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밴드도 ESG공연… 건설사 탄소배출 따지는 시대 곧 온다”

김호경 기자 , 최동수 기자

입력 2021-12-15 03:00:00 수정 2021-12-15 0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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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채널A ‘ESG 건설’ 해법 모색

1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동아 건설 리더스 써밋’에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전문가들이 국내 건설사들의 ESG 경영 전략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다. 왼쪽부터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종철 한국지속경영연구원장, 신경철 GS건설 ESG·홍보실장, 이성녀 SK에코플랜트 ESG 추진 담당.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영국 록 밴드 ‘콜드플레이’는 내년 3월 코스타리카에서 처음으로 ‘친환경 콘서트’를 연다. 관중이 뛸 때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를 공연장 바닥에 설치한 장치에서 모아 전력을 생산해서 음향 등 공연에 필요한 전력기기에 다시 사용하는 방식이다. 공연장 내에서 에너지가 순환하며 탄소 배출이 줄게 된다. 콜드플레이가 2019년 11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식을 찾을 때까지 콘서트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지 2년여 만에 내놓은 해법이다.

이는 국내보다 먼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도입한 선진국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환경 파괴와 무관해 보이는 공연업계조차 당장의 수익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 “ESG는 건설사에 위기이자 기회”
14일 동아일보와 채널A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ESG와 건설산업’을 주제로 개최한 ‘동아 건설 리더스 써밋’에서는 국내 건설사들이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김동수 한국생산성본부 ESG경영연구소장은 콜드플레이의 ‘친환경 콘서트’를 언급하며 “건설사들도 발주처를 넘어 건축물 이용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지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사람들이 건설사가 지은 다리를 보면서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됐을지를 따지는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ESG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실제 올 5월 미국 최대 정유회사 ‘엑슨모빌’ 이사회 12명 중 3명이 기업의 탄소 저감을 적극 지지하는 인사들로 채워졌다. 이들은 행동주의 투자펀드 ‘엔진넘버원’이 추천한 인물들이다. 엔진넘버원 지분은 0.02%에 불과하지만 환경 문제에 선제 대응하는 게 주주에게도 이익이라며 다른 주요 기관투자가들을 설득한 끝에 이사진 교체에 성공했다.

각국은 ESG 인프라를 속속 강화하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2010년 44건이던 ESG 관련 규정은 2019년 203건으로 4.6배로 늘었다. 유럽연합(EU)은 올 3월 회원국들에 ‘공급망 실사 의무화’ 법을 제정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유럽에서 활동하는 모든 상장기업은 협력업체에 대한 환경, 인권 관련 실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기업의 법적 책임을 협력업체까지 폭넓게 적용하려는 국제사회 움직임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김 소장은 “해외 매출 비중이 적지 않은 국내 건설사들도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했다.

○ “향후 20년간 건설사업 뿌리부터 바뀐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가 국내외 건설사 최고경영자(CEO)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0명 중 8명(78%)이 ‘향후 20년간 건설산업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답했다. 건설업 최대 현안으로는 ‘지속가능성’을 꼽았다. 건설업이 환경 파괴나 중대재해 등 ESG 관련 리스크가 다른 업종보다 많은 만큼 지속가능성에 더욱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ESG는 건설사들에 위협인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건물을 잘 짓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건물 부지 선정부터 유지보수, 해체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지속가능한 건설’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선 ESG 경영 필요성에 적극 공감을 표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신경철 GS건설 ESG·홍보실장은 “아무리 ESG 경영을 잘해도 재해가 생기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1개월 앞두고 재해 예방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성녀 SK에코플랜트 ESG 추진 담당도 “ESG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인식하고 있다”며 “건설사의 ESG는 환경과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종철 한국지속경영연구원장은 “대형 건설사들은 협력업체인 중소·중견 업체들의 ESG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설사의 ESG 강화 전략이 건설산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다. 토론 사회를 맡은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그간 국내 기업들은 지속가능성보다 생존을 중시하며 성장해와 ESG 경영을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며 “투자자의 변화, 적절한 규제, 건설업계의 자발적 노력이 더해지면 ESG 경영이 국내 산업 구조를 지속가능하게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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