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붕괴 직전… 시설-인력 확보 시급하다”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

입력 2021-12-16 03:00 수정 2021-12-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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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


지금 응급의료가 그야말로 붕괴 직전이다. 응급의료는 우리 사회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현장에서 부딪치는 분야다.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이상으로 2021년 말 다시 한번 심각한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달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시행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많은 걱정이 들었다. 우리가 위드 코로나를 할 수 있을 만큼 병실이나 의료진 등 ‘의료 자원’의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응급의료 현장에서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환자가 오면 대처법은 두 가지 중 하나다. 증상이 약한 환자는 외래처럼 보고, 집에서 대기하면서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라고 한다. 또 증상이 심각한 환자는 음압격리실에서 확진 검사가 나올 때까지 길게는 24시간 동안 기다리도록 한다. 그런데 병상과 의료진이 모두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 큰 혼란이 벌어질 것이란 걱정이 앞섰다.

11월 후반부터는 문제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꼈다. 확진자 수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확진자를 생활치료센터에 입소시키기에 의료 자원이 모자라자 결국 ‘재택치료’라는 제도까지 시행됐다.

결국 12월이 되자 서울 등 수도권의 응급실 내 음압격리실이 가득 차면서 환자들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환자를 119 차량에 싣고 먼 지역으로 이송하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금은 아예 들어갈 병실이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겨울엔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감염 질환도 늘지만, 이 환자들도 응급실 내 음압격리실 자리가 없어 응급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겨우 응급실로 들어가더라도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이 90%가 넘으며 환자들이 응급실 음압격리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일주일씩 대기하고 있다.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고, 상태가 악화되지만 방치할 수밖에 없는 현재 상황이 바로 응급의료의 붕괴다. 응급의료진들은 반복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에게 노출되고 이로 인해 자가 격리가 된다. 남은 의료진들은 연속 근무와 과중한 업무 부담에 지쳐 쓰러지고 있다.

지금은 무엇보다 코로나19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을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 또 비(非)코로나 응급환자들도 응급실에서 제때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음압격리실이 있는 응급실을 추가 확보하지 못한다면 외부에 의료용 음압텐트라도 설치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위기를 견뎌내고 이겨냈다. 이러한 위기 극복을 위해 누군가가 희생되지 않도록 보건당국의 지원이 절실하다.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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