세 완화 드라이브를 막아내지 못했다. 이 후보 역시 지난달 전 국민 재난지원금 국면에서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물러선 바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가 재난지원금과 국토보유세 등에서 번번이 뜻을 꺾었는데 이번에도 물러나면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후보 측이 양도세 중과 유예를 작정하고 밀어붙인다면 청와대는 이를 막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인 윤후덕 의원과 여당 간사인 김영진 의원은 모두 ‘친이재명계’로 꼽힌다. 당 선대위 관계자는 “차기 대선이 다가올수록 후보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국회 논의로 법을 통과시킨다면 청와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했다.

다만 이 후보 측이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자칫 문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촉발할 수 있어 양측이 물밑 조율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 후보도 이날 청와대의 반대 표명과 관련한 질문에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며 정면충돌을 피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다음 주 의원총회 등을 통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파열음 없이 결론을 내는 게 최선”이라면서도 “다만 (청와대와 이 후보 측 중) 한쪽에서라도 강하게 나오면 후폭풍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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